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속도’와 ‘방향’의 불확실성, 지금의 신기술 변화를 압축한 표현이다. 첨단·신기술 발전은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나아가 시장에서 요구되는 스킬이나 직무 역량 역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기술의 활용과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반도체,디지털 등 첨단 산업분야 인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이에 정부는 인재양성 투자 규모를 과감히 확대하며 다양한 기술 분야별 인력양성사업 신설, 대학학과 및 정원 제도 개선, 민관협력 기반의 직업훈련제도 내실화(엄미정 외, 2021) 등의 인재양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학과나 재직자 교육처럼 기업의 요구가 직접 반영되지 않는 한, 정부 주도·대학 중심의 기존 인력양성시스템으로는 “적시”에 “적합한” 인력 공급에 한계가 있다. 인력양성사업 특성상 교육훈련에서 노동시장 진입까지 시차가 존재하고, 실제 기업들도 정규 교육만으로는 필요한 직무 전문성을 갖춘 중·고숙련 기술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KIAT, 2022). 이는 비단 인력 수급 불균형이 양적 문제뿐 아니라 기술 분야 및 수준에 따른 질적 불일치에서 기인함을 알 수 있다.

기업 기술인력 육성 유형 및 한계

기업들이 요구하는 스킬이나 역량은 대학의 이론교육을 통하여 형성되기보다 기업 직무의 현장 지식, 경험, 노하우 등을 습득하는 일종의 숙련과정을 거쳐야 형성된다(김승택 외, 2020). 이에 기업들은 직·간접적 형태로 신진인력을 육성하거나 재직자 재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숙련 수준별로도 고급, 핵심, 실무급 인재별로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기업 주도 혹은 참여 형태의 기술인력 육성의 유형은 기존의 인력 수급이 대학 학위과정과 정부 인력양성사업을 큰 축으로 진행되었음을 고려하여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대학과의 산학협력·연계 프로그램을 통한기술인력 육성

기업은 대학 학위과정과 연계해 현장실습(인턴십), 현장 전문가 활용, 교육과정 공동개발운영, 산학과제, 프로젝트 학위제 등 다양한 간접 형태로 현장 맞춤형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캡스톤 디자인 등(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 2021) 좀 더 직접적 방안으로 기업은 협약 기반 마이스터대를 활용, 기업에서의 업무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하여 실무급 인재를 양성한다. 대기업·중소기업 차원의 계약학과 역시 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활성화되고 있는데 맞춤형 커리큘럼을 통해 산업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채용 연계형 과정과 재직자 재교육 형태의 과정이 있다. 반도체 분야 계약학과는 7개교 360명 체재에서 23년 삼성전자가 과기특성화대까지 확장시켜 10개교 510명 양성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인력수요 감당에 한계가 있어 계약학과 신설 없이도 별도 정원을 20% 추가하여 운영할 수 있는 계약 정원제등을 활용하여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그러나 다양한 산학협력 교육프로그램의 양적 확대 운영에도 불구하고 대학-기업과 상호협력에 기반한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관계부처 합동, 2020, 12). 더불어 산업계의 경험이 풍부하고 검증된 전문가 집단을 확보·활용하며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인하는 문제 역시 쉬운 상황이 아니다. 산학협력 역시 참여 인센티브 부족으로 참여가 저조하며, 대학(산학협력단) 교육수익 중 산업체 투자액은 6.1%(778억)에 불과해 (산학협력실태조사, ’2021) 기업이 협력적 파트너로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규제 완화 및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둘째, 정부 인력양성사업을 기업주도형 형태로전환·활용한 기술인력 육성

기술이 필요한 인력은 기업이 가장 잘 안다는 기조 아래 현장 적합도가 높은 맞춤형 인력양성을 위해 기존 정부 주도 사업 형태를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 주도형 훈련 과정으로 전환·확산해 기술인력을 양성한다. 기업이 보유한 첨단 실무지식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기업 현장 전문가를 강사진을 활용하여 주도적으로 교육훈련을 이끌어간다.

NSF의 ExLENT(’22.10)는 미국의 대표적 신기술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현장 경험의 중요성을 인지, 기업과 교육기관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수준별 교육의 부트캠프, 자격증, 단기에서 최대 2년 이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며 경험적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U의 EIT(혁신기술연구소)는 Deep Tech TalntInitiative(’22.10)를 통해 기업-교육기관-지자체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지식혁신 커뮤니티를 통해 첨단기술 분야 기술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즉 기업의 요구나 수요가 적극적으로 고려된 형태의 인력양성이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 분야 인력양성사업의 대표적 기업주도 프로그램인 K-digital Training은 선도기업, 중소벤처기업, 지역산업계 협의회 주도로 청년 구직자 대상 현장 수요 맞춤형 프로그램이 설계되며 정부는 훈련비, 인프라, 취업연계 등을 지원한다. 반도체 분야도 한국반도체아카데미(’22. 12)를 설립해 기업주도 인력양성에 박차를 가한다. 기업은 프로그램, 강사, 실습환경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여 대학생·취준생 대상 단기전문학위, 소부장 재직자 대상 교육 등을 제공한다.

이외 대표적인 기업주도 디지털인재양성 프로그램중 캠퍼스 SW 아카데미는 기업이 교육과정을 설계,재직자가 강사로 참여, 운영하며 대학은 교육장을 제공하고, 정부는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협력 사업이다. 유사하게 네트워크형 SW 아카데미도 기업수요를 기반으로 지역대학 공동으로 기초과정, 기업이 심화 과정을 연계 제공한다. 그 예로 NHN 아카데미가 경남 김해, 광주에서 NHN 전문가를 활용한 전문심화 교육을 실시하고 협력 업체로 취업까지 연계한다. 그 외 협회·단체와 채용 수요가 있는 중소기업이 멤버십 형태로 맞춤형 과정을 설계·운영 후 중고급 인재를 양성하여 수료생을 채용으로 연계하는 기업 멤버십 SW 캠프가 운영되고 있다.

신기술 분야 정부 인력양성사업은 상대적으로 재직자의 직무 전환/기술 향상보다는 신규인력 양성, 중급수준의 인력양성,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중심으로 추진된다. 신규인력 양성의 시차를 고려한다면 재직자 재교육도 일학습병행 형태로 강화하는 것이 시간과 예산 절감에도 바람직하며, 동시에 기업의 참여 여건 조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열악한 환경을 감안해 지역산업협회· 단체 등을 통해 현장의 요구나 수요에 목소리를 내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별 스킬이나 숙련 수준에 명확한 판단이 없다면 기업에 특화된 교육훈련 과정 설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셋째, 기업의 직접적 기술인력 양성

기업 훈련센터 혹은 사내 대학 등을 설립, 인재를 직접 양성하는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직접 교육 혹은 사회적 공헌 측면에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디지털 선도기업의 경우 삼성 SW 아카데미, 반도체hy스쿨, 우아한테크코스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현장 중심의 프로젝트와 기술 변화를 교육과정에 발 빠르게 적용하면서 정규 교육의 한계를 깨뜨려 왔다. 각 기업 프로젝트 리더 등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과정 설계와 진행에 참여하고, 실제 회사의 프로젝트를 활용하는 등 현장 실무지식과 개발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이점을 강력하게 누릴 수 있다. K-digital Training사업에 새로이 참여하며 정부 지원을 통해 확대되고있다.

나가며

첨단·신기술 출현과 인력 수요 변화 속에서 기술 인력 양성은 기업 쪽으로 점점 추가 기울어지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력은 기업이 가장 잘 안다는 관점에서 대학 산학연계 프로그램 및 정부 주도 프로그램 내 기업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기술인력 육성과 재교육을 바라보는 시각 및 여건은 상이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여전히 재교육이나 신규인력양성에 투자 리스크가 존재한다. 재교육 이후 이직률이 높아지거나 재교육에 대한 필요성이나 기대치가 낮은 경우도 있는 만큼 인력양성을 바라보는 기업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인식 제고를 위한 지원책의 사각지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인지하는 요구 수준별 스킬, 역량 정의 및 미스매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며 이는 기업 주도 프로그램의 차별화로 연계될 것이다. 이에 기업의 수요와 직무·기술 도출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주도형 인력양성이 대부분 채용 연계형으로 귀결되는 만큼, 실습 중심의 교육성과를 평가하는 기준, 취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공인 인증방안 등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기업과의 교류 확대를 통해 그 활용처가 확대되기를 바란다. 중급 혹은 고급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실제 충분한 실무경험과 지식을 갖춘 적합한 수준의 인력을 배출했는지 여부를 인증하고, 선순환적으로 취업에 연계할 수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반 사항이 고려되어 기업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인력양성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