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01




최근에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법의 거울을 통해 생성형 AI 업무 플랫폼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재미있고 참신했다. 그런데 이번 CES 2024를 참관한 후로 이것이 미래에 구현될 기술이 아니라, CES 2024 출품작들을 조합하면 당장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을 알게 되었다. 거울의 형상은 투명 디스플레이나 스마트 미러로 구현하고, 거울의 생각은 ChatGPT 등과 같은 생성형 AI의 서비스를 연동하며, 거울과의 대화는 이번 출품작들에서도 많이 구현된 LLM의 음성서비스를 활용해 실현할 수 있다.

이처럼 2024년 CES는 AI로 시작해서 AI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AI의 향연(饗宴)’이었다. AI는 최근 5년간 계속해서 CES의 가장 ‘핫한’ 주제였지만, 작년 초부터 시작된 ChatGPT의 고도화 및 API 액세스 제공의 영향으로 본격적인 AI 상용화 기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폰 도입 이후에는 IoT(Internet of Things) 기술이 붐을 일으켰다. 이는 지금도 발전 중인 기술인데, CES 2024를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어가 바로 ‘AIoT(Artificial Intelligence of Things)’였다.

물론 지금까지는 인터넷 없이 AI를 완벽하게 구동하는 On-device AI 제품이 거의 없다. 2024년 CES를 기점으로, 모든 사물에 인공지능을 이식하는 기술인 On-Device AI가 시작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30년 전에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시대가 열렸고, 15년 전에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의 시대가 열렸던 것처럼, 앞으로의 10년은 AI의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이후 양자컴퓨터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는 아마 AI의 시대가 지속될 것이다.

Mega 트렌드가 바뀌면서 Main IT Device에도 당연히 변화가 찾아왔다. 인터넷 시대의 PC, 모바일 시대의 스마트폰과 같이 AI 시대에는 스마트홈과 모빌리티가 그 기능을 담당할 것이다. 즉, AI 시대에는 집과 차가 중요한 IT 도구가 될 것이다. 따라서 IT 회사와 건설사 및 자동차회사의 경계는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퇴색될 것이다. 또한 IT Device의 변화에 따라 컴퓨터에 내려지는 명령 도구도 키보드에서 마우스로, 이후 터치로, 그리고 이제는 대화(자연어)로 발전하고 있다.

CES 2024에서 다루는 카테고리는 약 30개나 된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올해 CES에 관심을 가지게 해준 AI, 모빌리티, 스마트홈 카테고리와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 그리고 스타트업 카테고리로 참관기를 정리해 보았다. 지속가능성이나 인간안보 등과 같이 근본적인 IT의 목적에 관한 카테고리도 충분한 감동과 메시지를 주었지만, ‘가전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라는 타이틀을 되새기며 가까운 미래에 우리 생활의 혁신을 만들어 줄 품목 위주로 참관했다. 이는 예상되지 않거나, 상상은 했더라도 실제 구현되는 모습이 명확하지 않은 콘텐츠 중심이었다. 1일 차와 3일 차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의 일정을 따라 참관했고, 2일 차는 제약회사 직원으로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참관했다. 마지막 날은 유레카관에서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참관했다. 이중 인상 깊게 봤던 제품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CES 2024의 주요 카테고리

Accessibility | 접근성
Advanced Air Mobility | 미래항공 모빌리티
AgTech  | 농업기술
Artificial Intelligence  | 인공지능
Augmented & Virtual Reality  | 증강&가상현실
Cryptocurrency & NFTs  | 암호화폐
Digital Health  | 디지털 헬스케어
Entertainment & Content  | 엔터테인먼트 & 콘텐츠
Family & Lifestyle  | 가족 & 라이프스타일
Fitness & Wearables  | 피트니스 & 웨어러블
Food Technology  | 푸드테크
Human Security  | 인간안보
Gaming & E-sports  | 게이밍 & e스포츠
Marketing & Advertising  | 마케팅 & 광고
Robotics & Drones  | 로봇 & 드론
Smart Cities  | 스마트시티
Smart Home  | 스마트홈
Space Technology  | 우주공학
Sports Technology  | 스포츠 관련 기술
Startups  | 스타트업
Sustainability  | 지속가능성
Travel & Tourism  | 여행
Vehicle Technology  | 차량 기술
Web3 & Metaverse  | 웹3 & 메타버스


 


AI For all

우선 인공지능 카테고리에서는, ‘AI For All’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이는 삼성 전시관에 쓰여 있는 Main copy다. 올해 CES는 여타의 카테고리와 달리 AI가 단연 중심에 있었으며, 마치 AI가 디지털의 Mega 트렌드로 자리 잡음을 알리는 데뷔무대 같았다.  AI는 앞서 언급한 CES의 여러 가지 카테고리와 결합하여, 각 카테고리가 더욱 스마트해지는 기반 기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순수 AI 기능만으로 해석되는 협의의 목적과 분석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듯하다. 

Cobot - 일상생활의 집사(執事) 로봇으로 변신

로봇은 업무영역을 확장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ES에서는 집사 로봇, 요리 로봇, 배달 로봇, 반려동물 돌보미, 마을 단위의 방범을 담당하는 로봇 등이 부스마다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코봇(Cobot)’이라는 개념으로 사람과 함께 일상에서 우리를 보조하는 로봇이다. 두산은 이번 CES에서 10여 종의 로봇과 모빌리티를 선보였는데, 특히 ‘오스카 더 소터’라는 이름의 분리 로봇은 다양한 장점을 자랑했다. 이 로봇은 기존에 이미지를 학습하여 사물을 구별하는 비전 알고리즘을 대신해, 무게와 촉감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학습한다. 덕분에 인식 정확도가 향상되고 구현 비용이 절감된다. 의약품 물류회사를 운영하는 당사뿐만 아니라 중견·중소 물류회사도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도에서 공개한 주차 로봇 ‘Parkie’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따라서 주변 장애물, 주행로, 번호판 등을 인식하고, 바퀴 간의 거리 및 주차 대상 차량의 무게중심 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주변의 마트나 기타의 주차장에서 주차 시간과 비용을 계산해 주시던 분들이 최근 2년 내 키오스크로 대체된 일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이제는 대리주차(Valet Parking)를 해주시는 분들도 곧 큰 경쟁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모빌리티 - SDV(Software Defined Vehicle)의 자리매김

CES가 세계 최대의 모터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올해도 여지없이 최고의 핫플레이스에 자리 잡은 많은 종류의 모빌리티를 참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벽녘 청계천 일대에 자율주행 버스가 상용화된 현재,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기술이 되었다. 대신 수소를 주원료로 하는 모빌리티,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 자율/원격 경작이 가능한 농기계까지 형태와 구성을 지속해서 변화시키며 발전하고 있었다.

특히 올해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즉 자동차의 중심이 기계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Device로 바뀌는 트렌드가 자리 잡는 모습이었다. 앞에서 언급하였던 모빌리티가 이제는 탈것이 아닌, IT Device들을 컨트롤하는 Platform Device로 발전하리라 예상된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회사에서 OS를 개발하고, SW 전문회사와 M&A하거나 MOU를 맺어 사업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또한, 기존에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있는 회사들이 역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봤던 출품작은 LG전자에서 만든 자동차, ‘알파블’이었다. 자동차 프레임만 빼고 모두 만든다는 모토 아래 LG전자의 SDV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진단 → 치료 → 예방’으로 발전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제약회사의 직원이기에, CES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본 카테고리는 디지털 헬스케어였다. 매일경제 주최의 사전세미나에서 설명된 바와 같이, 디지털 헬스케어는 최근 3년간 CES 혁신상 수상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각종 규제와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부재로 인해 타 영역에 비해 발전 속도가 더디다. 그러다 보니 최근 3년 연속 혁신상 1위를 차지했지만, 혁신상 수상 자체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77개 → 72개 → 48개).

또한 기존에 치료나 진단 의학의 영역에서,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자가 진단 및 예방 영역으로 발전 방향이 변화한 모습이었다. 특히 AI 붐을 타고 가전제품과 가구 등의 일상 용품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화장실 변기, 침대 또는 베개, 마사지 기계 등 스마트홈에서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Device들로 진화하고 있었다. 향후에는 뷰티와 Food 등 컨슈머 영역으로도 확장하리라 기대된다.




 



스마트홈 - ICT Mega Device로의 선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집이 차세대 IT의 중요한 도구로 대두되어, 삼성이나 구글 등 빅테크들이 모든 AI 기반의 가전제품을 컨트롤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오픈 마인드로 전 세계 가전제품 제조사들을 본인들의 스마트홈에 초대하는 중이다. 일례로 삼성전자에서 협업하고 있는 스타트업 중 ‘스타일봇’은 스마트옷장을 출시하여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옷장에 본인의 옷을 업로드하면 어울리는 옷을 골라주고, 필요시 쇼핑몰에도 연결해 준다.

특히, 올해 CES에서는 스마트 미러와 연동하여 붙박이장이나 가구에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되었다. 주요 타겟팅 수익원은 건설사 및 쇼핑몰, 가구회사다. 국내 빅테크의 최강 아이템인 디스플레이 영역에서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선보여졌다. 에어컨이 스탠드형에서 벽으로, 다시 천정으로 10년 동안 이동해 갔듯이, 머지않아 신축 하우스의 TV가 실내 유리 창호로 옮겨지고, 자동차의 유리창도 탑승자의 TV/모니터로 사용되는 날이 올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저력

삼성, LG, 현대, 두산 등 대기업의 맹활약도 멋있었지만, 유레카관에 포진해 있던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도 감동적이었다. 한국의 전시 부스들을 먼저 돌아본 뒤 그 기술이나 참신함에 매료되었다. 이후 각국의 전시 부스를 돌아보니 그 격차가 마치 김이 빠진 사이다를 먹는 것과 같았다. 스위스나 네덜란드, 이탈리아처럼 세련되고 통일된 연출의 부스는 아니었지만, 한국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느낌이 좋았다. 국내외 참관객들에게 선뜻 다가가서 말을 건네는 대한민국 젊은 사업가들의 적극성과 유창한 영어 실력도 놀라웠다. 다만 한국 내 전시주관 기관이 많았고 운영 기준도 다르다 보니, 카테고리나 콘택트포인트에 혼선이 있던 것이 아쉬웠다.





참관을 위한 사전 준비의 아쉬움

CES를 막연히 코엑스보다 2~3배 큰 전시회 정도로 생각하고 준비 없이 참석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해당 기간에는 라스베이거스 직항을 구할 수 없을 것임을 인지하고 일정을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이를 예상하지 못했고, 가장 가까운 공항인 LA 공항과의 거리는 한국에서 김포-김해공항 정도의 거리였다. 그리고 본 행사장이 한 건물이 아니라 세 군데로 나뉘어 있어서, 행사장 간 거리도 염두에 두고 일정을 준비해야 했다. 각 건물 사이의 거리가 서울 도심으로 비유해 보면 코엑스와 잠실 롯데월드 정도이다. 이를 고려하지 못해 동선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4,000개가 넘는 참가기업 부스를 모두 관람할 수는 없으므로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전학습이 필요했다. 특히 신사업을 위한 아이템을 찾거나 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한 킬러 콘텐츠 발굴을 위해서라면 더욱더 예 · 복습이 필요했다. LVCC Central Hall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이를 느꼈다. 혹시 CES 2025에 첫 참관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에 대한 준비가 필요함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다행히 산기협에서 예외 사항에 대한 여러 가지 플랜 B를 준비해 주셔서 참관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많은 도움을 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참관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