지난 21년 6월 화학(연)이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가 중국에서 시판 승인을 받았다. 화학(연)이 개발한 신약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이다.
에이즈 치료제 연구는 1995년 시작하여 상용화까지 2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및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했으나, 기업 내부의 전략적 판단으로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를 국내 바이오기업인 카이노스메드가 2012년 다시 기술이전을 받아 임상 1상 진행 후 2014년 중국 바이오기업에 중국 시장 판권을 이전했고, 이후 에이즈 치료제는 중국에서 임상 3상을 거쳐 시판에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카이노스메드는 올해 4월 에이즈 치료제 글로벌 판권을 중국 바이오기업에 재실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이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사업화되기 위해서는 길고 험난한 여정을 거치며 다양한 불확실성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먼저, 발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연구와 실험을 통해 하나의 기술적 지식으로 발전되어야 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허와 같은 권리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쳐야 한다. 연구자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단계이다.
그리고 출연(연)에서 권리화된 기술이 시장 나가기 위해서는, 이 기술을 가장 잘 상용화할 수 있는 기업에게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 통상 출연(연)에서 산출되는 많은 특허가 기술성숙도(TRL)를 기준으로 3~5단계이기 때문에, 특허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이전 이후에도 기업의 후속 연구와 개발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상용화에 대한 의지와 함께, 충분한 기술적 역량을 보유한 수요 기업에게 기술을 이전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술사업화 전담 조직과 연구진은 긴밀하게 협력하여 수요기업과 협의를 진행한다.
기술이전 이후 기업은 단독으로 또는 출연(연) 연구진과 공동으로 후속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후속 연구개발이 이루어져도, 기술이 제품이나 서비스로 전환되어 매출로 연계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마케팅 및 재무적 역량과 함께 시장 측면의 우호적인 환경이 결합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출연(연)의 기술사업화 전담 조직이 보다 많은 기회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좁은 의미에서 기술이전 전담 조직의 업무영역이라 볼수 있는 특허 관리, 마케팅 및 기술이전을 넘어, 기술이전이 될 수 있는 특허의 창출과 기술이전 이후의 체계적인 기업지원까지 전체적인 가치사슬에서 업무 범위와 역량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화학(연)은 이를 위해 2020년 기술사업화 업무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인 「KRICT IP 경영 및 기술 확산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간단히 K-LMBI로 칭하고 있는데 KRICT Lab to Market Bridging Initiative의 약자이다.
특허 창출 영역의 경우 IP R&D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술사업화 전담 조직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화학(연)은 2020년부터 IP R&D를 내부적으로 가칭 Pre-IP R&D와 Post-IP R&D로 구분하여 차별적 접근을 하고 있다.
Pre-IP R&D는 통상적인 IP R&D와 유사하게, 연구기획 및 연구수행 초기 단계에서 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특허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에 맞게 연구 방향이 설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Post-IP R&D는 이미 출원 또는 등록된 특허의 기술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된다. 다양한 기업 또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핵심 특허의 권리범위를 강화하거나 용도특허 등을 추가 확보하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관련 노하우의 특허화 가능성도 검토한다.
IP R&D는 연구진과 전문 변리사, 그리고 기술사업화 전담 조직의 협업을 통해 진행된다. 전문 변리사는 선행 기술조사와 함께 기술의 권리화 방안을 제안하고, 기술 사업화 전담 조직은 시장 및 기업수요 관점에서 기술의 기능 및 용도 등을 검토하여 제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연구진은 기술적 구현 및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추가적인 실험 및 검증을 진행한다. 성공적인 IP R&D결과 도출을 위해서는 이 세 그룹의 긴밀한 의사소통과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2022년에는 폐플라스틱 활용 기술에 대한 Post-IP R&D를 수행하여 국내 대기업에 성공적으로 기술이전을 완료하였고, Pre-IP R&D를 통해 신규 융합기술 연구 분야인 지능형 로봇 및 AI 기반 화학소재 설계기술에 대한 다수의 특허화 아이디어를 발굴하였다. IP R&D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기술사업화 전담부서에 축적될수록 더욱 좋은 품질의 결과가 나올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으며, 결과와 함께 그 과정을 어떻게 효율화, 체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파악되는 기업의 수요를 기록하고 파생 수요를 예측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화학(연)은 연구원이 보유한 특허에 대한 기업의 수요기술 탐색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두 가지의 특허 분류체계를 기관의 기술사업화 홈페이지를 통해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많이 활용되는 요소기술 중심의 특허 분류이고 다른 하나는 활용영역 중심의 특허 분류이다.
요소기술 중심 특허 분류는 실제 화학(연)이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할 수 있는 특허 분야를 그룹핑하여 분류체계를 설정하였다. 화학(연) 보유 특허를 대-중-소로 이어지는 요소기술 분류체계에 따라 집중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구조이다.
활용영역 중심 특허 분류는 특허가 실제 활용될 수 있는 시장, 제품 및 용도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소기술 중심 특허 분류 체계에서는 한 특허가 한 가지 분류에만 매칭되지만, 활용영역 중심 특허 분류체계에서는 동일한 특허가 다양한 제품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한 특허가 복수의 분류체계에 중복 매칭될 수 있다. 그리고 활용영역의 분류체계는 시장과 정책 수요 변화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확장·보완된다.기업으로부터 자주 듣는 것 중의 하나가 출연(연)에 어떤 기술이 있고, 어떤 연구자가 이를 연구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향후 이 두 가지 분류체계가 지속 보완되고 세분화 된다면 이러한 기업의 수요를 조금 더 충족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필요한 기술을 세부적으로 특정한 경우에는 요소기술 중심 분류로 어떠한 용도에 맞는 기술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싶을 때는 활용영역 중심의 분류체계로 접근하면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화학(연)의 보유 특허를 확인할 수 있다.
기술이전 이후의 기업지원 확대를 위해서는 화학(연)의 연구자 창업지원 노하우를 활용할 계획이다. 연구자 창업지원을 위해 자체적으로 혁신창업 디딤돌(K-Startup D)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외부의 창업지원 기관 및 사업과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중 창업포럼, 투자유치, 외부 지원 기관 및 사업과 연계된 컨설팅 지원 등을 화학(연)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외부의 창업 기업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화학(연) 기술 기반 창업 기업의 보다 빠른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제2차 「KRICT IP 경영 및 기술 확산 기본계획」수립을 기획 중에 있다. 1차 계획의 성과를 유지하면서 새롭게 부각되는 정책 및 시장 수요를 충족하고 전반적인 특허의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큰 과제의 하나는 기술 분야별로 차별화된 마케팅 및 기술이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화학(연)이 수행하는 연구는 크게 화학 공정, 화학소재, 의약바이오, 화학 플랫폼 분야로 구분될 수 있는데 기술 분야별로 수요기업 및 기술이전 이후의 사업화 경로에 다른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구체적으로 탐색하여 구조화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 및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수요기업 매칭과 기술 확산에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IP R&D를 보다 고도화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OSMU(One Source Multi Use)라는 용어에 주목하고 있다. 과기부의 기술키움사업에서도 중점을 두고 있는 개념으로 Seed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 기술사업화하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서는 파급력을 가진 Seed가 될 수 있는 원천·기반 기술을 창출하거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Pre-IP R&D와 Post-IP R&D가 효과적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
기술이 Lab에서 Market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다리를 짓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튼튼하고 막힘없는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기업의 수요와 목소리에 집중하는 동시에, 연구진과도 끊임없이 대화하며 협업하는 것이 무엇보다 핵심적이라는 점을 잊지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