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글로벌 고급 인재전쟁에서 국내에 유학 중인 외국인이공계 인재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국가 산업의 고도화로 이공계 인재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 학위취득의 매력 저하, 특정 분야 인재 쏠림, 특정 기업 선호 현상 등이 겹쳐 기업의 인재 채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공계 인재의 확보전쟁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2021년 보고서에서 “과학기술인재가 국가의 경제·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며, 미국이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과학기술인재 유입에서의 우위를 유지 및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첨단분야의 인재 확보경쟁은 전쟁에 비유할 정도로 치열한데, 국내 이공계 인재의 수요-공급이 서로 맞지 않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산업계와 과학기술계는 어떻게 인재 풀(Pool)을 넓히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 것인가?


 

국내 산업계가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이미 글로벌 시장으로 채용 풀을 넓히고 있는 현 시점에, 국내에서 유학중인 외국인 우수 이공계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년 교육통계에 따르면, 국내석사·박사과정 대학원생 총수는 333,907명이며 이중 외국인 유학생은 총 43,815명으로 전체 대학원생의 13%를 차지한다. 이공계 대학원으로 한정하면, 이공계 대학원생 총 90,198명 중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총 8,597명으로 전체의 9.5% 수준이다. 한국의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는 평균적으로 10명 중에 1명 정도의 외국인 유학생은 이제 자연스럽게 되었다.



국내 자원과 기술을 투입하여 양성한 외국인 이공계 유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한국어 소통 능력, 국내 연구실 경험과 프로젝트 수행 등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도는 높고, 한국 정착에 필요한 비용과 난이도는 낮은 편이다. 더욱이 한국에 취업하여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열망도 있기 때문에 국내 고급 이공계 인재 공급의 대안으로 고려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기업의 외국인 전문인력 채용 수요는 높으며 전공 외에도 한국어 역량을 요구한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 공동으로, 기업부설 연구소를 보유한 300개 기업 대상으로 국내 기업의 외국인 유학생 채용 수요와 필요역량 등을 2022년 조사하였다.

300개 기업 중, 외국인을 연구인력 등으로 채용하고 있는 기업은 73개 기업으로 조사 대상기업의 24% 수준이다. 외국인 채용 규모는 기업당 평균 2.0명이며, 학력별로는 학사 1.1명, 석사 0.6명, 박사0.3명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채용 이유는 내국인 연구인력의 부족(43%), 해외시장 진출에 활용(43%), 내국인 대비 전문성과 능력 우수(33%) 등이 제시되었다(중복 선택). 

외국인 미채용 기업은 조사 대상기업의 76%이며, 미채용 이유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정보 부족(43%), 내국인 연구인력으로 충분(17%), 한국어 의사소통의 어려움(15%), 행정적 비용 및 제약(9%) 등이 제시되었다.

현재 외국인 미채용 기업에서도 향후 1~2년 내 채용계획을 가진 기업이 123개(41%)이며, 3~5년 이내 채용 계획을 가진 기업이 56개(19%)로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약 60%는 외국인 채용에 개방적인 자세를 보였다. 선호 인력의 학력 수준은 석사급61%), 학사급(47%), 박사급(27%) 순이며 출신 지역은 아시아권이51%로 높았다. 외국인 연구인력 채용 시 요구역량은 개인 역량(98%), 업무 관련 지식과 전공(95%), 영어및 현지어를 포함하는 외국어 능력(86%), 연봉 수준(76%)으로 나타나 전공 역량과 지식 외에도 내국인보다 낮은 연봉 수준이 주요 요인으로 조사되었다



외국인 연구인력을 현재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기업의 응답은 전체의 69% 수준이다. 외국인 연구인력 채용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외국인 우수 이공계 인력에 대한 정보 부족을 첫째 요인으로 꼽고 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지원정책 방안으로는, 외국인 연구인력에 대한 인재 데이터베이스 구축/서비스 제공(32%), 고용비자 발급조건 절차 대폭 완화(20%) 등이 제시되었다.

외국인 전문가의 구직·구인 매칭을 위한지원 플랫폼도 생겨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들은 외국인 구인에 익숙하지 않거나 혹은 채용과정에서 한국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기업과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특화된 전문적인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구인·구직을 지원하는 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UST가 올해 3월 오픈한 유링크(U-LINK) 플랫폼(https://u-link.ust.ac.kr)은 국내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공계 석사·박사 유학생과 국내 기업 간의 쌍방향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을 지원하는 취업 매칭 플랫폼이다. 100% 영어 혹은 한국어로 소통 가능하며 1단계로 UST학생과 4대 과기원(KAIST, UNIST, GIST, DGIST) 석사·박사 과정 학생들의 구직 이력서와 국내 기업들의 채용 공고 등을 접할 수 있다. 1단계가 종료되면 일반대학원의 이공계 석사·박사까지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국립국제교육원이 운영하는 StudyinKorea(https://www.studyinkorea.go.kr/)는 한국유학공식포털을 지향하며, 한국 유학 및 대학 정보, 취업 정보 등을 제공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운영하는 ContactKOREA(https://contactkorea.kotra.or.kr/)는 기업들의 해외 전문가 발굴과 인재 채용을 지원한다. KOITA에서 운영하는 RNDJOB(https://www.rndjob.or.kr/)은 석사·박사 이공계인력중개센터이다. 한국연구재단(NRF)에서 운영하는 RPIK(https://www.rpik.or.kr)는 국내 연구기관과 해외 우수인력의 양방향 구인·구직 정보를 제공한다.


외국인 우수인재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다양한 인센티브와 이민정책이 필요

미국, 호주, 캐나다 등과 같은 정착형 이민 국가들과 외국 유학생 유치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영국,독일, 싱가포르 등의 경우 우수 인재에 대한 취업 비자 제도 개선, 영주권/시민권 신청의무거주기간 축소, 이중국적 허용, 고급인력에 대한 사회보장 및 공공주택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와 이민 촉진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은 공학 및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 매력도, 취업 매력도가 경쟁국들에 비해 낮기 때문에 세계적인 인재 유치 경쟁에서 결코유리한 입장은 아니다.

글로벌 인재전쟁 추세를 반영하여,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민청 신설이 주요 의제로 제시되었으며, 법무부에서도 2022년부터 패스트트랙 특별비자(F-2-7S) 제도를 도입하여 외국인 과학기술 인재의 국내 체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기업과 외국인 유학생 양쪽의 수요와 공급이 형성되는 것을 기회로 중장기적인 첨단분야 인력 수요와 외국인 인재 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 측면(비자제도, 이민제도 등), 정주 여건(인프라, 사회보장 혜택 등), 문화 측면(수용성, 개방성 등) 등에 대한 민간과 정부의 대대적인 개선 노력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