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전기차 보급의 확대와 사용후 배터리 발생량 증가

전기차 보급의 확대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전기차의 수명을 10년으로 가정하면 사용후 배터리 발생량이 2020년 275개에서 2030년 10만 7,500개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 배터리는 폭발/화재의 위험성이 있고 사고 시 유해한 가스를 방출하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의 신속하고 안전한 처리가 필요하다. 전기차에서 탈거한 사용후 배터리는 성능평가 후 잔존가치에 따라 용도를 분류한다. 잔존가치가 높은 배터리는 폐기하지 않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소, 골프카트, 캠핑용 배터리 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 할 수 있으며 잔존가치가 낮거나 이상열화가 발생한 배터리는 완전 폐기 후 재활용 처리를 통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유용한 자원을 회수한다. 

사용후 배터리를 팩이나 모듈 단위로 해체 후 재조립하는 재사용 처리는 배터리를 완전 파괴 후 희유금속을 강산에 녹여 추출 후 분리/정제하는 재활용 처리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간단한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배터리 제조공정 중 발생하는 폐스크랩 물량 증가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배터리 재사용 산업은 아직 사용후 배터리의 물량이 충분하지 않고 관련 법령, 인증체계 및 수익모델의 부족으로 인해 활성화가 저해되고 있다.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 산업 이슈

배터리 시스템은 그림 2와 같이 세 가지 주요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셀’은 배터리의 기본 구성단위이며 여러 개의 셀이 ‘모듈’로 그룹화되고 모듈이 모여 배터리 팩을 이루게 된다.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은 주로 팩과 모듈을 대상으로 하며 셀의 경우 해체 중 손상 및 해체 비용 증가로 인해 재사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의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의 플랫폼에 배터리를 장착하여서 차종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셀-모듈-팩이 사용되었다. 최근 생산되는 전기차는 전기차 전용플랫폼에 표준화된 모듈을 탑재하고 있으며 다양한 차종에 적용되는 모듈의 모양과 성능이 표준화되면 모듈 단위의 재사용이 유리해진다. 그러나 전기차의 주행거리 개선을 위해 모듈 부품을 삭제하고 셀을 모아 팩을 구성하는 셀투팩 구조의 배터리의 경우 모듈 단위의 재사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의 구조에 따라 재사용 배터리의 최적 단위 및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현황을 보며 배터리 재사용 산업을 준비해야 한다.


 

배터리는 전기차 사용 환경에서 반복되는 충·방전 과정 중 용량 및 출력이 감소하며 사용후 배터리는 전기차의 주행거리 및 사용패턴에 따라 상이한 열화도를 지니게 된다. 특히 리튬석출, 가스발생 등 비정상 열화가 발생한 배터리는 재사용 중 내구가 취약하거나 화재나 폭발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용후 배터리를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용량, 출력, 내구 및 안전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진단 항목 중 용량이나 출력은 배터리의 추가적인 손상 없이 검사가 가능하지만 내구성능 및 안전성의 경우 비파괴로 평가가 어렵다. 반복된 충방전을 통해 사이클 수명을 측정하거나 진동, 충격, 과충전, 단락 등 안정성을 측정한 배터리는 손상으로 인해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전기차용 신규 배터리를 개발할 때 대표 샘플을 선정하여 내구 성능과 안정성을 평가하고 동일 조건에 제조한 배터리는 동등한 성능을 지니는 것으로 간주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사용후 배터리는 사용 이력에 따라 배터리의 열화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대표 샘플 평가를 통해 내구성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어렵다. 이렇게 사용후 배터리의 내구성능이나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나 인증 없이 재사용이 될 경우 위험도가 증가하며 사고 발생 시 귀책 및 해결 방안을 제시할 대상이 불분명하다.

재사용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고속 진단, 저비용 해체, 재사용 배터리 설계 및 운용 기술 등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재사용 배터리의 사용기한 동안 성능과 안전을 보증할 수 있는 인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기차 개발 단계에서 신규 배터리의 충분한 검증을 통해 전기차 사용기간 중 배터리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처럼 재사용 배터리로 추가 사용하는 기간을 고려하여 배터리의 실제 수명이 만료되는 시점까지의 성능, 내구, 안전 품질 검사가 필요해 보인다.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산업 이슈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의 주요 경쟁국인 중국, 미국, 유럽 등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은 저가의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은 배터리 전 과정 탄소절감과 친환경 재활용을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EU는 2027년 배터리 제조 전 과정 탄소배출 상한 규제를 실시하고 2030년부터 재활용 원료(리튬, 코발트, 니켈) 최소 투입량 규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배터리의 전 과정 탄소 발생량은 5.3톤 수준으로 전기차 전체 제조공정의 48%를 차지한다. 배터리의 양극 소재는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탄소 배출 중 약 30%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EU에서 규제하는 재활용 금속은 모두 양극재의 원료이다. 따라서, 양극재 제조 중 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 원료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잔존가치가 낮은 사용후 배터리는 폐기 후 재활용 처리를 통해 양극재의 주요 성분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희유금속을 회수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그림3과 같이 ①배터리를 완전 방전하고 파분쇄를 거처 양극재를 포함하는 블랙파우더를 제조하는 물리적 전처리 공정과 ②배터리를 고온 용융로에서 처리 후 희유금속을 합금 형태로 회수하는 건식 공정이 있다. ①,②를 통해 얻은 분말은 침출, 용매추출, 탈거 단계를 포함하는 습식제련 공정을 통해 고순도의 금속으로 분리하게 된다. 

국내외 재활용 대표 업체는 연간 10만 톤 이상의 폐스크랩을 처리하는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활용 공정의 탄소, 폐수 발생 저감 및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회수한 금속으로 배터리를 생산할 경우 신규 배터리 제조공정과 비교하여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절감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Nature substantiality (2019) 2, 148). 또한 재활용 공정 중 산염기 중화 및 용매추출 단계에서 다량의 망초 (Na2SO4) 폐수가 발생하여 공정 인프라 설치 장소가 제한되고 폐수처리 비용이 발생한다.재활용 산업의 수익은 회수한 금속의 판매가격과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최근 전지사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고가 금속인 코발트의 사용량을 줄이고 있고 더 나아가 코발트 프리 양극재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코발트, 니켈 등 고가의 금속 대신 저가의 철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판매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도시광산 기술의 공정을 개선하고 폐수를 처리하는 기술과 자원 순환 루프를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재활용 기술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 배터리 제조공정의 원료 흐름(그림 4)을 보면, 광물이나 염호에서 금속원료를 확보하여 배터리 양극재를 제조하고 전지에 적용한다. 앞서 설명한 도시광산 기술은 폐양극재를 강산에 녹여 완전히 파괴한 후 고순도 금속을 회수하여 다시 양극재를 제조하는 공정이다. 차세대 재활용 기술로 제안되고 있는 폐양극재제조 기술은 양극재를 파괴하지 않고 분리하여 초기성능으로 복원하거나 신품 대비 성능이 개선된 제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기술이다. 양극재를 직접 재활용할 경우 탄소 발생량을 1/3 수준으로 낮추고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수익을 크게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산업 활성화를 위한 도전과제

배터리의 전주기 탄소발자국 및 재활용 원료 사용 최소 비율 규정 등 국제적인 규제 환경에서 사용후 배터리 기술 역량이 배터리 산업의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사용후 배터리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며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산업 활성화를 위해 ①재사용 배터리 품질 인증 시스템 구축 및 안전하고 경제적인 재사용 배터리 제조/운용 기술과 ②배터리 생애 전주기 탄소 배출 저감 및 환경오염 최소화를 위한 친환경·고부가 재활용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