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명강연



 


2022년 3월 10일, 제60회 산기협 조찬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IT·가 전전시회 CES 2022 리뷰를 통해 한국에게 주어진 기회와 선택은 무엇일까.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AI경제연구소장 겸 논설위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역사적인 맥락으로 살펴보는 CES 2022

경제학에서도 자연과학처럼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있다. 위대한 경제학자로 추앙받는 슘페터는 자본주의가 옛것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창조를 향해 나아간다는 ‘창조적 파괴’를 주장했다. 자본주의는 위기를 먹고 산다. 자본주의 가 자동차라면,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엔진은 무엇일까. 변화의 주체는 기업가들이다. 또한 또 다른 영감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과학기술자들이 맡는다.

자본주의 시장은 단기·장기·초장기 등 여러 사이클을 통해 변화한다. 미국 경제사학자 조엘 모커는 “이웃국가의 기술혁신을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위협을 무시한 강대국의 몰락은 역사가 ‘카드웰의 법칙’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일본 경제학자 미즈오 카즈오는 <자본주의의 종언과 역사의 위기>라는 책을 통해 금융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 전망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핀테크, 모바일 금융 등 공정 혁신에서 제품 혁신으로 나아가며 지리적 시장을 뛰어넘는 혁신이 금융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불황, 대침체, 대격변은 새로운 기술 혁명의 전주곡이다. CES 2022는 AI, 로봇, 모빌리티 등 곧 닥칠 미래를 그려낸 상징적 장면으로 가득했다. 또한, 이번 CES 2022에서는 푸드테크, 스페이스테크, 블록체인, 헬스케어 등 카테고리가 새롭게 추가되어 눈길을 끌었다. 몇 가지 사례로는 현대차의 ‘메타 모빌리티’, 우리집을 메타버스 공간으로 만든 삼성전자의 AI 아바타인 ‘사용자 맞춤형 미래 홈’, SK㈜가 투자한 미트리스팜의 대체육, 전자 잉크로 자동차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BMW의 순수 전기 SUV 차량, 하늘로 날아서 출근하는 시대를 예고한 일본 스타트업 스카이드라이브, 나만의 가상현실 속 집을 구현한 버추얼 공간을 선보인 롯데정보통신 메타버스, CES에 나타난 우주왕복선 드림체이서 등을 주목할 만하다.

 

천 개의 실험이 가능한 규제 개혁이 필요할 때

그렇다면 포스트 모바일 시대에는 어떤 기술이 미래를 주도할 것인가. AI, 로봇, 메타버스 등이 포스트 모바일 혁신 경쟁을 주도하는 가운데, 헬스케어의 르네상스가 도래하고, ESG경영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스페이스 테크’ 시대가 열리고, 세계 각국의 ‘테크노내셔널리즘’이 치열한 경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CES 2022는 거대한 변화의 기점이 닥칠 것을 예상하게 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엄청난 경제적 불평등을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현재의 기업가정신은 ‘생존’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것이 무서운 동인이 되어 거대한 혁신을 일구어내고 있다. 흥미롭게도 글로벌 유니콘은 코로나19 팬데믹 첫 한두 해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면 일단 올라타고 봐야 한다. 그 기회를 놓치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격차를 따라가기가 어렵다. 앞으로도 수많은 경기 사이클이 나올 것이다. 사이클을 잘 활용하면 궁극적으로 상승의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여기에서 경제학자 칼 폴란의 ‘대전환’이라는 관점을 참고해보자. 만약 지금이 대전환 시기라면 수많은 돌연변이들이 대거 등장해 지배적 표준을 바꾸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대전환 시기에는 수많은 돌연변이들이 등장해 지배적 표준을 바꾼다.


 

과연 우리는 진화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거대한 대기업 하나가 천 개의 실험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천 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면 천 개의 실험이 가능해진다. 이는 대기업을 스타트업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공존하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CES 2022는 미중 분쟁이 심화된 가운데, 앞으로 양국의 운명을 가를 5대 분야가 무엇인지 명확한 메시지를 주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전략적 모호성은 강대국 사이에서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가 취하기에는 위험한 전략이다. 다행히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다. 그러나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진행될 것이다. 외부 위협이 밀려오는 시기에 내부갈등에 휩싸이면 모두가 무너질 수 있다. 기술전쟁은 선전포고 없이 급작하게 이루어진다. CES 2022에서 유달리 눈에 띈 국가는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숫자가 적지만, 여러 기술을 연결하는 ‘길목의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터닝포인트는 규제 개혁이다. 2022년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이기도 하다. 100년을 내다보고 5년을 봉사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