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미중의 무역 갈등이 기술패권으로 번지면서 바야흐로 기술전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은 Chipsand Science Act를 발표하면서 천문학적 재원을 첨단기술에 투자하고 있고,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거의 모든 이공계 대학에 반도체 및 첨단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기술이 단순히 R&D 정책에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전략, 외교 전략의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그림 1처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네 가지 커다란 파고 – 기술패권,탄소중립, 디지털전환, 팬데믹 –의 중심에는 기술혁신이 있다. 
기술패권은 탈 세계화와 블록화의 물결 속에서 첨단기술을 가지지 못한 국가는 철저히 소외될 수 있음을, 탄소 중립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가 대체에너지 및 환경 기술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 등 비교열위에 있는 핵심 디지털 기술을 조속히 확보해야 함을, 팬데믹은 자체적 백신 개발이 보건의료 주권과 관계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이루기위해서는 First mover형으로 R&D 정책이 전환될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도 날로 심화되고 있는 기술 경쟁에서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일찍이 DARPA를 설립하여 파괴적 혁신 기술에 투자하고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기술적 솔루션들을 찾아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아이폰에 탑재되는 음성인식 인공지능(시리), 스텔스 기술 등 수 많은 혁신 기술들이 DARPA를 통해 개발되었다. 
미국은 이 같은DARPA의 성공을 기반으로 최근 에너지고등연구국인 ARPA-E를 설립하여 에너지 분야에서 혁신도전형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RPA-E는 에너지 기술개발에 있어 장기적이고 고위험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에너지 분야에 대한 심화 탐구(deep dive)를 통해 민간이나 기타 연방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는 백색 지대에 대한 프론티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은 혁신을 넘어 급진적 기술개념을 근본적으로 육성하고 구현하는 ‘고위험, 고수익 연구과제’를 지원하기 위해 2021년 2월 첨단연구발명기관 ARIA(Advanced Research and Invention Agency)를 설립하였다.

ARIA는 미국의 DARPA를 벤치마킹하여 만들어졌으며 급진적 기술 발굴과 상용화 지원을 위한 R&D로드맵을 구축하고 과학기술자들이 이를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혁신적 아이디어의 경우 불필요한 행정 사항을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하며, 새로운 법을 통해 연구비 집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seed money, 상금형 인센티브 등 펀딩에 대해서도 자유롭고 유연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경쟁우위를 지속하기 위해 2020년부터 발의된 일련의 법안01들을 통합하여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과시키면서 반도체 R&D와 제조에 5년간 약 69조 원 직접지원, 10년간 약 31조 원 규모의 R&D세액공제 지원, 핵심기술 R&D 관련 부처의 기술육성 지원 가속화, STEM(Science, Technology,Engineering and Mathematics) 인재 육성지원,기업들의 지적재산 보호, 첨단기술에 대한 테스트베드 구축 등 다양한 종합적 지원을 천명한 바 있다.이 같은 해외 사례들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들도 기술혁신 경쟁에서 지속적인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R&D 시스템을 혁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국들이 정해 놓은 기술 스펙을 모방하는 추격형 전략을 택해 왔지만,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R&D를 통해 first mover로 거듭날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R&D 정책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분절적인R&D 거버넌스, R&D 인력정책, 세액공제 등 R&D지원체계 전반에 걸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며 이와 함께 국가 R&D도 민간주도로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 재구성과 함께 반도체 등 핵심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본 특집호는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 R&D 정책의 주요 분야별 패러다임적 전환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스페셜이슈 기고인 『R&D 거버넌스와 혁신생태계 개혁』은 혁신생태계 관점에서 현R&D 정책 거버넌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산학연협력 촉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분절적인 칸막이식 거버넌스, 특정 혁신 주체들에 대한 참여 제한, 부족한 기술이전 인센티브, 유사 중복 R&D에 대한 과도한 제약 등 다양한 시스템적 문제들이 제기되었으며, 임무중심형 R&D, 스케일업R&D 등 새로운 전환적 정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두 번째 스페셜이슈 기고인 『근본적 접근 필요한R&D 인력 미스매치』은 우리나라 R&D 인력정책의양적, 질적 미스매치와 함께 척박한 산업 환경을지적하면서 다양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양적미스매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 우수인재유치 인센티브 강화,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대한 전향적 접근, 대학 정원규제에 대한 혁파 등을, 질적미스매치 극복방안으로 수·과학 기초교육 강화를제시하면서 R&D 인력이 활약할 수 있도록 주 고용처인 산업계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세 번째 스페셜이슈 기고인 『산업계가 원하는R&D 세액공제 제도』는 R&D 정책의 시스템적 전환을 위한 세액공제 제도의 혁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대·중견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 인하, R&D 세제지원 축소로 인해 기업의 R&D 투자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들이 R&D세액공제율 상향조정 및 우대제도 항구화 등을 통해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세제지원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R&D 관련 조세지원, 특히 축소된 대기업의 R&D 세제지원 확대와, Negative 방식의 R&D 조세지원체계 도입을 향후 R&D 조세지원 정책의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네 번째 스페셜이슈 기고인 『산업 大전환 시대의민관 R&D 협력 방향』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안정적 확보, 탄소중립을 위한 저탄소 친환경 공정으로의 전환, 그리고 생산공정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산업계에 필요한 것이 산학연관 협력임을 강조하고 있다. 산학연관 연합군 형태로 철강 분야 탄소중립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는스웨덴, 10년간 2조 엔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여 민간기업의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지원하는 일본 등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관협력 R&D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다섯 번째 스페셜이슈 기고인 『데이터프로세싱반도체 업계가 바라는 국가전략기술 육성』은 반도체 같은 전략기술 분야에서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게임, 블록체인, 자율주행은 물론 차세대 산업인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R/AR) 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성장하면서 GPU 같은 데이터프로세싱 반도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내 기업들이 NVIDIA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영세한 기술은 물론 규모 면에서 비교열위에 있는게 사실이다. 다섯 번째 기고는 미국의 Chips and Science Act처럼 각국의 전폭적인 지원정책을 소개하면서 팹리스(Fabless) 전문 인큐베이터 육성, 팹리스 간 M&A, 글로벌 협력 등을 정책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산업발전을 이뤄냈지만,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first mover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R&D 정책이 필요하다. 이제 국가 전체의70%가 넘는 R&D 재원이 민간기업에 의해 투자되고 있는 만큼 산업계 시각에서 R&D 정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혁신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며산업기술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이를위해서는 R&D 정책시스템 전반에서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