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첨단 과학기술의 급격한 성장은 기존 직무들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향후 지속가능한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유로는 첨단 과학기술의 유망성, 혁신성, 빠른 성장 이면의 불확실성과 모호성이 수반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첨단과학기술이 다양한 산업에 적용 가능해지면서 과학기술 기반 성장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그 반면 불확실성과 모호성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연구인력뿐만 아니라 융합기술이 적용되는 해당 산업 분야의 지식을 모두 갖춘 산업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우수한 인력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지만, 디지털 전환과 인구감소로 인해 첨단 과학기술인력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 심화되고 있어 우수인력 확보 전략이 매우 시급한 시점이다. 특히, 한국은 저출산으로 인하여 향후 10년 내 국내 과학기술인력 부족 문제가 현 대비 약 60배가량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데 반해 중국의 연구개발인력 연평균 증가율은 7.1%로 한국의 4.6%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의 영재가 의대로 몰릴 때 중국의 천재는 칭화대 전자과에 집결된다는 소문이 과장된 것이 아니다. 칭화대학의 컴퓨터공학과와 전자학과는 늘 중국 전체 순위 1·2위를 다투는 인기 학과이며, 매년 300명을 뽑는데 중국의 수능인 가오카오 응시생 1,193만 명 중 가장 최상위권 학생들이 이 학과를 노린다. 기술이 패권을 지배한다는 기정학의 시대에서 대한민국은 계속 첨단산업을 리딩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시각들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 분야, 데이터사이언스 분야 등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부 정책들이 펼쳐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 더 구체적으로는 첨단 반도체 인력의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기업들이 혁신성장을 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무어의 법칙(Moore’s Law):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을 손꼽는다. 무어의 법칙을 두고 이보다 좀 더 빠르게 집적회로의 성능을 높이면 자연적으로 혁신성장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무어의 법칙은 깨진 지 오래다. 기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기술이 절실하게 되었고,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첨단 반도체 수요는 급증하게 되었다.




사실 미래 사회를 예견하기란 쉽지 않다. 빠른 변화와 함께 기술변화 방향의 불확실성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 현실을 예측하고 실수요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는 없을까?

우리는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와 SK하이닉스 청년하이파이브 교육과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는 29세 이하 4년제 대학 졸업자와 졸업예정자(전공 불문)를 대상으로 1년 동안 매일 8시간씩 알고리즘과 코딩, 프로젝트 기반 실전 개발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1~3기 1,623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고 이 중 1,009명이 취업에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현재 9기를 교육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청년 하이파이브는 만 34세 이하의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한다. 특히 SK하이닉스 우수 협력사의 인턴십 기회도 제공되며, 우수한 성적을 거둔 수료자에게는 정규직 전환의 기회도 부여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에서 직접 교육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무에 대해서도, 기업 문화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이러한 교육은 단기 연수로 중급 정도의 인재 양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학 기관 이상에서 배출되는 고급인재에 대한 양성도 절실하다. 따라서 미래 사회를 대비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요구하는 기업과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의 AI 대학원 사업에서도 산학협력을 타겟으로 하고 있으며,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국내 우수 이공계 대학과의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추진하는 등 기업과 대학 간의 교류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계약학과만으로는 여전히 인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계약학과에서 배출되는 인력의 수가 수요에 비해 상당히 적고, 계약학과 종료 이후 산업체로의 인력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인공지능과 반도체에 대한 예시를 들었으나, 2021년 말 기준 산업기술인력에 따른 12대 주력산업을 살펴보면 여전히 많은 영역에서의 산업기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1950년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70여 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인공지능이 점차 대중화된 것을 살펴보면 이 역시 컴퓨팅 성능, 즉 하드웨어의 발전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특정 분야에 대한 인재양성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관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우리는 지속가능한 연구인력을 위해서는 대학에, 산업인력을 위해서는 산업체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첨단 신기술 분야에 대한 체계를 과거의 틀로 구축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첨단 기술이 가져올 직무 변화에 대한 육성전략도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즉,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해당 산업 분야의 지식을 경험하고 첨단기술에 대해 팔로업 할 수 있는 기업연합체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최근 첨단기술에 대한 대학 내 교육과정의 내실화도 필수적이다. 산업체에서는 대학으로의 재직자 위탁교육 등을 통해 다가오는 직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산업체 자체적으로 취업준비생들을 교육시키고 우수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도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경제의 성장, 사회의 안정과 통합, 환경의 보전이 조화를 이루며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발전을 의미한다. 미래 사회를 살아갈 후손들을 위하여 지속가능한 첨단과학기술이 발전되고 있으며, 이 기술 시장을 우리나라가 선도하기 위해 현 정책 입안자들의 현명한 기획,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인력이 국력이므로, 다가올 어려운 상황도 우수 인재양성을 통하여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