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현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뜨겁다. SMR에 관심이 많고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탄소중립을 위해 전력시장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의 SMR 시장 전망은 연간 100조 원이 넘는다. 이는 기존의 화력 발전을 대체하기에 SMR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실체화된 SMR은 없다. 개념만 제시되었거나, 설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상태다. 비록 아직 SMR 시장은 열리지 않았지만 SMR 경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장소는 캐나다 원자력안전규제기관(CNSC)이다. CNSC는 전 세계 SMR 사업자를 대상으로 인허가 관점에서 사전설계 검토를 해주고 있다. 표 1은 현재 CNSC가 검토 중인 10개 SMR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에 제일 빨리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SMR은 미국의 뉴스케일이다. 뉴스케일은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인증 심사를 통과했다. 이어서 유타주 전력협동조합의 투자를 바탕으로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내에 최초 호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내년 초에 건설허가를 신청해서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초 호기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미국 에너지부는 1억 6천만 달러의 건설 비용 분담도 약속하고 있다. SMR은 대형원전과 비교하면 소용량으로 인한 차별화된 안전성, 단순화된 시스템, 적은 투자비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시장 진입이 어려운 것은 경제성에 대한 불확실성 탓이 크다. 어떤 제품이든 최초로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수조 원의 투자가 필요한 원전은 더 쉽지 않다. 그러나 최초 호기가 전력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면 그 후로 대규모 수요가 발생하는 밴드웨건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소형원자로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2012년에는 해수 담수화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100 MWe급 SMART 원자로에 대해 세계 최초로 안전성 심사를 완료했고 201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건설 예비설계를 공동으로 수행하여 설계완성도 측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있다. 다만 소형원전으로서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적 진전을 이루었으나, 경제성 측면에서 대형원전을 넘지 못해 상업원전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런데 탄소중립을 위해 대형뿐 아니라 소형원전 시장이 열리고 기술 발달로 모듈화를 이용하여 용량 측면에서 소형원전의 경제성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이 보인 것이다. 우리가 SMART 원자로를 갖고 있어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혁신 SMR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새로운 원전을 개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원자력 기술개발은 반드시 안전 규제심사를 통과해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SMR은 낮은 열출력에 기반한 여러 안전 특성이 있고 그로 인해 대형원전과 비교해 훨씬 높은 안전성을 갖추면서도 단순화된 것을 특징으로 한다, 예를 들면 대형원전에 필수적인 비상전원장치가 소형원전에는 필요 없다. 이런 설계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안전 심사도 기술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미국에서 새로운 원자로기술개발을 추진하면서 안전규제기술 개발도 촉진한 이유다.
그림 1은 미국이 SMR 개발을 위해 얼마나 범국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 의회는 원자력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 정부는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안전규제기관은 안전성 검증을 위한 규제기술을 개발했다. 미국은 원자력 기술을 평화적 목적으로 전환하고 전 세계 원전의 주력인 경수로형을 개발했다. 그러나 미국의원전 산업은 오늘날 러시아, 중국 등에 밀리고 경쟁력을 잃었다. 미국은 SMR을 통해서 잃어버린 원자력 종주국의 지위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뉴스케일을 필두로 한 경수로 SMR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원자력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 제4세대 원자로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상업용 경수로 분야에서는 세계적이다. 이미 우리 고유 브랜드인 APR1400의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지금도 체코, 폴란드에서 원전 수주를 놓고 미국, 프랑스와 어깨를 겨루고 있다. SMR에서도 우리는 상당한 소형로 기술은 가지고 있다. 여기에 소형원자로를필요한 만큼 묶어서 모듈형 원전을 만드는 기술을 더한다면 단박에 세계 SMR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이런 혁신형 SMR은 범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2021년 발족한 혁신형 SMR 국회포럼(그림 2)은 여야를 막론하고 SMR 개발에 대한 국회의 관심을 보여준다. 올해 5월 통과한 혁신형 SMR 기술개발 사업도 일부 예산이 삭감되기는 하였으나 내년부터 2028년까지 6년간 4,000억 가까운 예산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안전규제심사를 담당할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올해 초 혁신형 SMR 심사를 위한 규제기준 개발과제에 착수했다. 혁신형 SMR 기술개발 사업에는한국수력원자력㈜를 필두로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전연료㈜, 한국전력기술㈜ 및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기기 제작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APR1400 설계개발 이래 원자력 산업계, 연구계가 원자로 개발을 위해 이렇게 대규모 협력팀을 구성한 것은 실로 30여 년 만이다.


 

SMR을 6년 안에 설계하고 인허가 심사까지 완료한다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혁신형 SMR 프로젝트는 3년의 기술개발 후 3년의 심사를 마치고설계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설계 개발자는 물론 안전규제심사자도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일정이다. SMR 개발자들이 사명감으로 해야하는 이유다. 국회도 지속적인 관심과 필요한 법 제도를 정비해 줘야 한다. 원자력 기술개발은 안전규제라는 틀 내에서 해야 한다. 그래서 신기술을개발하려면 안전규제도 검토해 가면서 개발해야 한다.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정보의 교류, 기술기준의 수립에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혁신형 SMR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추가로 필요한 기술개발 요소가 등장하기도 하고, 특히 인허가 심사 중에 설계 보완이 필요할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SMR 개발의 성공을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SMR 프로젝트의 리더십확보도 당면한 과제다. 이 프로젝트에는 공기업, 사기업, 연구기관 등 다양한 성격의 기관들이 다수 참여한다. 다양한 기관들을 한가지 목표로 묶고, 각 기관의 결과물을 통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사업단을 꾸리고 사업단장은 물론 사업단에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야 한다.

우리는 불모지에서 수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그 성공사례에는 즐겨 Korea의 머리글자인 K를 붙이곤 한다. K-Pop이 한 예이다. 음악평론가인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는 그의 저서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에서 K-Pop은 한국이 아닌 나라들을 위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 음악으로 수출 지향적 문화경제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이는 문화의 물질화를 지적한 면도 있지만 아무런 자원도 없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수출 지향적 인지도 보여준다. 원전도 비슷하다. 우리의 전력수요를 위해 수입했지만, 수출로 우리의 실력을 입증했고 그럼으로써 국민의 인정을 받았다.
SMR이 i-MR(innovative-SMR, 혁신형이라는 의미다)을 넘어 K-SMR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혁신형 SMR은 국내에 최초 호기를 지어서 실증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목표로 뒀다. 물론 국내 원전 이용 확대의 필요에 따라 국내 건설을 먼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K-SMR이 돼야만 진정한 기술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K-Pop은 글로벌 문화로 자리 잡았다. BTS가 유엔에 초대되고 빌보드 차트에 매겨지는 것이 낯설지 않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세계 여행을 하면서 K-SMR을 마주쳐도 전혀 낯설지 않은 그런 미래를 만드는 것이 혁신형 SMR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