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저출산, 고령화,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전까지의 헬스케어 전달체계와 수요, 급여, 규제 등 전 과정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계는 글로벌 언택트(비대면, 비접촉) 헬스케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급격한 의료수요 증가에도 의료기관의 부하를 줄이고 내원한 환자 간에 감염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비접촉성과 함께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의료진과 즉시 소통할 필요성도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비용적, 지리적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의료서비스로서 디지털 치료기기도 자연스럽게 부상하게 되었다.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행동과학적 상태에 대한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제공하는 근거 기반의 치료(Evidance-Based Therapeutics Intervention)를 의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반영하되 공식 용어를 디지털 치료기기로 정하고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 중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정의하였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기존의 디지털 헬스케어와 다른 점은 대상이나 효과가 모호한 ‘건강관리’와는 달리 치료적 목적의 개입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이때 치료목적 실현을 위해 애플리케이션(App), 가상(Virtual)/증강(Augmented) 현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빅데이터, 게임 등의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다. 또한 소프트웨어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를 환자에게 전달-사용-기록하여 진료에 반영하기 위한 인터넷 또는 이동통신 등의 통신망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진단·처방과 국민건강보험 등 보건의료 체계까지도 관련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에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수집된 생물학적 지표를 의미하는 디지털 바이오 마커가 다각적으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손가락 두드리기, 기억력테스트, 보행 능력분석 등이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 중 지속적으로 기록되며 증상개선 여부 확인 등에 사용된다.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은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자 증가, 심리적 질병의 증가 및 ICT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2년 38.8억 달러에서 연평균 20.5%로 성장하여 2030년에는 173.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시장은 제도적 한계로 인해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형성되지 않았으나, 해외기관의 분석으로는 ’27년 약 2억 437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Precedence Research, 2022).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디지털 치료제를 표방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대표적으로 휴레이포지티브, 에임메드, 웰트, 뉴넵스, 라이프시맨틱스 등이 있다. 현재 전체 40여 개의 기업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은 에임메드의 솜즈(Somzz)를 필두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 관련 정부 R&D 투자는 2015년 53억 원에서 2019년 131억 원으로 연평균 25.3% 증가하였으며, 총 지원 금액은 약 442억에 달한다.


 

질환별로는 정신건강증진, 재활연구가 가장 많으며 인지·언어·발달장애, 정신질환, 퇴행성 뇌 질환 등의 순으로 지원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에 2건의 디지털 치료기기를 지원한 이후, 현재까지 총 10건의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지원하여 2020년~2026년까지 총 5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휴대폰 앱, VR기기, PC 등 다양한 디지털플랫폼에서 제공된다. 일례로 올해 2월에 국내 최초로 허가된 디지털 치료기기인 에임메드의 솜즈(Somzz)는 불면증 증상개선을 목적으로 심리적, 행동적, 인지적 요인들에 대한 교정을 목표로 하는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하였다. 이 제품은 불면증 환자가 모바일 앱이 제공하는 〈수면 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을 6~9주간 수행함으로써 수면의 효율을 높여 환자의 불면증을 개선한다.


 

한편 실제 디지털 치료기기가 사용되는 과정을 보면 병원 방문(진단 처방)→다운로드(비용지불, 본인인증, 동의)→사용(경과 관찰, 기업에 데이터축적)→병원 방문(진단용 데이터 제공) 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 사용자(환자), 디지털 치료기기 업체, 유관기관(심평원, 건보공단)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제도 및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개별 기업이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지원하는 개발 및 사용의 전 과정을 지원할 공통의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더 나아가 디지털 치료기기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 의료기기기의 신속한 제품화를 지원하고 규제의 역할을 걸림돌이 아닌 시장 진입 촉진제 역할을 하기 위한 규제 코디네이터인 디지털 헬스 규제지원과를 신설하기도 하였다. 보건복지부는 기술 발전이 필요한 혁신 분야, 대체재가 없는 필수 의료 등은 근거 창출을 위한 한시적 급여를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디지털 치료기기 등에 대해 1~3년간 급여를 지원한 후 의료기술평가를 거치도록 하는 지원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얼마 전 에임메드의 솜즈(Somzz)가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에임메드 측에서 밝힌 계획으로는 앞으로도 혁신 의료기술 사업으로서 3~5년간의 임시수가화를 진행하고 종료 후 신의료기술 평가를 진행하는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서 2027년에나 완전히 의료현장에 정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 중이거나 개발에 도전할 기업들은 개발이나 인허가뿐만 아니라 실제 사업화가 가능한 시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