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챗GPT(ChatGPT)에게 물었다. “인공지능(AI)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질문을 쓰자마자 챗GPT는 순식간에 답변을 써 내려갔다. “AI의 미래는 밝고 무궁무진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돼 왔으며 더 많은 분야에서도 활용이 예상됩니다. (중략) 하지만 AI 발전에 따라 논란도 많이 일어날 것입니다. AI가 인간의 일부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에 따라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AI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윤리적인 측면과 안전성 등을 고려하여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AI의 활용에 대한 내용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우려까지 막힘없이 설명한 것이다. 



단연 올해의 화두는 챗GPT다. 챗GPT는 미국 인공지능 개발 회사 오픈AI(OpenAI)가 만든 대화형 챗봇 서비스다. 생성 AI는 대표적 모델인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기술을 기반으로 글뿐 아니라 오디오·이미지 같은 기존 데이터를 자가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단순히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앞뒤 맥락을 해석해 마치 사람이 창작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초거대 AI를 활용한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가들이 AI 챗봇을 이용해 창작한 공상과학(SF) 소설이 출판됐고, AI가 그린 그림들도 나왔다. IT 기업과 스타트업들도 이 분야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챗GPT의 말처럼 AI는 과학기술에 쓰이며 일상의 많은 부분에 적용돼 왔다. AI는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쓰이며 10~15년 걸리는 신약 개발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이번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의 빠른 개발에 AI가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도 AI를 공장 운영 등에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과학 연구현장이나 산업현장에서 AI는 필수품이 됐다. 덕분에 일반 국민들의 삶은 보다 편해졌지만, AI는 과학 영역 속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챗GPT의 등장으로 일반 국민들도 일상에서 AI의 영향을 본격 체감하기 시작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최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앞으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챗GPT를 활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학생들이 과제에 챗GPT를 활용하거나 취업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에 이를 쓰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심지어 이메일까지 대신 써준다. 과학계에서도 챗GPT를 논문에 활용하는 것이 화제다. 네이처·엘스비어 등 주요 학술지 출판사는 챗GPT 사용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챗GPT를 저자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도구로 인정한 것이다.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의 편집장 수잔 존스 박사는 4월 제주도에서 열린 2023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에서 “인공지능(AI)을 완벽하게 배제하기보다는 상식선에서 똑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사람보다 편향이 덜 된다”며 “과학논문의 연구 요약을 작성하는 데 AI가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존스 편집장은 “논문은 사람이 써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챗GPT에 대해 면밀히 지켜보고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한번 챗GPT에게 물었다. 필자의 이름을 적으며 조선시대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그러자 이렇게 답했다. “16세기 중기에 활동한 법조인이었습니다. 그는 조선 중기 법학의 중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국법 및 치안 제도 개혁 등의 업적을 남겼습니다. (중략) 그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조선시대의 성씨 제도를 정비하고, 성씨를 계보화하는 기초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조선시대 법조인들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 조선시대에 필자와 이름이 같은 법조인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성씨 제도를 정비한 필자와 이름이 같은 위인은 들어본 적은 없다. 그럴듯한 거짓 답변도 손쉽게 내놓은 것이다.

AI에 대한 기대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챗GPT가 부정확한 답변을 하는 경우가 그 중 하나다. ‘세종대왕의 맥북프로 던짐 사건에 대해 알려줘’라거나 ‘신사임당이 퇴계 이황을 혼낸 사건을 알려줘’라고 물으면 챗GPT는 없었던 사실도 있는 것처럼 말한다. 과거 역사적 사실의 오류는 그나마 다행이다. 호주 멜버른 인근 소도시 ‘햅번 셔’의 브라이언 후드 시장은 챗GPT가 자신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오픈AI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밝혔다. 챗GPT는 후드 시장을 2000년대 초 호주에서 벌어진 호주조폐공사(NPA)의 뇌물 사건에 연루됐다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사실 후드 시장은 뇌물 사건을 발견해 신고한 사람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챗GPT는 미국의 한 교수가 제자를 성희롱했다는 가짜 뉴스까지 만들어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챗GPT가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직원들이 내부정보까지 챗GPT에 입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보안 업체 사이버헤이븐이 최근 고객사 임직원 160만 명의 챗GPT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중 6.5%가 대외비 정보, 고객사 자료 등 사내 정보를 챗GPT에 입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초기에 챗GPT 사용을 허용했던 국내 기업들도 속속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임직원 보안 지침을 강화했고, SK하이닉스는 필요한 경우 별도의 승인을 받아 챗GPT를 사용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다. JP모건, 골드만삭스, 소프트뱅크 등 다수 기업들도 챗GPT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 당국 차원에서도 챗GPT 규제가 시작됐다. 지난 3월 이탈리아는 챗GPT 접속을 차단했다. 프랑스·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챗GPT의 개인정보 무단 사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챗GPT의 개인정보 수집·사용 절차를 문제 삼아 오픈AI를 조사하고 있고, 미국 행정부도 생성형 AI를 규제할 수 있는 입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도 생성형 AI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당국의 안전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법 초안을 최근 공개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에도 챗GPT 이용자가 220만 명에 달한다. 한국 당국도 국내 이용자 정보가 챗GPT로 유출됐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런 우려로 AI 개발을 잠시 중단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와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베스트셀러 작가 유발 하라리 등 1,000여 명은 “AI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라는 서한을 공개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개발을 일시 중단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엄청난 이점이 있다는 것이 확실한 만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문제가 있는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호주 파이낸셜리뷰(AFR)와 인터뷰에서 “중국만 이롭게 할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AI 개발 중단에 반대했다.

과연 AI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인류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AI가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 필수적이란 점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챗GPT가 필자의 물음에 답했듯 사람들에게 이점과 함께 부작용도 함께 가져올 것이다. 챗GPT처럼 AI가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언어학 석학 노엄 촘스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챗GPT의 거짓 약속’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AI가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는 오랜 예언의 순간을 사람들은 기대한다. 그날은 언젠가 올지 모르지만 아직 동도 트지 않았다.” 촘스키 교수는 “AI가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고 사유하는 방법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언어학과 지식철학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인간을 능가하는 미래를 막연히 두려워하기 보다는 인간만이 가진 능력으로 AI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