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차에 '체크인'하다 
미래 모빌리티 혁명의 서막 

 


 

 

자율주행車, BM이 달라진다

100km 이상 장거리를 가는 차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상상이라면 편하게 누워가는 모습일 거다. 의자를 뒤로 완전히 젖혀 침대처럼 누워가는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인기를 끌었듯, 최상의 탑승감은 이동수단계 킬러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미래 이동수단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새삼 주목을 이끈다. 주상우 영남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주요 수요는 위성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길거리에서 하루 3~4시간을 버리는 직장인들이 될 것”이라며 “이들은 차에 탄다는 개념보다 마치 호텔에 ‘체크인’하는 식의 개념이 더 강한 이전에 경험해본 적 없는 ‘모빌리티 라이프’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BM(Business Model)으로 내부 인테리어가 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 도로에 내연기관 차량이 아닌 친환경 자율주행 자동차가 달리는 이른바 ‘그린 뉴딜’의 청사진을 정부가 최근 제시한 가운데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들을 조기 선점하려는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지역 자동차 부품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는 밑그림은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직결된다. 영남대학교와 포스텍 연구진으로 이뤄진 ‘자율형 자동차 부품 소재 청색기술 선도연 구센터’는 자율주행차 센서보호기술 등 시스템 효율 향상 연구와 방균·방음·방진·방오 등의 맞춤형 실내 소재 개발, 홀로그램등 차량 주행환경 인식·제어 부품 연구, 경량화 기술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정체 구간 없는 ‘드론택시’

2020년 11월 11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전기동력비행체(eVTOL), 일명 ‘드론택시’가 떠올랐다. 시범 운행에 투입된 드론택시는 중국 이항사가 설계한 것으로 80kg 짜리 쌀 포대를 싣고 여의도공원과 서강대교, 밤섬, 마포대교 일대 약 1.8km 구간을 두 바퀴 선회했다. 정부는 2025년 드론 택시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드론택시를 도입하고자 한 지자체들의 시범 운행이 잇따랐다. 관련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드론택시 운영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드론택시가 다니면 모범택시 비용으로 신속하게 시내 곳곳을 이동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드론택시는 기술적으로 분류하면 멀티콥터 드론에 해당한다. 각각의 회전수가 신속하게 조절되는 프로 펠러를 3개 이상 장착해 수직 이착륙 및 제자리 비행 등 정밀한 자세 제어와 민첩한 기동이 가능한 무인항공기를 말한다. 현재 설계기술은 프로펠러를 8개 이상 장착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드론택시는 조종사를 포함, 최대 5명까지 탑승이 가능한 규격으로 개발되고 있다. 참고로 이번 드론택시 시범 운행에 투입된 드론을 개발한 이항은 드론택시 양산을 위해 오스트리아에 기반을 둔 항공시스템개발사 FACC와 함께 오는 2025년까지 최대 3,000대의 드론택시를 생산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국의 보잉과 우버, 한국의 현대자동차, 일본의 도요타 등 이미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크고 작은 드론택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특히 현대차는 조종사를 포함, 총 5명이 탑승할 수있는 eVTOL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을 선보인 바있다. S-A1의 최고 비행 속도는 시속 290km이며, 한번 충전으로 최대 100km까지 비행할 수 있다.

공유자동차 대표업체 우버는 2023년을 목표로 드론택시 ‘에어 우버(Air Uber)’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에어 우버는 비행기와 헬리콥터가 합쳐진 형태다. 4개의 로터(회전체)로 비행하며 하나의 로터에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로터들이 안전한 착륙을 위해 계속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300~600m 고도에서 비행하며 뜨고 내릴 수 있는 정거장, 즉 ‘스카이 포트’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사람이 조종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인 자율비행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버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자율주행 항공기를 관리하는 새로운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비행기보다 빠른 열차 ‘서울-부산’ 20분

‘부산에서 이것을 타고 가면 서울역에 20분 만에 갈 수 있다.’ 하이퍼루프(hyperloop, 초고속 진공튜브 캡슐열차)를 두고 한말이다. 최근 영국 버진그룹 산하 초고속 진공 열차인 버진 하이퍼루프가 회사 관계자 2명을 태우고 첫 승객 테스트에 성공 했다고 CNN 등 외신이 보고했다. 버진그룹의 하이퍼루프는 시험 주행하는 동안 최대 시속 172km 속도로 500m 시험 구간을 15초 동안 달렸다. 2025년까지 안전성 검증을 거친 후 2030년부터 실제 운행이 가능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이퍼루프는 자기부상열차가 진공상태에 가까운 터널(튜브) 안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운송 수단을 말한다. 고속열차(KTX)를 대체할 미래 대중교통 수단으로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사실 수십 년 전 제시된 기술이다. 구체화의 어려움, 경제성을 고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일단 보류 됐지만,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런 머스크의 주도로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다시 개발 가도에 오른 것이다.

국내 연구진도 축소형 초고속열차 ‘하이퍼튜브’로 시속 1,000km 돌파하는 데 성공, 기술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은 독자 개발한 축소형 튜브 공력시험장치로 하이퍼튜브 속도시험을 실시, 진공상태에 가까운 0.001기압 수준에서 시속 1,019km/h의 속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비행기에 버금가는 속도로 미국·유럽을 다니는 국제선 항공기의 경우 800~1,000km/h의 속도로 비행한다.

철도연이 자체 개발한 하이퍼튜브 공력시험장치는 하이퍼튜브 차량, 차량을 초고속으로 주행하게 하는 발사부, 아진공 튜브와 제동부 등으로 구성됐으며 실물의 17분의 1 규모로 제작됐다. 이 장치는 차량속도 100~1,000km/h 이상, 튜브 내 압력 0.1 ~0.001기압 이하의 범위에서 필요한 조건으로 다양한 주행시험이 가능하다.

앞서 철도연은 지난 9월 공기저항이 적은 아진공 상태에서 공력 주행시험을 실시, 시속 714km의 속도를 기록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공력시험장치의 가속관 부분에서 급가속 주행 마찰에 의한 차량의 주행 장애 문제를 해결, 1,000km/h 이상의 속도를 냈다.

철도연 측은 “이번 시험의 성공으로 아진공 튜브 내부에서 비행기보다 빠르게 주행하는 하이퍼튜브의 주행 특성을 세계 최초로 실험으로 규명함으로써 하이퍼튜브의 기본설계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시험을 계기로 우리 기술이더 빠르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친환경 초고속 교통 신기술 개발 경쟁을 선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글/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카이스트(KAIST) 과학저널리즘대학원 석사,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디넷코리아, 이데일리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머니투데이에서 과학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