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영


 


코로나 대유행의 영향과 이전부터 진행된 디지털 혁신이 결합되어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기업들에게 미래 준비가 핵심 과제이다. 기존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미래 준비는 새로운 가치 창출과 지속 성장을 위한 혁신의 사업화, 신사업 창출일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스타트업들이 와해적 혁신과 사업 모델로 성공하며 사내벤처 분사창업, 액셀러레이터등 스타트업 방식의 혁신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기업은 스타트업과 다른 전략, 조직, 시스템/프로세스, 자원, 리더십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 사업에 최적화되어 있는 이런 요소로 인해 혁신적 신사업은 기존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가 어려우며 실패의 길로 쉽게 빠지기도 한다.

혁신 신사업 창출 및 사업화의 핵심 요인

와해적 혁신과 신사업창출에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은 크게 4가지 핵심 요인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기업의 리더와 경영진은 미래와 성장에 대한 전략적 야망을 스토리텔링으로 제시하며 기업 내 구성원들에게 혁신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잠재적인 혁신가, 신사업탐험가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회사의 전략적 의도, 사업 목적을 설득력 있게 호소하고, 비전 및 사업전략과 연결되는 새로운 혁신/탐험 대상 영역(사냥 구역)과 담대한 목표수준, 성과에 대한 열망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혁신에 동참하는 리더 집단을 모으고, 변화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또한 혁신분야에서 확립된 주요한 혁신 규칙과 방법들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혁신 신사업 아이디어를 보육하고 스케일링한다. 문제와 아이디어를 기업, 기술 관점이 아니라 고객관점에서 식별하고 반복 시험을 통해 확보된 증거에 기반하여 사업모델을 검증, 학습한다. 본격적인 사업으로 스케일링할 때 스타트업에 비해 이점인 기존 사업에 보유하고 있는 고객, 역량, 운영 능력을 활용하고 추가한다.

이와 더불어 성공하는 기업은 혁신 신사업에 적합한 양손잡이형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한다. 혁신 신사업이 와해적이거나 탐험적일 수록 기존 사업에서분리하여 자율성을 부여하고, 동시에 기업이 보유한 핵심 자산과 역량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사업조직에서 분리된 혁신 신사업 조직은 전략적 목적과 목표를 고려하여 적절한 구조를 선정하여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림 2)01


 

집중조직은 어느 정도 잘 정의된 단일 사업기회, 또는 유사한 성격의 여러 사업기회를 추구할 때 적합하며, 최고경영자나 사업책임자가 혁신 신사업을 주도하며 보육과 스케일링에 집중한다. 독립 신사업조직이나 특별 신사업조직이 하나의 예시이다. 상향식 접근방식은 넓은 범위의 사업 기회들을 추구할 때 주로 활용할 수 있다. 회사 주도로 공식적인 프로그램과 프로세스를 정해서 구성원의 아이디어 창출과 기업가정신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여러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 사내벤처 공모, 혁신실험실(내부 액셀러레이터) 등이 예이다. 하향식 접근방법은 최고경영진이 주도하며 회사의 성장을 위한 신사업 포트폴리오 창출을 전략적 목적으로 한다. 대개는 최고경영자 직속 특별 조직,CSO(전략부문), CTO(기술부문) 등에 전담 조직을 두어 내부 R&D와 오픈이노베이션, 스타트업 생태계 등을 동시에 활용하는 통합적 추진을 한다.

혁신 신사업은 어떠한 조직 구조를 활용해서도 추진할 수 있으며 복수의 접근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만이 아니라 혁신에 필요한 실험과 학습을 위해 적합한 시스템과 제도를 갖춰야 하고, 회사 전체 조직과 리더들이 혁신 신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자원 투자와 성과관리는 마일스톤에 기반한 단계별 펀딩과 포트폴리오 관리, 결과지표보다는 선행지표와 마일스톤을 활용한 관리가 필요하다. 본사의재무, 인사, 법무, IT 등은 기존 사업의 표준적인 절차나 규정을 부과하기 보다는 유연하게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또한, 혁신 신사업은 스타트업 창업과는 다른 동기부여와 적절한 보상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시스코가 많이 활용한 벤처 보상 방법으로 사내벤처 분사 후 인수를 하거나 구글의 웨이모(Waymo) 사례와 같이 가상적 외부 가치 평가를 통해 보상과 연계하는 방법도 가능하나 비용 과다와 직원들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우려가 클 수 있다. 마일스톤성과 기반의 보너스나 모회사 스톡옵션 등 장기 인센티브는 좀더 균형 있는 보상이 가능하나 시점이 너무 빠르면 장기적인 성장을 희생하고 단기 성과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으며, 너무 늦으면 동기부여가 제한될 수 있다. 한편, 인센티브 보상에 대한 반대급부로 혁신 신사업을 추진하는 사람에게 개인적인 투자 등 위험 감수를 요구해서 신사업에 헌신하도록 하며 스타트업 ‘놀이’를 차단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장애 요인, ‘침묵의 살인자’를 경계하라

혁신 신사업의 성공 요인을 찾을 때 대개는 앞에서 논의한 시스템 측면에서 프로세스, 조직, 자원배분, 보상 등의 유형적인 것을 우선 생각한다. 반면에 눈에 보이지 않게 혁신 신사업 추진 노력을 약화시키고 실패로 몰아가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우는 기존 기업에 고유한 무형의 장애 요인들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기존 기업에서는 핵심 사업의 성과를 창출해주는 고유한 무형의 요인들이 의도하지 않게 혁신 신사업을 방해하고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혁신 신사업을 추진하는 리더/경영진, 혁신가/신사업 탐험가는 이런 장애 요인들을 인식하고 혁신 신사업이 조용히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 요인으로는 기존 사업의 토대를 이루는 암묵적 가정, 사업모델, 전문 역량 등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것이 있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했지만, 기존 관리자들은 필름,은염 등의 프로세스가 없는 디지털 사진의 사업모델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러한 기존 사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것은 오랫동안 한가지 사업 환경에 매몰된 무의식적인 습관이나 행동 방식의 결과로 매우 암묵적이다.

둘째로는 기존 기업에서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기대 수익이 클 때조차도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다. 성숙한 기업에서 구성원들은 기존의 관행을 따르는 것이 기대되며, 기업의 구성원들도 이에 맞추어 보상을 인지하고 행동하게 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행동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의사 결정시 기대 수익보다는 손실에 대한 두려움의 영향을 크게 느끼고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CFO(재무 부문)나 경영관리 조직에서는 혁신 신사업에 대한 자원 투자 의사 결정시 본연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편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셋째로 위험 회피와 더불어 기존 기업에서는 단기에 최적화된 자본시장의 논리를 반영하여 탐험 신사업의 불확실한 장기 가능성보다 기존 사업의 단기 확실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는 기존 사업의 관리자들이 신사업에 대한 자원 배분을 어렵게 하거나 단기 성과를 압박하여 의도치 않게 신사업을 방해하거나 좌절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경영진/리더와 혁신가/신사업탐험가는 시스템, 프로세스, 방법론 자체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맹신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유형의 요인 외에 무형의 문화, 관행 등 조직 저변에 깔려 있는 장애 요인을 인식하고 혁신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변화를 관리하는 이중 리더십을 발휘해서 혁신 신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


01 Andrew Binns, Charles O’Reilly & Michael Tushman. (2022). 신사업탐험가. (변남석 옮김). 도서출판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