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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는 고령화 시대에 국민 삶의 건강을 책임지는 핵심 분야이자, 경제성장의 중심축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싱가폴 등 주요 국가들은 바이오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조성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기업의 생산 기능과 대학 연구기관의 R&D를 융합하는 형태의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분야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병원의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학·연구소, 병원, 기업이 인접하여 위치하여야 한다. 클러스터는 고도의 전문화된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기관들을 포함해 공급자와 중개자, 수요자 등 각 주체들이 지식생산과 공유, 사업화를 위한 각 주체 간의 협력 체계가 잘 갖추어진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지식과 기술을 생산하는 대학이나 연구소, 그리고 그 성과를 시장과 연결 시켜주는 중개자인 병원,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기업, 이를 지원하는 투자기관과 각 주체 간 협력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전 세계 바이오클러스터 중 대표주자인 미국 보스턴/캠브리지 지역은 MIT·하버드, 브로드 연구소, 화이트헤드연구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연구소가 위치하고 있다. 화이자, 노바티스를 비롯한 글로벌 빅파마 20곳 중 19곳이 위치하고, 하버드 의대를 중심으로 매사추세츠 병원, 다나파버 암연구소를 포함한 대형병원이 자연스럽게 중개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가 창업과 기술이전으로 이어져 모더나와 같은 세계적인 바이오테크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지난 20여 년 동안 구축해 왔다. 그리고 MIT, 하버드 대학의 활발한 창업은 MIT Engine, 하버드의 i-Labs와 같은 지원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주 정부를 비롯한 공공 부문에서도 매년 1,000억 이상을 지원하여 총 1조 원 이상이 투입된 민관 합작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에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하였거나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클러스터가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고, 세계적인 바이오클러스터의 3가지 성공 요인(밀집, 협력, 투자)이 잘 구현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갖추어진 곳은 서울 홍릉 지역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홍릉에는 KIST, 고등과학원, 고려대, 경희대를 비롯해 고려대 안암병원, 경희의료원 등이 입지해 있고, 370여 개의 스타트업과 대웅제약, 한국콜마,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하고 있으며, 아주 IB, 대웅제약, 한국콜마, 교보생명 등 20개 이상의 국내 굴지의 투자기관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성공적인 클러스터 조건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혁신을 더욱 촉진할 수 있는 실증, 신속 확인, 임시허가를 포함한 규제 특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허가 및 규제가 많은 바이오의료 분야에서는 그 어느 클러스터보다 시장진출 시간이 단축되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는 홍릉을 바이오의료 혁신성장 거점으로 2017년 지정하여 입주 공간 조성 등을 통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며, 2020년 8월에는 홍릉이 서울시 유일의 특구로 지정되었다. 3년 차를 맞이하는 홍릉강소 특구는 입주기업이 200개에서 350개로 증가했고, 누적 투자 1,800억 원, 근로자 1,500명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 인지도 또한 향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저력의 기반에는 홍릉만의 체계적인 바이오 창업 생태계 구축전략이 있다.

첫째, KIST, 경희대, 고려대 교수/연구자를 비롯해 고대병원과 경희대 병원 소속 의사들이 활발히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의사-기업 간 연계를 통해 현장 수요를 기반으로 중개연구를 지원하고 있고, “GRaND-K 창업학교” 운영을 통해 초기창업에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 투자, 지식재산 포트폴리오 등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GRaND-K 창업학교는 국내 최초의 오디션형 기술창업학교로서, 전국에서 선발된 우수한 예비·초기창업팀에게 6개월간 집중교육을 제공한다. 특히 벤처캐피탈 등 24개 투자기관이 협의체를 결성하여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창업팀과 1:1 멘토링을 포함해 창업 아이템의 고도화와 기업에 필수적인 IR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의 한 예로, 2022년 2기로 참여한 KIST 창업기업인 큐어버스와 네오켄바이오의 경우, 투자환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창업 1년도 안 돼 각 81억 원, 4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였고, 전국 19개 특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IR 대회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또한 1기 참여팀이었던 시프트 바이오는 최근까지 누적투자 60억 원 이상, 100억 원대 기술이전의 성과를 달성하였다.

둘째, 투자 및 임상 지원 등을 통해 스케일업을 지원하고 있다. 경희의료원과 고려대의료원을 중심으로 임상 채널을 구축하여, 임상 단계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전임상 지원플랫폼을 구축하여 스타트업이 임상 준비 기간과 시행착오를 줄여 시장진출 기간을 30% 이상 줄여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홍릉펀드, 서울 바이오펀드 등 특화 펀드와 초기 Seed 단계부터 중기부 TIPS, Post-TIPS 및 Scaleup-TIPS로 이어지는 성장 단계별 투자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는 유일한 클러스터이다.

셋째,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KIST 유럽 연구소, 보스톤 등 KIST 자체 보유 현지 거점을 비롯해 영국 메디시티, 프랑스 메디센, iPEPS, 독일 만 하임시 등 주요 클러스터 및 스타트업 지원 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홍릉 입주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의 한국 유치를 위한 상호 호혜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였다. 글로벌 진출 지원의 특징은 현지에 사무실을 설치하는 것만이 아니라 중개연구, 임상을 포함한 현지 클러스터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싱가폴의 경우 싱가폴국립대(NUS), 난양공대 의대 및 HealthTEC(싱가폴 총리 산하 바이오협의체)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중개연구 및 현지 IR 진행 등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넷째, 오픈이노베이션 등 상생형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콜마, 대웅제약, KIMCO 등 대중견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KIST, 고려대, 경희대를 중심으로 융합형 미래인재가 창업을 주도하는 One-Campus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김해, 청주, 춘천, 포항 등 타 강소특구와의 협력과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등 지역 클러스터 간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였다.
 

홍릉은 기술, 인재, 자본이 집약되면서 글로벌 바이오 혁신클러스터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그렇지만, 보스톤-캠브리지, 싱가폴 바이오폴리스 등이 세계적인 바이오클러스터로 성장하여 국가산업과 지역경제에 기여하는데 최소 10년 이상의 노력과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클러스터 내 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기 위해 클러스터 인근 지역(상계, 창동)과 연계하여 지원하고 양재(AI 바이오), 구로(디지털 의료기기), 마곡(제약바이오, 소재) 등과 협력하여 융합 신산업을 창출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바이오산업은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분야이다. 그리고 이미 세계적인 바이오클러스터도 여럿 있지만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새로운 모델의 글로벌 바이오클러스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홍릉에서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