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05 - 기계장비 및 핵심 부품의 대일 의존도 극복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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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송창규 센터장
한국기계연구원 CNC센터


국내 기계장비 산업은 공작기계 산업이 세계 6위에 이를 정도로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였지만 핵심 부품의 대일 의존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NC공작기계와 반도체 장비 등의 기계장비 대일 의존도 현황을 살펴보고 사례를 통해 대일 의존도 극복 방안을 제시해 본다.



NC공작기계의 현황과 대응방안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자동으로 가공을 수행하는 NC공작기계는 원하는 제품을 얼마나 빠르고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Mother Machine)”라고도 불리는 공작기계는 자동차, 전기·전자, 항공, 조선 등의 국가 기간산업 및 방위산업을 지탱하는 필수 요소로, 우수한 성능의 장비의 확보가 국가 제조업의 경쟁력 기반이라 할 수 있다.

NC공작기계는 가공하는 방법(공정)과 대상품의 재료, 형상, 공구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견고한 구조물과 정밀한 위치제어, 고속으로 회전하는 공구나 공작물, 그리고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개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가공물과 공구의 교체가 자동으로 이루어져 작업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지난 9월 독일의 하노버에서 개최된 전시회 EMO 2019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동화 시스템을 포함한 NC공작기계와의 패키지를 선보인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공작기계를 가치사슬의 관점에서 보면, 기계를 구성하는 소재 및 가공품, 도장 등의 소재와 CNC, 볼스크류, 엔코더, 슬라이드 커버, 공구, 유압 유닛 등의 부품이 조합되고, 자동차, 항공, 전기·전자, 의료 등 대부분의 제조업이 수요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효율적인 공작기계 산업을 위해서는 핵심 부품 산업의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수요산업의 생산성과 정밀도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자동화 및 엔지니어링 기술이 연계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작기계의 완제품 메이커는 모듈·부품·가공 협력업체 이외에 공구, 측정기, 자동화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다수의 전문업체와 긴밀한 조달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 1위 공작기계 업체인 두산공작기계는 CNC, 볼스크류와 같은 일반 부품 외에 국내외 95개의 업체와 협력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소재·부품·장비·수요업체 간의 긴밀한 생태계가 경쟁력의 바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일본의 무역정책 변경은 국산화율이 65%에 그치고 고성능 공작기계의 핵심 부품의 상당수가 일본 수입 의존도가 큰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입장에서는 가치사슬의 붕괴에 따른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 단기간으로 수입 다변화로의 대처가 필요하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술과 수급처의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 부품의 기술 개발과 전문 기업의 육성, 부품·장비 업체의 협력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정부 R&D 지원의 강화, 대학과 연구소와의 기술개발 협력체계 강화와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 현황 및 개발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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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 기술이며, 산업 및 기술 간 융합이 중요한 첨단 장비 산업으로 전후방 연관효과가 높은 종합적이고 파급력이 큰 기계 산업이다.

반도체 장비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외산장비 도입 시 반도체 공정 핵심 기술의 유출 우려가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 등 반도체 경쟁국 등이 반도체 장비 기술력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을 견제 및 무기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최근 일본의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의 수출규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장비는 크게 전공정(웨이퍼·칩 제조) 및 후공정(웨이퍼 가공, 조립, 밀봉, 검사·테스트) 장비로 구분된다.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소자 수요기업이 존재하여 내수 지향적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여 공정이 단순한 단순주문 제작방식의 로우엔드급 반도체 장비 위주로 성장하였지만, 로우엔드급 반도체 장비는 중국 장비업체 등과 경쟁과열로 수익성이 급속히 저하되는 추세이다.

최근 고성능 AI 반도체 및 웨어러블 IoT 센서 등에 활용되는 하이엔드급 융복합 반도체 패키지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최근에 웨이퍼 및 패널 레벨에서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초정밀 조립, 적층, 밀봉, 검사하는 미드엔드 장비군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으며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웨이퍼 가공, 조립, 밀봉, 검사·테스트 등)이 복잡하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하이엔드급 반도체 장비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장비 선진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사례로 일본 Disco는 웨이퍼 백그라인딩 및 다이싱 장비 세계시장의 80% 이상 과점하고 있으며, 반도체 고객사에게 신공정·신소재 솔루션을 장비와 함께 패키지화하여 적시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의 Rudolph 검사장비 회사와 에지 컴퓨팅을 활용한 머신러닝을 적용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및 피드백 제어를 통해 장비 성능 및 신뢰성을 개선하여 신규 장비를 고가로 개발 판매하는 전략으로 차세대 반도체 웨이퍼 박형화 및 다이싱 장비 분야를 독점하고 있다.

국내 장비기업은 장비 설계 및 제조를 위해 필수적인 기초·원천기술 부재, 신공정에 대한 이해 및 개발 역량 부족 등으로 핵심 공정 장비 개발이 미흡하여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단순 주문방식 로우엔드급 반도체 패키징 장비에서 탈피하여 공정수율 및 장비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공정·신소재+공정·소재 최적화 장비+지능형 운영 SW”를 패키지 형태의 토털 솔루션으로 제공함으로써, 고부가가치 하이엔드급 융복합 반도체 패키징 장비 개발 및 시장선점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계장비 핵심 요소 부품의 현황 및 개발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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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장비의 핵심 요소 부품으로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품 중 하나는 베어링이다.

직선 및 회전기기에서 원하는 운동을 유지하면서 다른 방향으로는 흔들림 없이 구속해야 하므로 다양한 기계장비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베어링 회사인 NSK(1914), NTN(1918)은 1차 세계대전 당시 국가주도로 군수용 베어링을 제조하기 위하여 설립되었으며 글로벌 리딩회사인 SKF(1907, 스웨덴), Schaeffler(1905)와 업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 한국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신한베어링이 설립되어 1964년 한화그룹의 한국베어링으로 흡수·운영되어 KBC라는 브랜드로 국내에 널리 사용되었으나 1998년도 IMF위기 직후에 Schaeffler로 인수되어 Schaeffler 코리아가 되었다.

KBC라는 국내 토종 브랜드는 명칭만 유지하고 있으나, 설계 및 제조는 Schaeffler사의 FAG 베어링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국내 정밀 베어링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매각당시 베어링 사업부의 매출은 2천 7백억 원이었으나 현재 Schaffler 코리아의 매출은 1조 2천억 원이라고 한다.

Schaeffler가 금융위기 당시 국내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고 국내 산업의 성장과 함께 열매를 따갔음을 알 수 있는 예라 할 수 있다.

베어링은 앞서 언급한 몇몇 선진국들이 독점하고 있으나 지각변동도 일어나고 있다.

일진베어링은 3세대라 칭하는 베어링-장착 플렌지-ABS 센서 등이 일체형으로 나오는 자동차 허브베어링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세계 시장의 약 35%를 점유하고 약 3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인 대만의 Hiwin은 일본이 주를 이루고 있던 정밀기계 장비 분야의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공략하여 약 4조 원의 베어링 관련 매출을 달성한 성공 신화를 가지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많이 수입되는 베어링류는 일진베어링 등이 만들지 못하고 있는 정밀급 P5 이하 베어링이 주이며, 볼스크류 LM가이드 등도 비슷한 실정이다.

정밀 베어링은 제작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규모의 경제에 의해 좌우되는 전형적인 장치산업이어서 국내 기업이 정밀베어링을 성공하여도 판매량이 많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국내 베어링 업계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 관련 베어링의 장점을 살려 발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일진 등 국내기업이 P4 이상의 정밀베어링 생산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는 기술의 난해성도 존재하지만 내수 기반의 생산성 및 품질확보 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이 가능했던 자동차 허브베어링과 달리 국내시장의 크기가 작아 투자 효율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연비향상과 25,000rpm 이상의 고속 운전에 따른 P4~P5급의 볼베어링이 필요하며 대규모의 장치가 투자될 필요가 있어 전기차가 베어링 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베어링의 새로운 변화는 Schaffler, SKF 등 선도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Modular sensor Bearing이라는 이름으로 베어링에 삽입된 센서의 옵션에 따라 진동, 온도, 변위, 각도 변화, 회전속도 등을 제공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베어링은 기계장비의 소모품 성격의 제품이며 동시에 생산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계장비의 모니터링 필수 제품 중 하나이다.

베어링 요소의 고장진단을 위하여 센서를 내장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장 사례에 따른 아날로그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데 Schaffler와 SKF사는 회사내부의 대형의 전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진단을 위한 데이터 축적과 제공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고장진단을 위한 API를 제공하며 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있어 국내 기업도 이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시장 논리의 한계 극복

NC공작기계와 반도체 장비 및 핵심 부품의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기계장비와 그 핵심 부품은 시장 논리에 맡겨두면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도리어 그나마 갖추고 있는 기반마저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대일 의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요·공급기업 간의 대승적 협력 및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근의 사태에서 주목받고 있는 공작기계 CNC 제어기는 다행히 공작기계 업계가 국산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서 한마음으로 극복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정부도 다양한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개발모델이 여타 기계장비와 핵심 부품에도 적용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