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명강연

제61회 산기협 조찬세미나가 5월 12일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동시 진행되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빅데이터가 미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지금,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과 데이터 페어링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인사이트를 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로부터 들었다.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데이터

많은 사람의 행동은 데이터의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아닌, 확산세를 알 수 있게 하는 ‘숫자’를 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마케팅에서는 이 ‘숫자’로 소비자 혹은 직원을 행동하도록 만들고 싶어 한다. 그 원리를 이해하고 실제 마케팅에 적용하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B2B 마케팅이 B2C 경향을 따르는 추세이며, 거래처 담당자들이 젊은 세대로 교체되어 ‘검색’에서 드러난 기업들을 더 친숙하게 여긴다. 그래서 B2B에 적용할 수 있는 B2C 마케팅을 먼저 예시로 들어보고자 한다.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렸다. 이와 함께 여행업이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여행업이 활성화된다는 예측을 똑같이 하고도, 해당 분야 안에서도 돈을 버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가 갈린다. 왜일까?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갔던 지난해 10월, 여행 관련 검색어 중 2위는 ‘해외여행’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카테고리 검색어를 뛰어넘은 1위 검색어는 ‘일본여행’이었다. 일례로 ‘스마트폰’보다 더 높은 검색량을 보이는 키워드는 ‘아이폰’이다. 카테고리 검색량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등장했다면, 그것이 곧 기회다.

데이터는 거시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검색 기간을 늘려 과거 검색량을 살펴보면 해외여행 검색어 1위를 자주 차지했던 국가는 ‘대만’과 ‘베트남’이었다. 이에 따라 일본여행에 대한 관심이 정점을 찍고 나면 다시금 두 국가 여행 수요가 올라가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데이터를 통해 사업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 마케팅의 핵심이다. 특정 분야에 수십 년을 있었다고 하더라도, 데이터로 시장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많은 데이터 중 중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선별하고, 해당 데이터를 올바로 해석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꾸준한 교육과 업무 경험 축적을 통해 담당인력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람도 같은 일을 수십 년 반복하면 장인이라고 한다. 인공지능 역시 마케팅이면 마케팅, 제조면 제조 등 특정 분야를 쉬지 않고 반복 학습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페어링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효과적인 도구다. 데이터 페어링은 전통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데이터를 결합해 프로세스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 수집을 넘어 활용에 집중하라

데이터는 결합할수록 힘이 된다. 외부 데이터와 내부 데이터는 물론 온라인에서 오가는 회사와 제품, 서비스의 평판 등을 종합하면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메가트렌드까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네이버 데이터랩만 확인해도 고객들이 온라인에 남긴 흔적을 파악할 수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도 고객들의 활동 로그가 쌓여 있다. 일례로 소셜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리는 화두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최근에는 주식이나 부동산이 화제였다. 주식이 메가트렌드라면 관련 산업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어떤 전략을 세울까. KB국민은행에서는 자산관리에 관심이 높은 2030을 타깃으로 자산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2030 직원들을 모아 디지털 마케팅 조직을 만들었다. 직원들의 풍부한 창구 경험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인한 메가트렌드를 접목해 제작한 공감 콘텐츠는 30대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사람들의 공감은 곧 새로운 시도를 연이어 할 수 있다는 신호이다. 이후 KB국민은행은 고민나눔 토크쇼를 진행했다. 이 같은 마케팅의 목표는 결국 해당 은행의 상품 판매다.

이처럼 외부트렌드를 통해 메가트렌드를 확인하고, 모여든 사람들을 흡수해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쓰면 실패 없는 마케팅이 가능하다. 더불어 속한 산업의 평균은 물론 다른 업종의 평균값을 파악해 마케팅 활동의 기준점을 삼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닌 활용이다. IBM과 HP,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은 영업 파이프라인을 단계별로 세분화해 각 단계의 고객에게 적합한 솔루션을 맞춤형으로 제시한다.

제조업에 오래 종사한 이들이 빠지기 쉬운 생각의 함정이 있다. 다름 아닌 ‘우리 회사는 다르다’는 자신감이다. 분석의 목표는 개선점을 하나씩 찾아가며 변화의 방법을 모색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의 수장이 ‘우리 회사는 다르다’고 못 박아버리면 분석을 이행할 이유가 사라져버린다. 앞으로는 데이터 분석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인간은 창의적인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시대에는 ‘정확한 타이밍’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이는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미 인공지능은 다방면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일 홈페이지 방문자 수 등과 같은 기업 현황이나 예측 분석과 원인 분석 등은 인공지능에 맡길 수 있는 대표적인 업무이며, 메신저나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매일 자동 보고 체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이전까지는 보고서 작성이나 발표 능력 등이 뛰어난 인력이 주목받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자동화 솔루션을 누가, 얼마나 더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재의 경쟁력이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