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01



지난 4월 16일부터 23일까지 기업 CEO, CTO로 구성된 독일 혁신 연수단을 현지에 파견해 각 도시를 방문하며 독일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추진 동향을 직접 살펴보았다. 연수단은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를 참관하고,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의 최신 스마트 공장인 Factory 56, 에어버스(Airbus)의 함부르크 공장과 DLR(독일항공우주센터)의 소형 항공기 기술혁신센터 등 독일의 미래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과 기관을 두루 방문하며 벤치마킹 시간을 가졌다.

하노버 메세는 인더스트리4.0의 요람이자 76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산업기술 박람회이다. 올해는 4천여 개 기업이 참가하여 ‘산업대전환과 차별화’를 주제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탄소중립, 인더스트리4.0, 수소 및 에너지 관리 분야의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지멘스, SAP 등 독일 대표 기업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형 부스를 운영했고, 전 세계 참관객 13만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작년보다 늘어난 총 17개 홀에서 기후 중 립적인 생산을 위한 에너지 관리 솔루션과 복잡한 공정을 제어하는 자동화 관련 기술들이 전시되었다.

연수단은 LS일렉트릭, SAP, 보쉬(Bosch) 등 여러 부스를 방문하고 현장 담당자들과 교류했다. LS일렉트릭은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의 부스를 열고 전기차 충전소와 전력 에너지 시장에서 효율성과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을 선보였다. 또한, 미래형 공장 자동화 솔루션인 ‘Solution Square’를 공개했다. SAP는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로 부스 내 마련된 미니 공장과 다른 지역 공장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여기에 엣지 컴퓨팅 기술도 적용하여 공급망 리스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쉬는 수소 생산 기술을 전시했다. 수전해 장비의 핵심인 스택 개발 내용을 소개하고, 관련 시스템을 설계할 파트너를 찾고 있어 한국기업과의 협력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여
러 부스를 방문하며 참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이행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신 스마트 공장으로 주목받는 Factory 56을 방문하기 위해 독일 남서부 진델핑겐(Sindelfingen)을 찾았다. 공장 내부 곳곳으로 쉴 새 없이 부품과 장비를 실어 나르는 무인 운반차 AGV(Automated Guided Vehicle)들이 눈길을 끌었다. 현지 담당자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으로 내연기관 S클래스와 전기차인 EQS를 같은 라인에서 생산하며 생산의 유연성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또한, 차량 개발부터 생산 및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관리하고, 공장 옥상의 태양광 발전과 빗물저장 시스템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생산 방식을 통하여 디지털 전환과 지속 가능한 생산이라는 양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어서 방문한 독일 북부 함부르크(Hamburg)의 에어버스 공장은 유럽에 흩어져 있는 에어버스 생산시설 중 A320 항공기의 최종 조립과 객실 인테리어, 도색 공정을 주로 담당하며 이 제품군의 약 50%를 생산하고 있다. 연수단이 방문한 날에도 공장에는 각국으로 수출할 항공기들이 즐비했다. 에어버스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하여 A320으로 수소 기반의 차세대 비행기를 개발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DLR(독일항공우주센터)는 우리의 항공우주연구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국가 기관으로 독일의 항공우주, 에너지·운송 관련 연구개발을 주도한다. DLR은 독일 전역 55개 연구소에 1만 명이 근무하며 우주 탐사, 기후 연구, 항공우주 안전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연수단은 독일 서쪽 끝 아헨(Aachen)에 있는 DLR의 소형 항공기 기술혁신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기후 중립적인 소형 항공기를 개발 중이며 EU와 협력하여 안전하고 효율적인 도심항공교통(UAM) 인프라 개발과 생태계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 기술혁신으로 제조업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독일 산업계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그들의 노력은 인공지능(AI) 확산과 기후변화라는 공통의 과제를 마주하여 미래 전략을 모색하는 우리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가오는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해나갈 우리 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