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미국의 ChatGPT가 대중에게 공개된 지 벌써 1년이 넘었음에도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특히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접목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은행 서비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2023년 11월 연합뉴스에서 4대 은행이 2024년 초, 진짜 AI 은행원을 출시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까지 다룰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은행업권의 시도가 제2의 메타버스(Metaverse)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인공지능이 은행 서비스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살펴보고, 향후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할 때 은행의 미래상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은행 서비스에 대한 기본 이해

은행 서비스는 고객 유형에 따라 개인과 기업 은행서비스로 구분된다. 개인과 기업이 동일한 수준의 은행 서비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개인이냐 기업이냐에 따라 업무 기준과 방법이 다르다. 서비스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은행 서비스를 살펴보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며 까다로운 업무처리가 요구된다. 은행은 각종 조회 서비스, 이체, 외화송금, 환전, 금융 상품 판매, 공과금 납부, 보안관리, 기타 금융, 부가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은행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그러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업무처리를 요구하는 강도는 상대적으로 더 높다. 이와 같은 상황을 따져볼 때 과연 인공지능 은행원이 탄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나의 인공지능 은행원이 모든 은행 서비스 업무를 막힘없이 제공하고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를 고려할 때, 인공지능 은행원은 은행의 미래상으로 기대해 볼 법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역할과 기대

2017년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거의 모든 은행 서비스를 디지털 채널인 인터넷뱅킹 웹사이트나 모바일뱅킹 앱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은행 지점을 직접 방문하는 일은 모두에게 연례행사가 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디지털 채널에서의 은행 서비스 이용은 뉴노멀이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뱅킹 웹사이트나 모바일뱅킹 앱이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은행 지점에 가면 3차원 공간(space)에서 시각과 청각을 활용해 자유롭게 의사소통(communication) 또는 상호작용(interaction)할 수 있었던 편리함을 포기해야 한다.

은행 지점에 직접 방문하거나 오래 대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작은 2차원 화면(screen)에 갇힌다. 오로지 시각에만 의존하면서 모든 은행 서비스를 자기 판단하에 이용해야 한다. 궁금한 것이나 모르는 것을 물어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현재 은행은 디지털 채널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인 의사소통의 부재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공지능, 특히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은행이 의사소통의 부재라는 디지털 채널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핵심 기술이다. 즉 인공지능은 은행이 제공하는 디지털 채널의 효용성과, 금융소비자의 디지털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더구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중선이나 후선 업무에 활용되는 인공지능과 달리, 전선 업무에 활용될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금융회사의 수익 증가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고객이 요구하는 금융서비스를 막힘없이 제시하고 고객의 질의에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응답할 수 있으며, 고객이 알아야 할 사항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고객이 작은 2차원 스크린에서 자신이 원하는 은행 서비스를 찾아 헤매야 했다면, 생성형 인공지능이 탑재될 경우에는 고객이 은행 지점을 방문한 때처럼 자신이 원하는 은행 서비스를 인공지능에 요구하면 된다. 고객이 모바일뱅킹 앱을 이용하는 현재 모습과 생성형 인공지능이 탑재된 모바일뱅킹 앱을 이용할 미래 모습을 오픈AI의 달리(DALLㆍE)를 활용해 생성해 보았다. 그림 1의 두 그림을 비교해 볼 때 앞서 논의한 내용들이 실현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국내외 도입 사례 비교

엄밀하게 따지자면 현재까지 은행이 자신의 디지털 채널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탑재한 사례는 전무하다. 해외의 경우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기반 가상 금융비서(AI-powered virtual financial assistant, AI-powered VFA)가 몇몇 대형 은행 중심으로 소개되었다. 국내의 경우에는 인공지능 은행원(AI banker)이 시범적으로 출시되었고, 앞으로 더 출시될 것이라는 소식이 드문드문 들리는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졌고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AI-powered VFA는 2018년에 출시된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에리카(Erica)다. 에리카는 2022년 10월 기준3,200만 명의 이용자를 유치하였다. 또한 매일 평균 150만 명의 이용자에게 문자 및 음성 대화를 통해 계좌조회, 카드 관리, 개인 송금, 거래 보고, 투자 조언 등의 은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성형 인공지능과 가상 인간 기술을 접목해 AI Banker를 구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림 2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KB국민은행은 ‘꿀비서’를 모바일뱅킹 앱에 탑재하기 위해 테스트 중이다. 신한은행은 ‘모물(모르면 물어보세요)’의 데모 버전을 공개하였으며, 우리은행은 ‘AI 뱅커’를 개발하는 단계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AI 은행원을 각각 선보였고, DGB대구은행은 가상 인간인 AI 은행원 ‘한아름’을 개발해 사내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디지털 채널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범주의 은행 서비스를 지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AI Banker는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소개된 AI-powered VFA들도 일부 은행 서비스만을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개된 AI Banker는 해외의 AI-powered VFA들보다 더 제한된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은행의 미래상

ChatGPT는 앞으로 인공지능 은행원(AI Banker)이 사람의 최소한의 개입과 감독하에서, 개인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측면의 은행 서비스를 완전히 자율적으로 제공할 것이라 내다본다. 다만 인공지능 은행원이 탄생하기까지는 앞으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년 이상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기술 발전, 규제환경, 소비자의 신뢰와 채택, 경제적 요인 등에 따라 인공지능 은행원의 탄생 시기가 결정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향후 기술적 진보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은행의 미래상을 인공지능에 국한하여 논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와 로봇 기술의 발전 방향과 속도를 고려할 때, 미래의 은행은 2차원 스크린에 구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3차원 디스플레이 기술이 구현되고 인공지능이 탑재된 생활로봇이 소개되면, 더 편리한 은행 서비스 이용 환경이 제공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의 일이다. 1994년에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 “은행 서비스는 필요하지만, 은행들은 필요하지 않다(Banking is necessary, but banks are not).”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뉴노멀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면 은행들은 사라지고 은행 서비스만 남아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