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우주 사업인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프로젝트가 지난달 궤도에 올랐다. 앞으로 14년간 약 3조 5,000억 원을 투자해 한반도 인근 지역에 초정밀 위치·항 법·시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구축한다. 정부는 기존 위성항법시스템보다 훨씬 정확한 센티미 터급 서비스를 개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4차 산업혁명 산업 개화를 위한 마중물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KPS 개발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우리나라는 위성항법 시스템을 자력으로 구축한 7번째 나라가 된다.
GPS 대신 KPS
위성항법시스템은 사용자의 지리 위치와 상관없이 신호를 이용할 수 있고 이동 중에도 실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군사 분야는 물론 자동차, 선박 등의 길 안내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교통·통신·금융 등 국가 핵심 인프라 운용에 있어 필수 요소로 부상했다. 자율주행차나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산업 분야에서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에 대한 수 요가 급증하면서 위성항법시스템 기술 중요성이 드러나고 있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위치(Positioning), 항법(Navigation), 시각(Timing) 정보, 통칭 ‘PNT’ 정보를 제공한다. 비행기, 자동차 등이 안전하게 이동하려면 주행 대상이 통일된 좌표계 상에서 센티미터급의 정밀하고 신뢰성 있는 위치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절대위치정보라고 부른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절대위치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PNT 정보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통해 PNT 정보를 받고 있다. 미국의 상용 GPS 신호는 10m 정도의 위치 오차를 갖고 있다. 정밀한 위치정보가 요구되는 항공 분야뿐만 아니라 도심,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 인프라에 활용하기엔 정확도가 떨어진다. 국제 정세에 따라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고정밀, 고신뢰성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필요성이 제기된 배경이다. 정부는 위성항법 기술의 자급 필요성을 인식하고 2005년 12월 위성항법시스템 종합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13년 12월엔 ‘우주개발중장기계획’에 KPS 개발 계획을 담았다.
이어 국토교통부의 지원 아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관으로 한국형 정밀 GPS 위치보정시스템(KASS) 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기존 GPS 위치 오차를 3m 이내로 줄이기 위한 기술 중 하나인 위성 기반 보강항법시스템(SBAS)을 우리나라 지형·환경에 맞도록 개발하는 게 목표다. KASS 개발 사업은 KPS의 첫 단계다. KASS 개발을 통해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기반 기술과 전문인력을 확보했다.
4차산업혁명 마중물 KPS
KPS은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의 위성항법시스템과 달리 세계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한반도와 주변에 센티미터급 위치정보 등을 제공하는 고정밀, 고신뢰성 위성항법시스템으로 개발된다. KPS는 지상 시스템에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항법메시지를 생성해 위성에 전달하고 위성에서 지구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PNT 정보를 방송한다. 평시에는 미국의 상용 GPS와 호환돼 현재보다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GPS 사용이 제한되는 유사시엔 우리의 위성 항법시스템만으로 PNT 정보를 제공한다.
사업은 올해부터 2035년까지 총 14년간 진행된다. 사업비 는 3조 7,235억 원이다. 사업은 크게 △KPS 위성시스템 △ 지상 시스템 △사용자시스템 개발로 구분된다. 위성시스템은 3개의 정지궤도 항법위성(SBAS 탑재체 추가 2기, 탐색구조 탑재체 추가 1기)과 5기의 경사지구동주기궤도 항법위성으로 구성된다.
지상 시스템은 항법메시지를 생성해 위성에 전달하는 시스템, 사용자시스템은 KPS 운영 및 다양한 사용자에게 필요한 수신기를 개발하는 게 골자다. 시스템 운용센터 2개소, 위성 관제센터 2개소, 위성안테나 10개소, 국내 신호감시국 5개소, 해외 신호감시국 10개소를 구축한다. 2027년 위성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2034년 시범서비스, 2035년 위성 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우리나라는 초정밀 PNT 정보 인프라를 구축, 위치기반 서비스, 자율주행 등 4차산업혁명 신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교통·통신·금융 등 국가 주 요 인프라의 안정성을 확보한다. 국내 우주산업 시장 확대, 산업체 활성화, 항법 전문가 양성 등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이바지할 전망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KPS 개발사업본부 출범 식에서 “KPS 개발 사업은 우리나라 역대 최대 규모의 우주 개발 프로그램이자 4차 산업 신산업에 필수적인 국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우주경제 시대의 차세대 주자인 KPS를 차질 없이 개발할 수 있도록 범부처 추진 체계를 정비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위성항법시스템 세계 추세는
현재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 또는 개발 중인 나라는 총 6개국이다. 위성항법시스템을 가장 먼저 구축, 활용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1978년 위성을 이용한 전파항법 시스템인 GPS 항법 신호를 처음 송출했다. 현재 20여 개 감시국과 40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했다. GPS 경제적 효과는 약 1조 4,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GPS는 당초 군사용으로 개발, 운영됐으나 1983년 KAL기 피격사건 이후, 민간에 공개됐다. 구소련의 위성 기반 전파항법 시스템 GLONASS는 1970년대에 개발이 시작됐지만 2014년도에 이르러서 24개의 위 성이 모두 갖춰졌다. 2007년 5월 러시아 대통령령으로 국외 사용자에게도 무상·무제한 제공이 허용됐다.
유럽의 Galileo 시스템은 공개 서비스, 상용 서비스, 인명 안전 서비스, 탐색구조 서비스, 공공 규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지구 위성항법시스템으로 1999년 개발이 시작됐다. 개발·구축 비용의 2/3를 민간에서 조달하기로 했으나 이후 투자가 여의치않아 아직 프로젝트를 완료하지 못했다. 중국은 지역위성항법시스템인 Beidou-1으로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이후 Beidou-1을 Beidou-2로 명명하고 정지 궤도 위성과 중궤도 위성의 조합으로 35개의 위성을 발사했다. 시스템 명칭을 BDS로 변경, 2020년 7월 31일에 완전운용능력(FOC)을 선언했다.
인도는 2018년 지역 위성항법 시스템 NavlC의 FOC를 발표했다. 1995년 파키스탄과의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GPS 시스템 의존에서 탈피하고자 2006년 독자 위성항법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으며 L5 및 S 대역에 항법 신호를 송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일본의 QZSS는 8자 궤도의 위성을 적어도 1개 이상 일본 상공에 띄워 도심에서 4개 이상의 항법 신호가 수신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45도의 경사지구동주기궤도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을 조합해 GPS 보완기능과 독자항법 등으로 초정밀 위성항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