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R&D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유니콘 기업 100개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유니콘 기업을 육성해야 하는 걸까? 유니콘이 많아지면 한국 경제는 훨훨 날게 되는 걸까? 국가가 직접 키울 수 는 있는 것일까? 만일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향이 맞는 것이고, 또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직도 유니콘 기업에 대한 개념이나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같다. 심지어는 육성을 하겠다는 정부 당국도 마찬가지이다.

카우보이 벤처스라는 미국의 신생 벤처투자회사 대표인 에일린 리는‘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을 분석했다. 6만 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창업한 지 10년도 안 된 스타트업 39개가 무려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에일린 리는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짧은 시간에 천문학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고 신기해서 이러한 기업을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으로 명명하고 관련 자료를 2013년 11월 언론에 공개했다. 이렇게 탄생한 유니콘은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혁신과 성공한 스타트업의 대명사가 되었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기 위해서는 투자자로부터 최소한 수천억 원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업가치를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어야 한다. 미래의 아마존이나 구글이 될 기업이어야 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기업가치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부동산, 식품, 모빌리티, 원격의료, 이러닝 등의 플랫폼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플랫폼 기업이 유니콘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결론적으로 유니콘은 정부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투자자의 선택을 받아야 탄생하는 것이다.

에일린 리의 연구결과로 유니콘의 탄생 확률을 굳이 계산하자면 실리콘밸리 기준으로 10년 동안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6만 개 기업 중 39개가 만들어졌으니 0.065%가 된다. 그런데 벤처투자자가 1개의 투자를 위해서 평균 400개 회사를 검토한다고 하니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확률은 0.00016%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훨씬 많은 숫자의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으니 가능성은 조금 올라가겠지만 여전히 굉장히 낮은 확률이다. 참고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는 약 2,500개의 유니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게 아주 낮은 확률로 매우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지만 유니콘 기업은 아직 미완성이다. 미래 가능성은 크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스타트업이다. 망할 수도 있고 더이상 성장을 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될 수도 있다. 그 중 극히 일부만이 성공한 유니콘인 엑시콘(Exitcorn)이 된다. 유니콘은 절반의 성공이다. 진정한 성공기업을 위한 반환점에서 있을 뿐이다.

정부의 역할은 이제부터다.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은 정부가 육성한 것이 아니고 스타트업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진정한 성공기업을 원한다면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고 이제부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를 이야기해야 한다. 정부가 육성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유니콘 기업은 계속해서 탄생할 것이다. 단언컨대 유니콘은 시장에서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정부가 육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육성할 수 있다면 수천, 수만 개를 만들지 왜 고작 100개만 만드나?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을 육성한다는 발상 자체가 유니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유니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힘들게 탄생한 유니콘이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니콘의 탄생은 그냥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유니콘 탄생에 걸림돌이 되는 것만 제거해주면 된다. 그리고 아주 힘들게 태어난 유니콘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유니콘 기업 입장에서 함께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최소한 유니콘의 발목을 잡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유니콘 기업들도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저자이며, 영국 런던대학 킹스칼리지에서 디지털 경제를 가르치고 있는 닉 서르닉은 급속도로 위축된 투자환경으로 플랫폼 기업들은 생존경쟁에 내몰릴 것이며, 이 틈을 타고 오히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리바바 등과 같은 글로벌 거대 플랫폼들이 활발한 M&A등을 통해 사업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자가 줄어들고 영향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심각한 위기의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은커녕 규제를 위한 논의만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방향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규제는 답이 될 수 없다. 규제로 커다란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으며, 단지 약간 늦추거나 오히려 더 강한 내성을 갖게 할 뿐이다. TechCrunch와 CB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유니콘이 탄생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계 각국에서 혁신기업들은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가는 급등하고 경기는 하락하고 국내외 금융, 외환시장은 요동치고 있는 복합경제 위기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체력도 체질도 굉장히 악화되었다. 이제는 과거 수십 년간의 성공 모델(대기업 중심, 정부 주도의 발전모델)로 더 이상 경제회복이나 발전을 꿈꿀 수 없다. 전문가들은 향후 플랫폼 비즈니스로 가장 커다란 영향을 받을 산업 분야로 모빌리티, 유통, 소비재, 금융, 헬스케어 등을 꼽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들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전통 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테슬라 기업가치가 매출이나 차량 판매 대수에 비해 매우 높게 평가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2년 12월 19일 기준 테슬라 시가총액은 621조 원을 기록했다. 2021년 1,000만 대 이상을 판매한 도요타의 시가총액이 303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93만 대 판매에 불과한 테슬라의 기업가치는 거품이란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일찍부터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며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시장 장악력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를 매개로 파생되는 다양한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를 선점할 수 있다는 미래의 가치가 반영되어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비대면 경제로의 전환은 혁신 생태계의 급속한 성장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장지배력 강화는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의 여러 불공정거래행위를 초래했으며 생태계 확장을 위한 이 업종사업으로의 진출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로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런 차원에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나오고 있으며 특히 정부 주도의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혁신 생태계에 대해 정부나 규제기관이 보유하고 파악할 수 있는 관련 정보가 매우 부족하거나 이해도가 떨어져 정부규제의 합리성, 효율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섣부른 정부규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혁신은 동태적이며 불확실하지만, 규제는 정태적이며 예측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규제는 혁신을 억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많은 경우, 성급한 규제가 기술혁신으로 인한 사회적 편익을 가로막게 된다. 또한 정부는 규제역량과 정보취득 능력의 한계로 복잡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독자적으로 규제를 설계하고 집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산업 분야별로 어떠한 규제를 채택하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연구, 이에 따른 이해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항상 변화의 소용돌이에선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존재한다.

혁신의 과실을 얻기 위해서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