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기술변화에 따른 기업의 역할 확대 요구

기술 인력의 확보가 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대두에 따라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국가 간, 기업 간 싸움이 치열해지는 상태에서 기술경쟁력은 그 기반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칭해졌던 첨단·신기술분야에서 기술 인력의 교육과 양성은 과거와 달리 기업의 적극적인 대학 교육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융·복합적인 기술 시스템이 증가함에 따라 학제 중심의 대학 교육과 괴리가 심화되고 있고, 빠른 기술변화로 대학이 그 속도를 따라잡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첨단·신기술분야의 범용적 성격(generic technology)으로 인하여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학제 전공지식 외에 도메인 지식 및 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스킬들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게 됨에 따라 대학교육과 기업 OJT만으로는 기술인력들이 기업에서 원하는 수준의 능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엄미정 외, 2021). 이 갭을 극복하기 위한 대학과 기업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며, 사회적으로 기업이 기술 인력 양성에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게 되었다.

국내 기술 인력 미스매치 상황과 기업 관점 기술 인력양성 확대

우리나라 기술 인력(엔지니어)의 질적 미스매치 이슈는 더욱 심화되는 추세이다. 수준급 엔지니어 가용성(IMD의 국가경쟁력 지표)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는 2020년 7.24 수준에서 2022년 5.89로 최근에 급격히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조사대상국과 비교하여 20년 25위 수준에서 22년에는 42위로 급격히 추락하였다. 같은 기간 중국은 24위권에서 4위권으로 상승하였다(과학기술인재정책플랫폼).

기업들은 산업기술 인력 부족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직무수행을 위한 자질·근로조건에 맞는 인력 부족(23.3%)’을 짚었으며, 채용하지 않은 미충원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모든 업종, 모든 규모의 사업체에서 ‘현장 투입이 바로 가능한 숙련·경력을 갖춘 인력 부족(35.4%)’을 주요 이유로서 답하고 있다(산업기술인력수급실태조사 2022년도 조사 결과). 이 격차를 통해 볼때, 현재 우리나라 기술인력 미스매치는 학력/자격의 문제(13.1%)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역량에 대한 부족 문제로 이해된다.

이러한 기술 인력의 질적 미스매치에 대응하여 그동안 대학주도 산학협력을 활성화하는 것을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기술 인력 관련한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눈에 띈다. 과거와 같이 대학주도 산학협력을 통한 인력양성이 강조됨은 물론, 최근에는 주문식 교육과정, 계약학과, 더 나아가 개발자 아카데미 개설 등 기업들이 아예 기술인력의 양성 주체로서 주도적으로 나서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기술 인력 양성에 기업이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수요중심’의 관점이 기술 인력 양성정책의 화두로 대두되면서부터이다(이병윤(2015), 「산업인력양성사업 20주년 발자취보고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이를 계기로 산업체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점검하는 제도가 확립되었고, 현장실습 등 학생들이 기업 현장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 대학들에 도입되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이러한 산학협력에서 기업의 역할은 대학 교육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기업의 역할이 보다 적극적인 참여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매스컴 등을 통해서 우리는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아카데미를 개설하여 첨단산업 분야 계약학과를 개설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또한 학생들에게도 많은 인기가 있음을 실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최근 기업들은 왜 기술 인력양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인공지능 등 범용기술 분야의 고급 기술 인력의 확보가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한데,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에 우수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기술 인력양성 참여 활성화를 위한 논의 필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업이 기술 인력양성에 참여하는 것은 대학 입장에서도, 기업 입장에서도 모두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독려를 추진 중이고, 최근 대기업의 계약학과를 통한 인력 수급 시도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의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전체적으로는 미비한 수준으로 기업-대학 간의 공조를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과 지원에 대한 논의가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본 호에서는 최근 기업이 기술 인력양성에 참여하는 현황과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먼저 산업기술 인력 수급 현황과 과제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기업이 주도하는 인력 양성 현황과 이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볼 것이다. 다음으로는 기업이 대학 교육에 참여하는 산학협력 현황과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기술 인력양성에 직접·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지원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