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잘 나이들어 간다는 평범한 개념을 웰에이징이라는 외래어로 쓰는 이유는 적당한 우리말 표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노화와 관련된 단어들은 쇠퇴와 관련이 있고 웰에이징에서 추구하는 적극적인 삶과는 의미가 다르다. 웰에이징은 개인의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인 측면을 포함하는 다각적인 개념이다. 저출산·초고령화 사회 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공공복지시스템이 기본이 되고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복지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노인복지 지원정책

웰에이징의 측면에서 추구하는 삶과 현재 정부의 노인복지지원은 차이가 크다. 현재 한국의 노인복지 체계를 크게 나누어 보면 기초보장제도, 연금, 의료복지가 중심이 된다. 기초보장제도의 목적은 빈곤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취약계층에게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등을 제공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노인복지의 가장 기본은 소득이 없어진 후에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연금이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연금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88년이다. 우리나라보다 무려 100년이나 앞서 독일은 1889년에 세계 최초로 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연금 중에서 대표적인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후 최소 10년 이상 보험금을 납부하면 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한 다음 달부터 평생동안 매월 지급받는다. 그 밖에도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있다. 의료복지는 노인들에게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웰에이징(Well-aging) 측면에서 바라본 노인복지의 문제점과 정책 방향

2021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37.6%이다. 2011년에 46.5%였던 것에 비하면 개선추세이지만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1위이다.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해 중요한 복지제도인 기초보장제도의 큰 문제는 비수급이다. 기초보장 수급 대상인데도 물리적·심리적 비용, 정보의 부족으로 신청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2년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현체계를 유지한다면 30년 후면 연금이 고갈된다고 한다.

연금은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연금 수령 사각지대, 형평성의 문제가 크다. 저소득층의 경우 국민연금의 가입률은 절반에 그친다. 가입하더라도 최소 가입 기간 충족률이 35%에 불과하다. 기초연금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연금 사각지대를 막고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 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서 정년 연장은 예고된 상황이다. 정년 연장은 고용효과와 소득 창출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연금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노인이 행복한 네덜란드

‘어린이와 노인이 행복한 나라’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는 약 1,700만 명 인구 가운데 50세 인구가 40% 이상 차지하는 고령화 국가지만, 노인빈곤율은 1.5%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은퇴 나이인 65세가 되면 네덜란드에 적법하게 50년을 거주한 사람은 누구나 기초연금을 받는다. 기초연금액은 부부가 같이 사는 경우는 일 인당 월 100만 원 정도, 혼자 사는 경우는 150만 원 정도를 받는다. 보험료를 낸 사람에 한해서 연금을 받거나 보험료 납부 금액에 따라 다르게 연금을 받는 차등은 없다. 네덜란드는 다각적인 노인복지정책과, 노인교육 등으로 그들만의 고령화 숙제를 풀어나가는 중이다. 노인의 독립적인 생활을 지지하는 네덜란드는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요양, 간호, 사회서비스 등을 자택에서 이용할 수 있다.

네덜란드 호그벡(Hogeweyk) 마을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치매 안심마을이다. 호그벡은 요양원에서의 돌봄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혁신적인 모델로, 폐쇄적으로 기관화된 환경 대신 더 넓은 사회 구조 안에서 정상적인 동네와 같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유사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함께 살며, 다양한 활동과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개념은 개인의 요구와 취향을 지원하며, 장애보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웰에이징(Well-aging)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의 목표와 공익성

기술의 발달은 노화라는 자연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신체적, 경제적 측면만 고려되던 노화에서 삶의 질, 정신적·육체적 웰빙, 사회적 참여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 영향으로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액티브시니어’, 연령과 사용 환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등 노년층의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개념들이 생겨나고 관련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전까지 수동적인 존재로 노년층을 바라보던 기존 패러다임이 이제는 ‘활동적 노화(Active Ageing)’ 관점으로 전환되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이런 활동적인 노화를 지지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사회 전체가 스마트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사회와 연결되는 성공적인 에이징을 추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스마트홈, 스마트도시 등 스마트 테크놀로지의 개념이 확산되면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건강하게 나이 드는 개념으로 스마트 에이징이 각광받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테크놀로지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경제적 이유나 실용성에 대한 이유로 젊은 층보다 사용을 덜 하는 것뿐이다.

이제는 건강도 기술을 기반으로 관리하는 시대이다. 2022년에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의 키워드 중 하나는 ‘헬스케어’였다. 의료분야는 특히 큰 변화와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이전에 진단과 치료 중심의 의료개념에서 예방과 사후 관리, 그리고 개인의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헬스케어가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 웨어러블 헬스 제품은 스마트폰과 연동해 운동 및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예를들어 독일 보청기 전문 기업 시그니아(Signia)는 귓속에 장착해 잘 눈에 띄지 않으면서 착용자의 요구에 맞게 사운드를 최적화하는 인공지능 보청기를 내놓았다. 특히 중요한 소리는 더욱 뚜렷하게 들리는 반면에 주변의 배경소음은 줄여준다는 기술이다. 이스라엘 시각 기술 전문회사 올캠 테크놀로지(OrCam Technology)는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자를 위한 웨어러블 시각 보조기기를 내놓았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란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이 든다는 의미로 노화 심리학 연구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가족이나 공공기관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내 집에서 생활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독립적으로 산다는 것은 반드시 내 주택에서 혼자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 살 것인가, 누구와 살 것인가, 어떤 활동을 하며 살 것인가를 선택하고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노후에 최대한 자립적으로 지역에서 거주하기 위해서는 집 안 개조 등이 필요할 수도 있고 치매에 대한 교육·정보 제공, 정책적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모든 환경은 그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층계가 있는 집,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야 갈 수 있는 집, 이웃에 사는 사람들과의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층계가 있는 집에서 다세대가 거주하는 경우 노화와 환경의 제약을 잘 고려한 디자인이 선호된다. 주변 환경이나 이웃도 내가 있는 자리의 일부가 된다.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혼자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환경의 어려움과 개인의 능력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이 들기는 물리적인 거주지뿐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적 커뮤니티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개념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