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명강연


지난 1월 12일, 제65회 산기협 조찬세미나가 그랜드홀에서 열렸다. 2023년을 여는 첫 조찬세미나에는 김광석 경제연구실장이 연사로 나서 우리가 당면한 복합 위기와 그 가운데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무엇인지 전했다.



 


위기, 걱정하기보다 대응하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리에게 엄청난 숙제가 쌓이고 있다. 최근 발행된 <타임(TIME)>지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책상 앞에 ‘인플레이션’이라는 숙제가 놓인 사진을 표지에 내세웠다. 파월 미국 연준 의장도 인플레이션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고자 고강도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혹자는 이 같은 상황이 IMF에 비견되는 위기의 전조라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기의 현실화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하는가’이다.


경제를 둘러싼 위기의 신호에 대응하는 방법은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누군가는 정책적인 대응을 고민하지만, 어떤 이는 달러 강세를 점치며 보유한 현금을 달러로 바꾸어 수익을 올릴 궁리를 한다. 반대로, 혹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공장에 출근해 똑같은 물건을 만든다. 그러나 어제와 오늘의 고민이 다르지 않다면, 공장 밖에서 일어나는 예측 밖의 위기에 쉽사리 무너진다. ‘그레이트 리세션이 온다’고 했을 때, 그 위기가얼마나 위협적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 2023년을 시작한 지금, 올해 경제가 어떠한 모습으로 펼쳐질지 살펴보기 위해 2021년 말의 상황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긴축의 시계 가속화 속에 시대를 구분하라

2021년에 코로나 백신이 보급되면서 각국의 백신 확보가 이어졌다. 선진국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고 빠르게 경제회복에 나섰다. 반면, 신흥개도국은 여러 산업현장의 셧 다운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에도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나타났고, 원자재 가격 급등이 일어났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조짐이 있는 가운데, 2022년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다 보니 원자재 공급망 병목 현상은 더 심각해졌다. 러시아는 세계 2위권의 원유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밀 및 비료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세계경제 상황에 따라 한국경제도 초인플레이션의 영향권에 들었다.



 



9.1%에 달하는 미국 물가 상승률은 매우 이례적으로 높은 숫자다. 이 때문에 2022년 경제전망을 할때는 ‘주식 투자를 자제하라’는 권유와 함께,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를 원한다면,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ETF가 대안으로 나왔다. 다만, 지금은 그 시점은 지났다. 그렇다면 2023년에는 어떠한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세우고, 투자의 방향성을 정해야 할까. 최근에는 금리 인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다. 금리 인하는 인공호흡이다. 사람이 숨을 쉬지 못할 때 인공호흡으로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주듯, 경제가 숨이 멈췄을 때 경제에 숨을 불어넣는 방법의 하나는 금리 인하이다. 기업들이 낮은 금리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늘어나면 더 많은 사람의 소득 수준이 개선되는 등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완화적 통화 정책이다. 

2020년에서 2022년은 완화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2020년에 금리를 끌어 내렸던 속도보다 2022년에 금리를 끌어올리는 속도가더 가파르다. 현재 상황에서 시대가 달라졌음은 ‘금리’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한편으로 선행 지표인 주식의 경우, 주가의 저점은 2022년 10월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흐름이 좋지않다. 반면, 부동산은 후행성이다. 매수 의지가 역사상 저점으로 낮아졌다.



 


장기침체 시그널에 불안해하기보다 ‘최선’으로 대응하자

경제위기와 경기침체는 다른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촉발한 경제 위기를 비롯해, 과거 경험했던 1998년 IMF 외환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성장이 동반되는 상황이 경제 위기다. L자형 침체를 보이는 그래프에 비추어볼 때, 엄밀히 말해 2023년은 경제 위기가 아닌 경기 침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미국 경제만 놓고 보더라도 2021년 10월까지만 해도 IMF는 미국 경제가 탄탄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전쟁의 충격이 반영되어 하향 조정한 후, 고물가와 고금리의 역습으로 추가로 경제 성장률 전망은 하향 조정되었다. 자칫하면 역성장의 우려도 있기는 하다. 월드뱅크 총재 역시 장기침체로 접어들었다는 대표적인 시그널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이는 불안감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L자형 침체 상황에서는 선진국이 더 위기에 취약하고, 신흥국들은 나름대로 자기 자리를 지켜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핵심이다.

2022년에 팬데믹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겪은 경제 위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듯하다가 다시 한번 침체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이 대목에서 ‘비머네스크’라는 단어를 기억해주길 바란다. 여기에는 ‘최악의상황에서 최선의 성과를 낸다’는 뜻이 있다. 이 말은1968 멕시코시티 올림픽에 멀리뛰기 선수로 출전한 비먼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비먼은 최악의 컨디션에서 간신히 본선에 진출했지만, 경쟁자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경기를 포기할까 좌절하기도 했지만, “지금 너의 다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인하다”라는 동료의 격려와 조언을 듣고 경기에 출전했고, 놀랍게도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면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3년의 경제 상황은 비록 어렵겠지만, ‘비머네스크’를발휘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