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R&D



최근 정부는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를 심의·의결하며 선도형 R&D로의 전환을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01. “2030 과학기술 5개 강국 도약을 위해 R&D를 R&D답게, 대한민국 미래에 투자” 를 비전으로 설정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하는 혁신R&D에 10조 원을 집중 투자할 것으로 제시하였다. 이와 함께 ‘나눠주기식 사업’, ‘성과 부진 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그 결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예산은 25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7%(5조 2,000억 원)가 감소했다. 특히 주요 R&D 예산의 경우 3조 4,500억 원 감소한 21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9%가 줄어들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감소에 대해 연구 현장의 우려도 상당 존재하나, 정부는 핵심 분야로의 투자가 확대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가전략기술분야 예산은 5조 원으로 2023년보다 6.3% 늘었고, 첨단바이오 16.1%, 인공지능 4.5%, 양자 20.1%, 반도체 5.5%, 이차전지 19.7% 등 7대 핵심 분야에 대한 예산은 대폭 증가했다. 


 

핵심 분야의 예산 증가와 함께 정부는 국제협력 분야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 심화, 전략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우방국 간 소다자 협력체계 구축 등의 현황을 직시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22)」,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2022)」등을 통해서도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이는 2024년 예산 배분·조정에 본격 반영되었다. 특히 “글로벌 연대를 통한 초일류 혁신역량 확보 및 세계 최고 인재 양성”을 위해 ‘글로벌 R&D 플래그십 프로젝트 추진 및 협력체계 구축’, ‘전략적 국제공동연구 확대’ 등을 제시하며 국제협력 분야에 집중투자 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 ‘보스톤바이오협력 프로젝트’ 등 플래그십을 통해 국제사회 선도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 등을 적극 추진하고, 해외 협력거점 구축 및 해외우수과학자 유치 등 인적교류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을 제시했다02. 이와 함께 국가전략기술 분야 투자 확대의 연장선상에서 전략기술별 협력방식 및 임무 세분화 등을 통해 우수 연구기관과의 전략적 국제공동연구 추진을 위한 투자를 강화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국제협력·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예산을 약 1.1조 원 규모로 확대하였고, 산업부도 국제 R&D 예산을 2023년 2,165억 원에서 2024년 2,800억 원으로 약 29.3% 증액하였다. 2022년 기준 과학기술 국제협력 예산이 약 4,123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03 2024년 국제협력 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04


 

과학기술 국제협력 분야 예산의 급격한 증가는 국제협력에 대한 국내 인식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더구나 최근 과학기술협력의 영역이 공동연구 등 단순한 협력 활동의 범위를 넘어 ‘과학기술외교05’ 측면에서 경제, 안보의 영역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과학기술 국제협력에 대한 중요성 인식과 적극적인 지원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에 기반하여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보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3가지 측면의 기반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첫 번째는 과학기술 국제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국제협력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가 부재하다. 각 부처는 각자의 기능과 역할에 맞춰 국제협력 계획 및 사업을 기획·운영하고 의사결정하고 있어 과학기술 국제협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합성이 높지 않다. 이에 과학기술 국제협력 정책 및 전략, 예산 배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적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서는 법령 신설/개정, 기능 및 역할 설정, 예산확보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정부는 현재의 국가과학기술정책 거버넌스 내 “특별위원회” 등 설립을 통해 범부처 과학기술 국제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발 빠르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가 과학기술 국제협력 추진의 체계성을 마련하고 과학기술 국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중장기적 과학기술외교·국제협력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전략적 과학기술 국제협력 추진을 위한 정책이나 전략은 부재하다. 각 부처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 방향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과학기술 국제협력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기획·운영하는 상황이다. 최근 과기정통부와 외교부가 「과학기술외교 전략(안)(2019)」을 수립하며 과학기술외교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 KISTEP과 함께 주요국 과학기술협력 아젠다 발굴 및 협력전략 수립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06, 범부처 차원의 후속 전략이나 정책은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 내 기술패권 경쟁 등이 심화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국제협력 방향 설정과 중장기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각 부처는 중장기 전략을 기반으로 협력대상, 협력분야, 협력방법 등의 구체적 실행전략을 수립하여 과학기술 국제협력 기반의 국익 창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민간·산업 중심의 국제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은 국가 간 정책적 경쟁과 더불어 민간과 산업을 중심으로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첨단기술에 대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법안 신설 등 선제적 제도지원을 하며 자국의 기술, 기업 및 산업을 보호하고, 민간은 이러한 정부 정책·제도적 지원을 기반으로 산업 분야별 생태계를 자체적으로 구축07하며 자국 내 선도기업 간 협력 및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연구개발과 국제협력의 주체가 정부, 대학, 출연연 등 공공부문에서 민간을 중심으로 확대되어 현재의 첨단기술 중심에 민간과 산업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민간이 활발한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민간은 과학기술 국제협력 체계 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첨단기술 확보 및 시장진출 등의 기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 국제협력은 추격형 과학기술정책의 일환으로 과학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자 연구개발 과정에 고려할 수 있는 요소로 인식되었었다. 최근 첨단기술 중심의 기술패권 경쟁과 전략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우방국 간 협력체계 구축 추세는 과학기술외교·국제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기술 국제협력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함께 체계적, 전략적 국제협력 추진 기반을 마련한다면, 첨단산업기술에 대한 산업계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꾀할 수 있는 기회이자, 과학기술역량을 기반으로 국제사회 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발판이 될 것이다.


01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4회 심의회의(2023.8.22)
02  신약개발 기반 마련, 의사과학자 연구협력 등 ‘보스톤 바이오협력프로젝트’
에 845억 원, 해외우수과학자유치 등 인재활용확산지원에 491억 원(’24년) 지원 예정
03  과학기술외교 추진전략 및 체계기반 구축 연구(KISTEP, 2022) 참고
04  국내 과학기술 국제협력 예산 비중은 과기정통부와 산업부가 약 90%를 차지하고 있어, 2개 부처의 증액된 국제협력 예산을 고려하면 2024년 과학기술 국제협력 예산은 약 1.5조 원 규모로 전망
05  미국 AAAS 및 영국 왕립학회는 ‘New frontiers in Science Diplomacy(2010)’ 보고서를 통해 과학외교(Science Diplomacy)의 개념을 제시, 국내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외교(S&T Diplomacy)라는 개념으로 활용술 국제협력 예산은 약 1.5조 원 규모로 전망
06  KISTEP은 2020년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외교’ 사업 전담기관으로 지정되어 사업을 추진하고, 2022년 ‘과학기술외교전략센터’로 지정받으며 주요국과의 과학기술협력 아젠다 발굴, EU Horizon Europe 준회원국 가입 전략 기획 등 범정부 차원의 국가별/부문별 국제협력전략을 연구
07  미국 SIA(반도체산업협회)는 자국 내 반도체 기술 및 시설 현황, 협력대상 등을 제시하는 ‘반도체 생태계 지도(Semiconductor Ecosystem Map)’을 구축하며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및 생태계 구축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