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02 - 개인 맞춤형 식품시대와 식품생명과학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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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명선 책임연구원/교수
한국식품연구원 헬스케어연구단/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개인의 선택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 환경, 유전정보 간의 결합은 그 사람의 건강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이다.

앞으로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개인 맞춤형 식품이 등장하고, 건강지표를 교정할 수 있는 치료 분야까지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영양소와 유전자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생명과학 기술과 맞춤형 식품에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소개한다.



들어가며

우리는 고령화시대에 살고 있다. 생활수준 향상, 헬스케어기술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으며 전 연령층에 걸쳐 건강에 대한 관심 확대되고 있다.

초기 보건정책을 제안한 Laframboise 박사는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요소로서 인간의 유전정보(30%), 라이프 스타일과 생활환경(60%), 보건관리(10%)를 들고 있다.
 
그 중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환경요소는 건강을 결정하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일상에서의 식사, 운동, 생활습관, 수면과 같은 개인의 선택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은 건강과 우리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유전자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노출된 환경인자는 우리 몸의 유전자에게 생화학신호를 전달하여 의사소통을 하며 유전자 스위치를 끄거나 켤 수 있다.

심지어는 우리 몸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과도 소통하게 된다. 즉, 개인의 선택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환경-유전정보간의 결합이 건강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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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게놈 시대, 개인맞춤형 식품의 시대로 접근

2003년 인간유전체해독사업(Human Genome Project)의 완성으로 사람의 유전체 염기서열구조가 밝혀졌으며, 여러 동물, 식물, 미생물들의 염기서열구조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생명과학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질병의 예방과 치료, 후성적인 유전정보의 개선, 더 나아가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직접 합성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포스트 게놈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인간유전체지도가 확보되면서 식품과 영양연구 분야에서는 유전체와 건강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영양유 전체 연구가 활발하다.

과거, 식품의 각종 영양소들의 구조 및 기능을 밝히고, 과량섭취나 부족시 발생되는 건강상의 문제들을 규명하는 영양학을 넘어서서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맞춤형 식품과 더 나아가서 건강지표를 교정할 수 있는 치료분야까지도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인간의 유전정보와 더불어 식품을 포함하는 바이오 빅데이터가 핵심적으로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영양소와 유전자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바이오빅데이터 생산을 위한 핵심 생명과학 기술과 맞춤형 식품에서의 활용가능성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영양유전체학과 맞춤형 식품

영양유전체학(Nutrigenomics)의 연구방향은 2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 번째로는 영양소와 유전체의 관계, 즉 우리가 먹는 음식이 유전정보의 발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여 유전체-영양소 상호작용에 대하여 밝혀가고 있다.

영양소와 식품의 활성성분이 유전자의 복제, 전사, 단백질의 발현에 영향을 주거나 그 이후의 대사산물의 생산에 영향을 주는지를 밝히는 내용이다.
 
이 분야에서는 전사체학(Transcriptomics), 단백체학(Proteomics), 대사체학(Metabolomics) 등의 분자생물학적 분석 기술이 사용된다.

두 번째로 유전자의 다형성(Polymorphism)에 따라 영양소와 식품성분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사되는지를 연구하여 개인에게 맞는 음식으로 건강을 보완하고자 하는 영양유전학(Nutrigenetics) 분야가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99.9%가 유사하고 0.1%의 차이에 의해 특정 질병에 대한 감수성을 나타낸다고 밝혀졌다.

이 0.1% 차이를 보이는 각 개인의 유전자에는 특징적인 단일염기변이(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를 포함하고 있다.
 
전장유전체분석(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y)법을 통하여 유전체정보와 건강지표와의 관계를 찾을 수 있으며 이렇게 밝혀진 유전형연구는 개인 맞춤형 영양과 건강관리에 활용될 수 있다.

영양과 관련된 SNP 변이를 보이는 유전자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유전자로서 엽산과 메티오닌 대사에서 길목지킴이 역할을 하는 MTHFR(Methylenetetrahydrofolate Reductase) 효소가 있다.

유전자의 단일염기서열 변이로 인해 MTHFR 기능이 떨어질 경우 혈중 호모시스테인이 증가하여 신경 이상 및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변이 MTHFR 유전자형(677C→T)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엽산이 풍부한 식사를 하여 감소된 효소활성을 보충해야 질병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비타민D 수용체 유전자의 SNP 변이를 가지는 사람은 비타민D 활용도가 떨어져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낮고, 골다공증 및 대장암, 유방암 등 관련 질병들이 더 잘 생길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 비타민D 섭취량을 권고하여 질병을 예방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식생활과 관련된 맞춤형식단, 맞춤 영양제 처방, 대사증후군에 대한 위험도 계산, 맞춤형 운동처방은 이미 상품화되어 있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패스웨이 지노믹스를 비롯하여 뉴트리지노믹스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DTC(Direct-to-Customer) 기반의 맞춤 영양 추천을 하는 맞춤 헬스케어 산업을 시작되었다.
 
국내 일부 프리미엄 검진센터에서는 유전자를 기반으로 하는 맞춤식단, 맞춤운동에 대한 상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개인의 유전자를 읽어내는 기술인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진단분석비용이 100달러 시대로 이미 진입하고 있다. 곧 더 싼 값에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는 자신과 가족의 질병 위험이나 건강 이상 여부를 미리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는 유전정보의 대중화 시대가 될 것이며 개인의 유전형에 따른 맞춤영양 서비스산업은 우리 생활에서 바로 적용될 수 있어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양후성유전학과 맞춤형 식품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은 우리 몸의 유전자 스위치를 끄거나 켤 수도 있다.
 
영양후성유전학(Nutriepigenetics)에서는 식생활과 음식에 의하여 DNA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유전자의 발현과 다음 세대에게 유전되는 현상을 다룬다.
 
음식이나 다양한 생활습관은 인간의 유전자에 작은 흔적을 남기게 되고, 그 신호가 지속될 경우 후성유전 핵심 인자인 DNA에게 메틸기를 전달하거나 히스톤 단백질에 아세틸기와 메틸기의 생화학신호를 보내 유전자에 기록이 되어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스위치는 DNA메틸화(DNA methylation), 히스톤변형(Histone modi-fication), 마이크로RNA(microRNA) 등이 있다.

앞에서 언급된 개인의 타고난 유전형과는 다르게, 후천적으로 접하는 우리의 행동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인자가 우리 몸의 유전자에게 생화학신호를 보내어 의사소통하여 변화시키는 것이다.

음식이 DNA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다양하다.

듀크대학의 랜디 저틀 박사의 연구에서, 뚱뚱하고 질병감수성이 높은 아구티 생쥐를 임신하게 한 후 메틸기가 풍부한 엽산, 콜린, 비타민B12, 비테인 등을 사료에 넣어 먹였을 때 건강하고 날씬한 갈색 새끼 쥐를 낳을 수 있었다.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프로모터에 메틸기를 전달하여 뚱뚱하고 질병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꺼준 것이다.

이는 유전자 조작이 아닌 영양성분이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으며, 다음세대까지 전달되어짐을 증명한 것이다.

성장기와 성인기의 식이습관 역시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스웨덴에서 1800년대 발생한 흉년기 역학연구에 의하면, 성장기에 극심한 기아와 과식을 경험했던 세대의 손자들은 이를 경험하지 않았던 세대의 손자들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및 대사성 질환이 통계적으로 많이 발생하였다.

할아버지가 경험한 기아와 과식에 대한 경험이 3세대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젖을 땐 이후부터 20주까지 고지방식을 섭취하였던 쥐는 뇌의 포만감 느끼게 하는 도파민전달 유전자에서 과메틸화가 진행되어 이 단백질 생산을 감소시켰다.

이 경우, 같은 수준의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음식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비만을 유도하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후성적으로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식품은 아주 많다.
 
대표적으로 콩은 환경호르몬에 의해 과도하게 메틸화되어 암을 유발시키는 유전자를 정상상태로 되돌려놓는 DNA메틸화조절자로서 뿐만 아니라 히스톤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필자의 연구팀에서도 한식의 식재료인 대파, 부추, 미나리, 도토리와 그 성분이 히스톤의 아세틸화와 표적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포도, 마늘, 양파, 생강, 브로콜리의 주요 성분에 의한 히스톤 변형과 메틸화 능력이 다양하게 보고되어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인대상 임상연구에서 식단을 바꾼 2주 만에 혈액세포 DNA상의 메틸화 신호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비만과 고혈압에 관여하는 일부 질병 유전자의 메틸화 생화학신호에서 2주 동안의 전통한식 식단에 의해 변화를 유도한 것이다. 이는 애초에 던졌던 질문인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식이에 대한 유전자의 적응은 꽤 긴 세월이 걸리는 편이다.
 
건강을 결정하는 라이프 스타일-환경-유전정보간의 연결고리는 건강요소의 90%를 차지하므로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변하는 후성유전학 데이터를 통해 미래에 예측되는 건강지표에 맞는 개인 맞춤형 영양소와 맞춤식단이 필요할 것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맞춤형 식품

인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인체내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들과 이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한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은 그 무게가 약 0.5~1.5kg에 이르며 사람세포의 10배가 넘고 500~1,000 종의 세균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미생물의 95%는 대장을 포함한 장내에 존재하고 있으며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소화효소로 분해되지 않은 복잡한 탄수화물이나 섬유소 성분들을 발효·분해해서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게 하여 에너지의 공급을 돕는다.

뿐만 아니라 숙주인 인간의 면역 시스템 조절, 비타민 생성, 병원균으로부터 장 점막 보호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명과학 기술의 발달로 미생물의 배양없이 전체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할 수 있는 메타제노믹스(Metagenomics) 기술을 통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 식습관, 생활 습관 등에 따라 개인별로 다양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군집구조를 갖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체내에서 영양분 흡수, 약물대사 조절, 면역체계 조절, 뇌기능, 행동발달 조절 및 감염성 질환 예방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나쁜 식생활습관이 누적 될 경우, 위장관 질환과 관련된 염증과 감염, 비만 등의 대사증후군을 일으킬 가능성과 치료방법에 대하여 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체내 존재하는 미생물무리를 이해하는 유용한 개념으로서 Bacteriodes, Prevotell, Rumino-coccus 등의 우점형으로 구분한 3~5가지 장유형(Enterotype)이 제안되었는데, 이 유형은 식습관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음식섭취패턴을 바꾸면 단기적으로 장 마이크로바이옴 무리가 일시적으로 바뀐다.
 
섭취패턴이 장기화되면 장 유형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런 장내 미생물 분포에 따라 장 유형의 구분은 개인 맞춤형 질병치료나 건강증진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00세인의 연구에서, 젊은 사람과 비교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염증발생 가능성이 높은 미생물 수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신생아에서부터 연령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특징에 관한 연구는 건강을 유지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세대별 맞춤형 식습관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제품과 치료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네슬레, 다논, 카길 등의 글로벌 식품기업 뿐만 아니라 화이자, 듀폰, 얀센 등의 제약기업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제품개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농식품, 바이오, 진단기업에서부터 제약, 화장품, 동물사료생산기업 뿐만 아니라 4차 산업의 핵심인 인공지능, 원격의료, 모바일 헬스케어와 같은 첨단 ICT 분야와도 연계되어 국가 의료산업은 물론, 국민 건강 증진에도 공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생물을 위한 식단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식이섬유이다. 1만 명 이상이 참가한 미국인 장내 미생물 연구에서도 매주 30가지 이상의 식물을 섭취한 사람이 가장 균형 잡힌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현미밥, 각종 나물류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한식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어느 나라의 어떤 음식이나 재료가 우리 몸의 장내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와 분포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의 빅데이터는 향후 맞춤형의학과 함께 맞춤형 식품을 디자인하고 서비스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체환경에 빠르게 반응하는 장내 미생물의 특징상 맞춤형 식품에 제일 먼저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장기간의 균형잡힌 식습관과 라이프 스타일 관리가 중요하며 건강한 장유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건강관리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맞춤형 식품에 대한 인식과 미래 발전방향

스마트한 현대 소비자들의 유전자분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영양학회 조사(2018)에 의하면 맞춤형 식품에 대한 미국 일반소비자의 인식은 매우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90.7%는 기꺼이 유전형을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식이제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대답하였으며 30% 이상은 이 맞춤형 식이제안시스템에 비용을 쓸 의지가 있다고 반응하였다.
 
어쩌면 공상이 아닌 현실에서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가서 맞춤형식단을 요구할 수 있는 식당이 일반화되는 건 아닐지 상상해본다.

개인의 혈액형, 취향을 얘기하듯 유전체 지도와 마이크로바이옴 지도를 음식주문과 같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명과학 기술 발전에 의한 유전자와 건강, 질병발생 위험도에 관한 빅데이터가 쌓여가는 만큼 그동안 축적된 화학적, 생물학적, 농경학적, 조리특성 등 수많은 식품데이터를 개인의 유전정보, 생활습관 정보와 연결하여 개인맞춤형 식품시대에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곡물, 채소 등 다양한 식재료를 적절한 토양에서 재배하여 맞춤형 식품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까지도 미래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앞으로 생명과학 기술은 계속 발전해 갈 것이며 축적되는 다양한 생활 빅데이터와 함께 개인 맞춤형 시대의 핵심 기술로서 자리매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