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의 역할

인류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되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화석연료의 사용을 제한하고 재생에너지와 같은 청정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한편, 열과 전기의 생산이 가능하면서도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수소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기생산, 난방, 수송,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원으로써,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원으로써 수소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관련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 세계의 기후 위기 대응에 동참하기 위해 2050년 탄소중립(Net Zero)을 목표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목표가 상향 조정된 바 있으며, 탄소 발생원을 청정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작년 말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르면, 세계의 수소에너지 수요는 연평균 6.7%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우리나라의 수소 공급량은 2020년 22만 톤에서, 2030년 390만 톤, 2050년 2,790만 톤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자력 활용 수소 생산기술과 국내외 R&D 동향

최근 주요 원자력 선진국에서는 원전을 이용한 수소 생산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원전을 활용하는 경우 탄소 발생 없이 대규모의 수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생산 방법으로는, 원전의 전기를 이용한 저온수전해(LTE, Low Temperature Electrolysis), 원전의 전기와 열을 이용한 고온수전해(HTE, High Temperature Electrolysis), 원전의 초고온 열을 이용한 열화학적 수소생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저온수전해 방식은 알카라인, PEM 등 저온수전해 기술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으므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과 연계하는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상용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두 번째 방식은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와 증기를 SOEC 고온수전해 설비에 공급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경수로형 원전에서는 약 300℃의 증기가 생산되는데 이를 일부 우회시켜 SOEC 고온수전해에 필요한 증기를 생산하는 데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원전의 높은 열에너지가 수전해에 필요한 전기에너지의 일부를 대체함에 따라 저온수전해 방식보다 효율이 약 20~30% 정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SOEC 수전해 설비는 현재 실증이 진행 중인 단계로 알카라인이나 PEM 수전해보다 기술개발이 다소 늦은 상태이다.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에서 제시한 고온수전해 수소생산공정 개념도는 그림 2와 같다.


 

세 번째 수소생산 방식은 원전에서 생산된 초고온의 열(850℃ 이상)을 활용해 물을 열화학적으로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초고온의 열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와 열화학 공정의 개발이 필수적이나, 두 분야의 핵심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로서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연구원(KAERI)을 중심으로 초고온의 열을 공급할 수 있는 초고온가스로(VHTR, Very High Temperature Reactor)와 수소생산을 위한 요오드황 열화학 공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빠른 시간 내 대규모 수소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동 원전과 연계한 수전해 기술개발 및 실증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정부(DOE)의 재정지원과 국립연구소(INL)의 기술지원 하에 Nine Mile Point, Davis-Besse, Palo Verde, Prairie Island 등 4개의 원전에서 PEM 방식의 저온수전해(MW급)와 SOEC 방식의 고온수전해(kW급) 수소생산 실증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프랑스의 EDF 사는 영국 Sizewell 원전에 2MW의 저온수전해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Oskarshamn 원전에 수전해 설비를 설치하여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러시아도 2023년을 목표로 KOLA 원전에 1MW의 수소생산 시험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 가동 원전을 활용한 저온 및 고온수전해 연구개발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이다. 가동 원전을 활용한 “수출형 대용량 청정수소생산/저장 플랜트 설계 및 인허가 대비 기반 연구” 정부 지원 과제가 2022년 상반기에 착수되었으며, 울진군 주관으로 “대규모 원자력 수소생산 수출 실증단지 조성”을 위한 예타 과제가 기획 중이다.


 

신사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 문제 및 제언

원전을 활용한 수소생산 기술이 상용화되는 경우 온실가스 배출 없이 수소에너지를 대규모로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여 국가 온실가스감축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수소에너지 자립을 통한 에너지 안보의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원전 해외수출 시 원전 수입국의 수소 정책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가능하여 원전 수출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원전 연계 수소생산 기술개발 및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차세대 원천기술 확보 항목에 원전 연계 수소 생산이 포함됨으로써 신정부에서는 원전 수소생산 기술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국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등에도 원전 수소생산 기술개발 및 상용화 계획을 포함시킴으로써 관련 기술개발 및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소법, 전기사업법, 녹색분류체계 등 법·제도 측면에서 개정 및 보완도 필요하다. 청정수소에 원전 수소의 포함 여부로 논란이 되었던 수소법 개정안은 온실가스 배출 기준에 따라 청정수소를 정의하기로 함에 따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수소도 청정수소의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후속 시행령에 원자력 수소가 청정수소의 범위에 포함된다면 관련 투자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발전사업자가 발전사업과 수소생산사업의 겸업이 가능하도록 전기사업법의 개정 및 보완이 필요하며,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활용 수소생산이 포함됨으로써 관련 기술개발 및 실증, 상용화에 자금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원전을 활용한 대규모 수소생산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성의 확보와 함께 주민 수용성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수소 생산설비의 재해로부터 원전 및 주민의 안전이 확실하게 확보되어야함은 물론,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원자력 및 수소 산업 종사자를 포함한 유관 기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