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of-the-art 이차전지, 리튬이온전지
현재 리튬이온전지가 state-of-the-art 이차전지로 평가받으며 사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일본 소니社에 의해 1991년 최초로 상용화된 이후 핸드폰, 노트북 등 소형 모바일 IT 기기에 주로 사용되어 오다가 전기자동차에 탑재되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 예측기관마다 성장률에 대한 예측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기관이 공통적으로 CAGR 1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예측하고, 2025년경이 되면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 약간 특수한 성격을 지닌 중국 시장을 제외한다면 시장점유율 1위를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추격이 매우 맹렬하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우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기술력을 무기로 이에 대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튬이온전지는 앞으로도 이차전지 시장에서 매우 오랫동안 주력 이차전지로 사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왜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들이 차세대 이차전지를 연구하고 있고, 이의 향후 전개 방향은 어떻게 될지, 이를 논해보고자 한다.
리튬이온전지도 차세대 이차전지?
차세대 이차전지라는 용어는 계속하여 사용되어 왔다. 리튬이온전지도 차세대 이차전지였다. 리튬이온전지 이전에는 니켈카드뮴전지가 주로 사용되었고, 이후 니켈수소전지도 사용되었다. 그 이전에는 납축전지가 사용되었었다. 즉, 납축전지가 주로 사용될 때는 니켈카드뮴/니켈수소전지가 차세대 이차전지였다. 니켈카드뮴/니켈수소전지가 사용될 때는 리튬이온전지가 차세대 이차전지였다. 기존 이차전지가 존재하기는 하나, 응용처의 특성, 소비자의 기대치 등에 의해 새로운 이차전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이차전지에 관한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것이다.
새로운 이차전지가 개발되었다고 해서 기존 이차전지의 시장을 새로운 이차전지가 모두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리튬이온전지가 개발되었어도 이것이 납축전지의 시장을 완전히대체하지는 않았다. 실제 내연기관에 탑재된 납축전지는 여전히 리튬이온전지로 대체되지 않고 있다. 각각의 이차전지는 그들 고유의 특성이 있기에 응용처에서 필요로 하는 스펙을 맞추기 좋은 이차전지가 사용되는 것이다.
시장 규모를 보더라도, 2017년까지는 납축전지의 시장 규모가 리튬이온전지보다 컸다. 1991년에 리튬이온전지가 상용화되었지만, 기존 이차전지의 시장 규모를 능가하는데 2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새로운 응용처인 전기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즉, 새로운 이차전지는 기존 이차전지 시장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이차전지 시장을 팽창시키면서 성장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리튬이온전지의 한계? 소비자의 높은 기대치!
리튬이온전지도 기술의 산물이다. 따라서, 당연히 이론적인 한계치가 존재한다. 이중 특히 중요한 세 가지 관점으로는 에너지밀도, 가격, 안전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에너지밀도를 살펴보면, 1991년 최초 상용화 시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밀도 대비 현재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밀도는 약 2~2.5배 증대되었다. 셀 관련 공정 기술과 핵심 소재 관련 기술의 개발을 통해 이론적 한계치에 거의 다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밀도는 대략 250~300Wh/kg 수준이다. 획기적인 공정이나 소재가 개발되어 채용되지 않으면, 이를 기술적으로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이를 뛰어넘는 혁신 공정과 신소재가 개발된다면, 이는 리튬이온전지로 칭하기보다는 차세대 이차전지의 영역으로 분류되며 새로운 명칭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소비자의 기대치는 매우 높다. 현재 일충전주행거리가 약 500km 수준인 전기차가 출시되고 있으나, 이보다 더 긴 일충전주행거리를 가지는 전기차가 요구되고 있다.
가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리튬이온전지는 대략 100 $/kWh 수준이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을 시기이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 변동에 따라 전지의 가격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원자재가 특정 국가에 편중해 매장되어 있고 이의 제련 및 정제 또한 중국에 의존도가 높아, 리튬이온전지의 가격을 더 낮추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더욱 싼 이차전지와 이를 탑재한 전기자동차를 요구하고 있고, 이는 당연한 요구이다. 전기자동차의 화재 발생 비율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그것보다 낮다. 비율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전기차에 불이 나는 경우 매우 급격하게 불이 붙고, 또한 불을 끄기가 어렵다. 언론을 통해 인사 사고가 있었다는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일으킨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나, 궁극의 안전한 전지에 대한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 또한 당연한 요구라 생각한다.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이러한 한계치들을 극복하려는 연구·개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연구·개발이 진행되겠지만 새로운 개념, 즉 차세대 이차전지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연구·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차세대 이차전지를 통해서는, 또 다른 장점과 특성을 가지는 이차전지의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현황 및 적용 시장
리튬이온전지가 비록 잘 쓰이고 있으나, 모든 응용처에 리튬이온전지를 동일하게 쓰는 것이 맞는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높은 에너지밀도, 출력 등의 특성을 가지고 전기자동차, 소형 전자기기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시장이 크게 펼쳐질 전력저장, 웨어러블 기기,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등 모든 응용 분야에 리튬이온전지가 최적인 것은 아니다. 소위 BoT(Battery of Things, 사물 배터리) 시대가 되면 이 수요를 리튬이온전지가 모두 감당할 수 없고, 또한 그러는 것이 효율적이지도 않다.
현재, 집중적으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로는 전고체전지 기술, 나트륨이온전지 기술, 리튬황전지 기술, 리튬금속전지 기술을 들 수가 있다. 각각 차세대 이차전지의 고유 특성을 가지고, 특정 응용처에서 장점을 가지는 시스템들이다. 전고체전지의 경우 극강의 안전한 전지이다. 전기자동차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전지 3사인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에서도 개발하고 있고, 일본의 도요타社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수많은 스타트업과 중국의 많은 기업들도 전고체 전지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나트륨이온전지는 지구상에 매우 풍부한 원소인 나트륨, 철, 망간 등을 활용하여 만드는 이차전지로, 경제성이 뛰어난 이차전지이다.
전력저장, 신재생에너지 저장 등 MWh~GWh급으로 대규모 사용에 유리한 시스템이다. 이뿐 아니라 퍼스널 모빌리티 등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곳에도 사용될 수 있다. 중국의 CATL이 상용화를 선언했고, 미국의 Natron Energy, 영국의 Faradion 등이 개발하고 있다. 리튬황전지는 중량당 에너지밀도가 높은 이차전지이다. 즉, 가벼운 전지이다. 가벼워서 UAM, 드론, 항공기 등 가벼운 특성이 중요한 부분에 우선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미국의 Sion Power, 영국의 Oxis Energy 등이 개발하고 있다.
리튬금속전지 기술은, 정확히는 리튬금속 음극 기술이다. 리튬금속의 경우 충·방전 과정에서 수지상이 형성되고 불안정하여, 이를 안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할 경우 활용도는 매우 높다. 현재의 리튬이온전지 음극 전극을 대체하거나 전고체전지, 리튬황전지, 금속공기전지 등의 음극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각각의 전지 시스템으로 들어갈 때 추가 연구를 통해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리튬의 수지상 형성 억제라는 공통 기술을 우선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 연구소, 학교가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로써 리튬공기전지, 다가이온전지, 수계아연전지, 레독스흐름전지 등 관련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로드맵
세계 각국은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차세대 전지 초격차 R&D 전략”을 2023년 4월에 수립하였고, 이차전지 관련 연구개발 로드맵을 수립하였다. 이의 후속 작업으로 차세대 이차전지 관련 기획을 추가 진행하여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수립한 바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이차전지를 12대 국가 전략기술로 선정하였다.
4대 중점기술로서 ‘리튬이온전지 및 핵심 소재 고도화’,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셀’, ‘이차전지 모듈·시스템’, ‘이차전지 재사용·재활용’을 선정하고, 이들의 구체적인 기술 개발 및 생태계 조성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추진 방안들을 실제 추진해 기술의 초격차를 확보하고,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이 리튬이온전지 및 차세대 이차전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과 연구개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