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의 전략적 의미
기업 생존전략의 핵심은 매출 증대, 사업영역의 확대 등 유기적·비유기적(Organic, Nonorganic) 성장을 통하여 생존력 강화를 추구하는 ‘선행적 생존전략’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전략은 외부환경 변수를 제외하면, 단계별 수행과제와 세부 실행계획, 그에 연계된 활동별 완성도와 기술의 품질력에 의해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여기서 전략의 실행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능 간 전문능력의 결합으로 생성된 ‘핵심역량’이 그 기본 동력이 된다.
이 핵심역량은 오늘날의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산업·기술 간 융·복합화 등 비연속적 산업환경 하에서 전략적 의도나 사업의 초점을 명확히 해 준다. 그리고 신시장 개척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지식의 토대와 나아가 더욱 효과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 및 그에 따른 조직 구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공급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핵심역량의 분석 절차와 사례
기업에서의 핵심역량 분석은 기존 제품(혹은 서비스)에 대한 현시점의 역량 보유 수준을 기준으로 미래전략제품의 필요역량을 구분하여 내부의 합의된 절차에 따라 진행하게 된다.
그래서 우선, 중장기 전략과 목표의 수립이 선행되어야 하며, 전략제품(혹은 서비스)과 그것을 구성하는 핵심제품(전략제품과 동일할 수 있음)을 정의하여야 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시장 요구에 따른 핵심(혹은 전략)제품의 성능·기능 콘셉트(Concept)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기술(혹은 스킬)을 규명하고, 제품의 사업적 목표와 핵심기술을 연계하여 그것이 성과로 창출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활동)이 무엇인지 도출하여야 한다. 또한, 각 활동들에 대한 사업적 중요도에 따라 핵심역량을 정의하고, 경쟁력 수준과 격차 원인의 분석에 따라 유지, 보완, 발전 등 확보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로 진행한다.
그럼 이와 같은 기본 절차에 따라 분석한 국내 생활용품 기업의 사례를 통해 단계별 개념을 정리해 보기로 하자.
사례기업은 자사의 기존제품에서 어떤 활동이 사업성과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지 분석하고, 또한 미래 제품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먼저, 기존 제품군의 전체 카테고리(고급, 기능, 겸용)에 대하여 내부 가치사슬의 각 단계별(혁신, 운영, 판매 후 서비스 단계 등) 활동 및 스킬(Skill)을 분석(40개)하고, 다시 수준별로 분류하여 최종 15개 내외의 역량 요소로 정의하였다. 이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 관점의 역량 수준을 평가하여 ‘핵심성공요인(KFS) 도출 및 공유’, ‘목표 품질 실현 능력’ 등 4개의 강점 역량 요소를 선정하였다(그림 1). 이를 내부 가치사슬 프로세스에 포지셔닝(Positioning) 해 보면, <그림 2의 A영역> 에서와 같이 역량 요소(4개) 모두 운영단계(Operations Process) 내에 위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이 기업의 생활용품에 대한 현재 핵심역량은 정해진 제품 콘셉트에 따른 개발 및 구현력, 그리고 다양한 채널에 대응하는 유통력을 통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운영단계의 활동, 즉 ‘제품개발·운영의 우월성(Operational Excellence)’으로 정의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사례기업은 향후 신사업, 새로운 시장 개척 등의 활동을 통하여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인가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다.
우선 대상 생활용품의 미래예측 결과와 소비자들의 궁극적 추구·기대에 대해서 ‘청결과 건강, 그리고 미적, 심리적 만족을 제공하는 창의적 콘셉트 제품의 발굴 및 출시로 롱런(Long-run)하는 브랜드 구축’을 목표로 하여, 카테고리별 제품에 대한 역량 요소(41개)를 식별해 냈다. 이후 이를 수준별로 재정리하고 광범위 이용성, 독창성, 고부가가치 제공, 모방의 어려움 등을 기준으로 주요 역량을 선별(7개)하였다(3개는 기존 핵심역량 요소와 중복).
그리고 중복되지 않은 나머지 역량 요소(4개)를 핵심역량 분석 프레임인 내부 가치사슬에 포지셔닝 해보면, <그림 2의 B영역>과 같이 새로운 시장을 식별하고 신제품 콘셉트를 정의하는 혁신 단계(Innovation Process)의 역량들(3개)과 추가로 ‘광고 품질 제고’는 운영단계의 역량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기존사업에서의 핵심 역량 요소는 기본 개념이 변화한 미래의 신제품에서 요구되는 필요 핵심 역량 요소이기도 하며, 추가로 혁신 단계 영역의 활동 확보가 요구된다는 점을 도출한 것이다.
또한, 이를 다시 핵심역량 맵(그림 2의 오른쪽 그림) 상에서의 위치로 전환하여 전략적 방향을 분석해 보면, 현재 핵심역량으로는 기존 시장에서 사업을 단기적으로 영위할 수 있지만,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 또한 신시장 개척이나 아직 묻혀 있는 ‘미래의 원석’ 같은 기회를 선점(Ⅲ. White Space 및 Ⅳ. Mega Opportunity 영역)하기 위해서는 혁신 분야에 대한 역량을 확보·강화(Ⅱ.Premier+10 영역)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분석된 각 핵심역량 요소에 대하여 중요도와 경쟁력 수준에 따라 평가하고, 현재 투입되고 있는 자원 규모에 대한 경쟁사와의 격차, 현재 활동에 대한 이슈 등을 고려하여 확보 및 강화방안을 도출하였다. 그중에서 특히 중요한 역량인 광고 품질 제고, 브랜드명 정의(Naming), 소비자 제공 가치 분석 및 브랜드 관리 등에서 전문 협력기업을 재평가하도록 하고, 선정 프로세스 개선, 인력에 대한 질적 강화를 위한 전문가 패널 및 아카데미 운영, 그리고 R&D와 마케팅 부문 간 인적 교류 활성화 등 질적 강화에 대한 활동을 추진할 수 있었다.
핵심역량 관리를 위한 고려사항
우리는 핵심역량이라는 용어를 다양한 기획활동 과정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내부역량 분석만을 위해 별도의 팀을 구성하거나, 그러한 체계를 통한 정교한 전략 수립 활동에는 소홀했을 수 있다. 마무리에 우리가 이러한 핵심역량의 분석·관리 및 활용에 소극적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해 보자.
첫째, 핵심기술 그리고 시장의 변화방향과 고객에 대한 풍부한 지식에 기반한 핵심역량은 신제품 콘셉트 발굴 기회와 새로운 사업의 창출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중요성에 대하여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핵심역량에 대하여는 주기적인 내부 분석체계를 구축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새로운 기회에 요구되는 전문역량을 유용하게 활용 및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며, 경영활동 과정에서 무분별한 인력자원의 재배치 및 조직 해체 등에 따른 핵심역량의 와해·붕괴를 막을 수 있게 해 준다.
마지막은, 다른 산업이나 사업을 통하여 획득한 우수 역량을 앞세운 신규 진입자들의 기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업은 더 새로운 기술에 의하여, 그리고 더 혁신적 기업에 잠식당하면서 발전한다. 그래서 현실에 안주하거나 기존의 역량 요소에 만족하여 발전을 멈추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