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 이후 높아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으로 이어져, 인공지능은 제조업, 의약, 바이오, 헬스분야, 금융 등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되었다. 자율주행 자동차, ChatGPT를 활용한 글쓰기, 인공지능 스피커, 버추얼 휴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광고 등 우리 주변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공지능은 대표적인 아날로그 산업인 물류와 유통 산업에서도 크게 활약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물류와 유통 산업을 혁신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일상과 비즈니스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일상을 파고드는 디지털 물류, 유통 시대의 개막
2020년, 세계는 COVID-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 팬데믹은 글로벌 물류 및 유통 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동시에 디지털 변환의 가속화를 촉발했다. 팬데믹의 발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중단되고, 물리적 거리 두기 및 각종 제한 조치가 시행되었다. 이는 물류와 유통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으며,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급히 디지털화를 추진해야만 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폐쇄와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선호도 증가는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했고, 이는 물류와 유통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요구를 생성했다.
물류, 유통 기업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술은 물류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즉 상품의 추적, 물류 수요 예측, 자동화된 재고 관리 등을 가능하게 하여, 공급망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또한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드론 배송, 로봇 배송, 자율주행 차량 등의 혁신적인 물류 방식이 빠르게 도입되고 발전하게 되었다. 물류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져, 물류 분야의 인공지능 기술 시장은 2017년 5억 달러에서 2025년 100억 달러(추정)로 증가하는 등 연평균 46%의 성장이 예상된다(그림 1).
AI가 주도하는 물류, 유통 지능화
물류와 유통 산업에서 인공지능이 도입되는 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바로 SW 분야와 HW 분야라는 두 가지의 큰 축이다. SW 분야는 고객의 물류 수요를 사전에 예측하여, 물류센터에서 사전에 작업 배치와 재고를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이로써 물류 이동의 병목 현상을 방지한다. 기존에는 물류 전문가의 노하우에 의지하여 물류량을 예측했다. 따라서 전문가가 누구냐에 따라 예측량과 정확도가 변동했다. 인공지능의 등장 이후에는 SNS, 택배 배송량, 검색 트렌드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서 물류량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정확도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예측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류량의 예측을 바탕으로 최적의 물류 이동 경로를 계산하는 것도 SW 분야의 중요한 역할이다. 한정된 물류센터와 물류 이동 장비를 가지고 가장 효율적으로 물류를 유통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이동 경로를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최적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것은 미래에 물류 이동을 로봇과 무인 자동차가 담당하게 될 것이기에 더욱더 중요하다. 이에 따라 구글은 2022년 4월 구글맵 기반 ‘라스트 마일 플리트 솔루션’과 구글 클라우드 플리트 라우팅 API를 출시했다.
이를 활용하여 주소 및 위치를 파악하고 경로를 최적화하여, 구글은 물류 운송을 효율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그림 2). 최적 경로를 이용한 물류의 배송은 도심 지역에서 교통 혼잡을 피하고 배달 시간을 단축하여 연료 소비를 줄이게 해준다. 이는 물류와 유통 산업에서 ESG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재고의 파악과 상품 분류 및 검수도 SW의 중요한 역할이다. 물류센터의 상품 검수는 노동집약적인 분야였다.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하다 보니 오차가 많이 발생했고, 상품 검수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러한 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Vision 시스템을 활용한 상품 검수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카메라를 이용해 상품의 사진을 찍기만 하면, 인공지능이 사진 속에서 상품만을 검출하여 파손 여부를 빠르게 판단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SW 분야뿐만 아니라 HW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 물류센터가 등장함에 따라서, 로봇이 물류센터 내 이동을 담당한다. AMR(Automated Mobile Robots)과 AGV(Automated Guided Vehicle)가 중요한 예이다. AMR은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탐색해서 물류를 안전하게 운반하는 자율주행 로봇이고, AGV는 정해진 경로만을 빠르게 이동하면서 물류를 운반하는 로봇이다.
AMR은 공간이나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이동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AGV는 정해진 경로만을 이동할 수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설치가 용이하고, 빠르게 이동한다는 장점이 존재한다(그림 3, 그림 4). 물류센터 내 물류 이동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물류를 배송하는 단계에서도 무인화된 운송 수단들이 사용된다. 새벽 배송과 같은 배송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율주행 트럭, 배송 로봇, 드론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어 빠르고 정확하게 상품이 배송된다.
AI 기반의 혁신적 풀필먼트 사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기존 물류센터는 상품을 저장하는 단순한 창고에서 풀필먼트(Fulfilment) 센터로 변화하고 있다(그림 5). 풀필먼트 센터는 제품의 수령, 저장, 재고 관리, 분류 및 분배, 배송 준비 그리고 반품과 환불 처리까지 물류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면서 효율적인 제품의 흐름을 보장한다. 풀필먼트 센터는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상품의 운송과 보관에 AGV, AMR, 드론을 투입하여 자동화를 촉진한다. 또한 MR/AR/VR과 같은 웨어러블 장치를 통해 업무 효율을 향상하는 형태로 진화 중이다.
상품이 물류센터에 도달하면 자동화된 로봇들이 상품을 언로딩하고, 이를 중요 위치에 보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동시에, 창고 작업자들은 웨어러블 기술을 이용해 창고 내 중요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한다. 이를 통해 필요한 인력을 감소시키고 작업의 효율을 증진할수 있다. 이외에도 로봇과 드론을 이용한 재고 모니터링 시스템이 창고 내 재고 상태를 지속해서 감시하며, 이상 상황이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관련 담당자에게 알려준다. 모든 운송 및 보관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인공지능에 의해 실시간으로 분석되어, 잠재적 문제에 대해 사전에 조치할 수 있도록 한다.
마무리
인공지능이 물류와 유통 산업에 도입되면,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과 서비스 품질 개선 등을 이룩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을 도입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존재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학습에 필요한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구축된 시스템에서는 데이터의 정제 및 가공이 자동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인공지능을 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내부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저항은 항상 수반된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필요성을 구성원에게 충분히 이해시키기 위한 교육 및 인력개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구성원들의 인공지능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 구조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적합하게 변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살펴봐야 할 사항은 윤리 준수다.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때,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관련된 규제와 법규를 준수하고 데이터의 안전성,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보안 및 프라이버시 정책을 회사 내부에 꼭 수립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도입을 물류나 유통 산업 내부에서 모두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통신 또는 IT 산업과 협력이 필요하며, 풀필먼트,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도입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부지원 프로그램의 활용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