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경영 사상가인 알프레드 챈들러(Alfred Chandler)의 연구에 의하면, 철도가 현대적 대기업을 만들었다. 대기업은 20세기 초에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생산업자와 유통업자가 독립적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지역마다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기업들이 활동했다.
철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기업의 탄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첫째, 철도의 등장으로 전국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었다. 경쟁우위를 지닌 기업은 지역 간 고립으로 열등한 제품을 가지고도 우물 안에서 안주하고 있던 경쟁사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이런 기업들이 중간상인들을 우회하고 자체 유통망을 만들어 대기업의 토대를 닦았다. 둘째, 철도회사 스스로 대기업 조직으로의 변화를 이끌었다. 당시 철도는 전국 곳곳으로 급속히 확대되었다. 철도회사들은 대기업의 조직구조, 관리체계, 근대적 회계기법 등을 발명하게 되었다.
이처럼 철도라는 기술 혁신이 기업규모의 혁신을 가져왔고, 일단 혁신이 시작되자 또 다른 혁신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인공지능, 교육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기술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지만, 산업 구조와 가동방식을 바꾸어 연쇄적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모든 산업에서 혁신을 일으키면서 산업의 게임룰을 바꾸고 있다. 지면 한계상 인공지능이 개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다룰 수는 없고 교육 분야에 국한해서 논의를 펼쳐본다. 필자의 회사가 인공지능 교육을 그림 제공하고 인공지능을 서비스에 적극 활용하는 상황에서, 실제 교육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점을 중심으로 서술해본다.
사실 교육 분야는 그간 천천히 성장하는 분야였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 기업이 산업을 바꾸면서 성장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교육 분야 조사업체로 유명한 Holon IQ에 따르면 글로벌 교육 시장은 2020년 6조 달러 규모이고 2030년까지 매년 4.3%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에듀테크 분야는 2018년 1,520억 달러에서 2025년 3,420억 달러로 연 평균 12.3% 고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림 1 참조). 이에 따라 글로벌 교육 시장에서 에듀테크 부문이 차지하던 비중은 2018년 2.6%에서 2025년 4.4%로 그 비중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에듀테크 분야 내 세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지출액을 보면 AR/VR 기술이 2018년 18억 달러에서 2025년 126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고, 인공지능 기술이 2018년 8억 달러에서 2025년 61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AR/VR 분야의 지출은 연 평균 32%씩 성장하고, 인공지능은 연평균 34% 속도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AR/VR과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이 교육 분야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최근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에듀테크 업체의 상장이 이어졌다. 작년 3월 31일 대규모 개방형 온라인 강좌(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 플랫폼의 대표주자 코세라(Coursera)가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코세라는 온라인을 통해 유명 대학이나 전문가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2020년 기준 7,660만 명의 수강생을 보유하고 있다. 코세라는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59억 달러까지 올라가 에듀테크 업체의 인기를 입증했다. 코세라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비슷한 사업모델을 지니고 있는 유데미(Udemy)나 유다시티(Udacity) 등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또 빌 게이츠가 프랑스어를 배운다고 알려져 화제가 된 언어 교육 플랫폼 듀오링고(Duolingo)도 작년 7월 28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 65억 달러 회사가 되었다. 듀오링고는 전 세계 3억 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23개국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한 개인 맞춤형 교육 제공이 차별화 포인트다.
인공지능이 교육을 바꾸는 모습들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교육을 어떻게 바꾸고 있길래, 오랜 기간 저성장하던 교육 산업이 이처럼 요동치고 있는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 혁신은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는데,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동화다. 인공지능이 교사나 강사들의 단순 업무를 자동화해서,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영국에 있는 한 조사업체의 설문에 따르면, 교사들은 업무 시간의 43%만 가르치는 일에 관여하고, 강의 계획에 13%, 시험 관련 업무에 11%, 행정적인 일에 7%를 쓴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가르치는 일을 제외한 비핵심 업무를 대체하고 있고, 점점 그 성능도 좋아지고 있다. 벌써 오래된 일인데, 미국 조지아텍의 컴퓨터공학과에서 온라인 수업을 개설하면서 질 왓슨(Jil Watson)이라는 이름을 지닌 인공지능 챗봇을 조교로 활용했다. 질 왓슨은 인간 조교와 함께 활동했는데, 과제 마감, 강의 주제, 성적 관련 질문 중 40%를 처리하면서 다른 조교들의 업무를 경감했다. 학교에서 질 왓슨이 IBM의 왓슨 컴퓨터를 활용해서 만든 챗봇이라는 사실을 발표할 때까지, 학생들은 질 왓슨을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백인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례는 2016년 이야기다. 지금은 인공지능 성능이 더욱 발달해, 교육 서비스의 업무 자동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둘째, 맞춤화다. 인공지능이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필요에 맞춘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해준다. 요즘 인공지능 기반 교육 서비스 업체는 대부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추천처럼 학습자에게 걸맞은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것이다. 과거 대중교육은 맞춤형 교육이 불가능했다. 도태되는 학생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과외 등 개인교습이 사교육으로 제공되었다. 인공지능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맞춤형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기술로 구성된다. 먼저 학습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평가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학습자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추천 기술이 그것이다.
셋째, 실감화다. 인공지능과 AR/VR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강의장 안에서도 실제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생생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디지털 교육을 활용한 실감화 흐름은 현장 실습이 필수적인 분야, 즉 항공, 의료, 국방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넷째, 시공간 확장이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업무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온라인 교육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접속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져 언제, 어디서든 불편함이 없는 서비스를 받게 해주고 있다. 종전에는 온라인 학습을 이용하던 중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려면 강사와 코치가 근무 중인 시간에만 가능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상담 기술이 24시간 학습자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게 발전했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알고리즘랩스 역시 이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다. 우선 챗봇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AI 관련 교육에서 학습자들의 질문이 수없이 들어온다. 설립 초기에는 코치들이 이에 일일이 대응했는데, 지금은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생산성과 학습자 만족도를 높였다. 학습자의 질문을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코치들에게 가장 적합한 답변 후보를 몇 개 보여주면, 코치가 이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미세 수정하여 학습자에게 노출한다. 이 챗봇 기술을 사용한 이후 코치들의 업무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고, 학습자들도 더 풍부한 답변에 만족하게 되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콜라보로 서비스를 혁신한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 코딩 알고리즘 교육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교육에 들어온 학습자들은 본인의 코딩 역량을 테스트 받는데, 인공지능 기술이 학습자들의 코딩 역량을 5가지 세부 항목으로 분석하고, 이 진단에 기초한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교육 기간 중 학습자들은 코치의 피드백을 받으며 자신의 세부 역량 중 부족한 부분을 키우기 위한 개인별 학습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육을 이수한 많은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실력 향상을 경험했다.
시공간 확장의 이점에 대해서도 최근 고객들로부터 관련 피드백을 받고 있다. 알고리즘랩스의 AI 교육 서비스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AI 활용 교육인데, 코딩 없이 AI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교육이다. 지금까지 AI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 실무자 1만 2천 명 이상이 이 교육을 수료하고 AI를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는 대기업 연수원에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를 기점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원격으로 라이브 강의나 라이브 코칭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그랬더니 지방이나 해외에 있는 직원들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다. 굳이 연수원으로 와서 교육을 듣지 않고 자기 자리나 집에서 교육을 들으면서도 실시간 코칭으로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서 만족도가 오히려 올라갔다.
교육의 미래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교육 혁신으로 미래에는 교육이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코세라, 유데미, 유다시티 같은 개방형 온라인 강좌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유명 대학 역시 온라인 과정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 MBA는 몇몇 대학을 빼고는 온라인이 훨씬 인기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대학에서 지역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학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이도 많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에는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대학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다른데서 충분히 얻게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인공지능이 교육 분야를 혁신하면서, 연쇄적으로 나타날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전망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교육 분야를 혁신하는 방향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인간은 항상 과외 받을 때처럼 자기에게 딱 맞는 교육을 받고 싶어했고, 학교를 벗어나도 새로운 것이 나오면 배우길 원했다. 이런 것을 인공지능이 해결해줄 수 있다. 오랫동안 인간이 바랐던 교육 욕구가 인공지능으로 점점 해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