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라는 키워드가 기업을 경영하는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고객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지만, 경영인들조차 관련된 개념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경험 디자이너 그레이 홀랜드(Gray Holland)는 경험 사이클(Experience Cycle)을 통해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고객 경험(CX, Customer eXperience), 브랜드 경험(BX, Brand eXperience) 간의 관계를 설명했다. 사용자 경험(UX)이란 디지털 상호작용에 있어 사용자가 생각하고 느끼는 경험을 의미하고, 주로 앱/웹이나 제품 등 단일 경험을 대상으로 한다. 이에 비해 고객 경험(CX)은 미래의 사용자, 즉 잠재고객을 포함하여 제품의 인지(Attention)-흥미(Interest)-검색(Search)-구매(Action)-공유(Share)의 고객 구매 전 과정을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더 확장된 개념으로서 브랜드 경험(BX)이란 UX와 CX를 기반으로 해 브랜드 신뢰로 이어지는 총체적인 과정을 말한다.
고객 경험(CX) 디자인 전략은,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조직 전반의 접근 방식을 재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콜롬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마케팅 교수인 번트 슈미트(Bernd H. Schmitt) 교수가 2003년 저술한《CRM을 넘어 CEM으로》에서 제시한 고객 경험 관리(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의 수단적인 개념이다. 재화나 서비스의 정보 탐색부터 구매 후 평가 단계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기업의 브랜드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면서 생기는 경험을 관리하는 과정을 뜻한다.
베인(Bain&Company)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362개 기업을 대상으로 고객 중심 경영에 관한 조사 결과, 약 80%의 기업들은 스스로 경쟁사보다 차별화되고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당신과 거래하는 기업이 경쟁사보다 차별화되고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약 8% 고객만이 “그렇다”라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고객 경험을 바라보는 기업과 고객 간의 관점에 극명한 차이가 있음을 반증하며, 동시에 고객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경험을 각인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객 경험은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일까? 본 글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빛나게 하기 위해 더 나은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는 전략을 6단계의 프로세스로 설명하고, 몇 가지 시사점을 함께 논하고자 한다.
Step 1.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을 이해하기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는, 고객의 현재 경험 상태가 어떠하며 어떠한 생각과 느낌이 드는지 단계별로 이해하는 것이다. 서비스 종료 후 고객의 경험은 단편적이기보다 총체적으로 각인되며, 기대 이하의 서비스에서 불만족, 기대 이상의 서비스에서 만족한다.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란 고객이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는 과정이나 단계, 즉 고객이 처음 정보를 탐색하는 단계에서부터 서비스 제공이 완료되는 순간까지를 그림이나 사진, 도표 등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고객 여정을 관리하는 것은 CX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고객 여정은 터치 포인트(고객 접점)보다 비즈니스 성과와 훨씬 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tep 2. 고객의 주요 가치 예상하기
고객 여정을 정의한 후에는, 아래와 같은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문제 상황과 기존 서비스의 부족한 대처 등을 중요 터치 포인트별 주요 경험 요소로 파악한다.
• 고객 여정 중 어느 단계에서 고객이 행복/불행해하는가?
• 고객 여정에서 무엇이 새로운 고객 경험을창출/방해하는가?
분석 결과 도출된 경험 요소와 고객의 기대 및 실제 경험을 통한 만족도 차이를 특정하여, 고객 경험 개선 및 증진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이러한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석된 고객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개선이 가능한 서비스영역을 도출하고, 이로써 해결 가능한 고객의 주요 가치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Step 3. 새로운 고객 경험 제안하기
설정된 고객의 주요 가치 실현을 위한 개선안에 관해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개선안을 검증하여 개선된 계획을 매핑하는 단계이다. 새로운 고객 경험은 차별화 정도(Differentiation)와 임팩트(Impact)에 따라 무작위 경험(Random Experience), 예측 가능한 경험(Predictable Experience), 브랜드화 경험(Branded Experience)으로 나눠진다. 고객 여정의 맥락성을 고려하여, 고객경험관리의 선순환 프로세스가 이어질 수 있도록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서비스를 실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tep 4. 고객 경험 정합 및 최적화하기
다양하고 복잡한 요구를 가진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고객 경험 여정이 단숨에 탄생하기는 매우 어렵다. 기업의 입장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경쟁사와 다른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것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므로, 큰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설정된 고객 경험을 그대로 실현하기보다는, 현재 가용 자원을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 터치 포인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세 차원으로 나누어 실현 가능한 서비스 수준으로 최적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Step 5. 과정 및 가이드라인을 문서화하기
고객 경험은 고객의 행동과 기대가 상황 및 성별, 나이, 거주지역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므로 간단히 규정하기 매우 어렵다. 문서화되어 있지 않은 채 계획된 고객 경험은 해당 업무의 담당자가 교체되면 전혀 다른 방식의 고객 경험으로 전환되어 일관된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최적화한 과정을 간단하게라도 표준으로 규정된 문서로 정리해야 한다. 회사 내부 인원이 동일한 고객 경험의 비전과 실행 과정을 문서화하는 단계는 필수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Step 6. 지속적인 평가와 혁신 실행하기
앞에서 기업과 고객의 관점 차이에 대해 논하였듯이, ‘완벽한 고객 경험을 추구하는 것’은 ‘본인이 설계한 고객 경험이 완벽하다고 믿는 것’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제품을 팔고 난 후 AS 접수 건수와 내용으로 제품에 대한 성과를 예측했던 이전과 달리, 디지털 서비스는 고객 여정과 함께 다양한 고객 행동 데이터가 쌓이고 실시간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전 CRM 시대의 주요한 고객 관리 지표인 NPS(Net Promoter Score) 이외에도 CLV(Customer Lifetime Value), CES(Customer Effort Score) 등의 지표를 통해 고객 경험 디자인의 효과를 측정하고, 이를 비즈니스 역량 평가의 지속적인 성과 관리에 활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의 성공적인 기업 운영을 위한 고객 경험의 혁신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할까? ①메타버스 시대의 도래 ②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 ③지속가능한 기술로 요약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고객 경험을 혁신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확장 현실에서의 경험은 고객의 기대 수준과 터치 포인트 전체의 재정의를 새롭게 요구할 것이다. 또한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의 세세한 필요와 선호를 파악 가능하여, 이에 맞는 디테일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기술은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중심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으며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국내의 더 많은 우수한 기업들이 지속적인 혁신과 변혁을 토대로 고객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Bain & Company (2020) Customer Experience Tools and Trends: Let No Tool Stand Alone
Bernd H. Schmitt (2003) 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 A Revolutionary Approach to Connecting with Your Customers
Harvard Business Review (2023) From Consumer Complexity To Profitability With AI
McKinsey & Company (2016) From Touchpoints to Journeys: Seeing the World as Customers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