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는 기업의 연구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 김순석 대표 (주)이다
공동 작성_백철우 교수(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아파트 같은 고층 주거공간이 많은 한국의 주택시장에서 창호는 주거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여름과 겨울철 냉난방비 절감을 위한 단열 기능, 여름철 집중호우에도 빗물을 막아주는 수밀기능, 도로변 소음을 차단하는 방음기능, 사계절 내내 빈번히 발생하는 황사 및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기밀기능 중 어느 하나도 창호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기능들이다. 그만큼 수요도 많고 기술적 요구가 많은 시장이 바로 창호시장이다.
창호시장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대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표적인 과점시장이다.
제품의 수요자인 건설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대규모 단지에 단시간에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보유하면서 시공 후에 A/S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인지도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대기업이 전형적으로 유리한 시장이다.
이러한 창호시장에서 (주)이다(이하 이다)는 눈에 띄는 작은 강자다. 범접할 수 없는 기술력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이다의 기술혁신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세계 최초 ‘평레일 시스템 창호’ 개발
2001년 하늘기업이란 이름으로 출발한 이다는 현재 매출액 70억 원, 종업원 23명을 보유한 벤처기업으로 성장하였다.
36개의 국내외 특허를 바탕으로 단열과 기밀, 수밀 등 창호의 기본 성능은 물론 미려한 디자인을 뽐내는 ‘평레일 시스템 창호’ 개발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2007년에 개발을 시작해 2011년 시장에 선보이며 화제가 된 평레일 시스템 창호는 기존의 레일 구조의 창호와는 달리 완전 평면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레일 홈이 없어 먼지 및 오염이 적고 청소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특히 자동 청소기능이 있어 위생적이고 사람의 발이 끼거나 걸림이 없어 밟아도 안전하며 창의 용도와 중량에 맞춰 레일 교체가 자유롭다.
물론 시스템 창호의 필수 기능인 단열성, 기밀성, 차음성, 내풍압성, 수밀성 또한 경쟁 제품에 비해 우수하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1년 8월 업계 최초로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했다.
이후에도 ‘이중 발포 가스켓과 하부가이드 레일을 이용한 자동문용 프레임 구조 기술(2014년)’, ‘PVC와 알루미늄 소재를 이용한 프레임 커버 분리형 연결부 45˚클램핑 조립구조 압착기술(2015년)’, ‘ㄷ자 롤러 지지대를 이용한 평면레일 구조를 갖는 창호조립 구조(2016년)’로 3년 연속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6년에 NET 인증을 획득한 ‘ㄷ자 롤러지지대를 이용한 조립구조 기술’은 단면(斷面) 형상이 일측면으로 개방된 ‘ㄷ’자형 롤러지지대를 사용함으로써 창틀 프레임 상면에 노출된 홈의 개수를 줄여 기밀성과 수밀성을 향상시켰다.
창호 소재로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경우 강도와 채색에는 유리하나 단열에 취약하다.
반면 PVC는 단열기능이 우수하나 강도가 약하고 색이 단조로운 단점이 있는데 이다가 개발한 제품은 알루미늄과 PVC를 동시에 사용하는 복합창이다. 외부는 알루미늄을, 내부는 PVC를 사용하여 두 소재의 장점을 결합해 만들었다.
이러한 복합창호는 소재 간 팽창 정도가 상이하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45˚클램핑 기술을 적용하여 문제를 극복함으로써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술혁신의 성과만큼 수출 실적 또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 11개국의 국제 특허 55건을 출원 및 등록 완료했으며, 홍콩, 중국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해 아시아 여러 나라에 평레일 시스템 창호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현지 업체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북미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고 있다.
기술혁신 성공 요인
이다의 성공적인 혁신사례는 유수의 대기업들도 확보하지 못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끄는 만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럼 지금부터 이다의 신기술 개발과정을 알아보고 그 성공요인들을 살펴보자.
(1) 독자적 원천기술 확보로 경쟁력 제고
국내 창호 산업을 이끌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대부분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창호 기술이 뛰어난 일본, 독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고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 디자인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원천기술에 대해 상당한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제품을 생산해왔으며, 원천기술을 소유한 외국 기업과의 계약관계 때문에 해외 수출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이다는 다르다. 생산능력 면에서 국내 대기업들과 경쟁이 어렵다는 점을 사전에 인식하고, 일본과 독일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기술 개발에 주력하였다.
2011년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한 평레일 창호가 바로 그 산물로서 기존의 창호와는 완전히 다른구조의 제품 개발에 성공하였다.
독자적 원천기술을 보유하였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과 달리 자유롭게 해외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높였다.
만일 이 회사가 다른 대기업처럼 손쉽게 해외의 기술을 도입해서 개량된 제품을 생산하기로 결심했다면 대기업이 보유한 규모의 경제, 유통망, 전후방 산업간의 강한 네트워크 등에 밀려서 고전을 면치 못하였을 것이다.
독자적 원천기술에 기반한 차별화된 제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경쟁의 압박은 최소화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 CEO의 기술 ‘집념’
이다의 김순석 대표이사는 창호 제작 일만 30년 넘게 지속해 온 창호 업계 베테랑 기술인이다.
10대 때부터 창호 제작 일을 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을 설립하고 창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의 창호와는 획기적으로 다른 특별한 제품 개발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에 기존 창호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창호프레임을 개발한 그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대학에는 창호 학과가 전무합니다. 그만큼 인재가 척박한 상황입니다.”
창호 산업은 교육을 통해 축적된 형식적 지식(Explicit Knowledge, 이하 형식지)보다는 장기간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등 암묵적 지식(Knowledge, 이하 암묵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보통 창호 회사는 규모가 작고 대표이사 혼자서 기술개발, 공장관리, 마케팅 등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업 초창기 이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김순석 대표는 수십 년간 창호라는 하나의 우물만 파왔던 사람으로 본인이 곧 기술인이라는 점을 가장 강조한다.
수차례 경영위기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창호에 대한 집념을 유지함으로써 경쟁 기업의 연구원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김순석 대표는 항상 아이디어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물론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화에 성공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이렇게 쌓인 아이디어가 어느 순간 다른 기술과 접목되어 돌파구를 찾게 되면 훌륭한 신제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대기업처럼 R&D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의 현안에 회사의 자원이 집중되어 좋은 아이디어가 제품 단계까지 숙성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아이디어 노트에 기록된 많은 아이디어들은 일종의 지식 창고의 역할을 함으로써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3) 가치사슬의 수직통합을 위한 종합 생산단지 구축
기술개발과 설계 작업 이후 제품화되기까지는 압출, 도장, 단열, 래핑, 최종 조립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PVC나 알루미늄을 압출하는 과정은 초기 투자비용 및 생산비용이 높아 자체적으로 수행할 여력이 없으며 이는 다른 생산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제품설계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작은 벤처기업이 전체 생산 공정을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압출 공정상의 고비용 문제 외에도 생산 공정의 각 단위를 아웃소싱하게 되면 물류비용도 늘어나게 되고 각 공정마다의 불확실성에 비례해서 커지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다는 파트너 기업들과 함께 보령관창산업단지에 대규모 종합 생산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약 3만 3,058㎡(1만 평 규모)의 부지에 2019년 말까지 154억 원을 투입하여 공장을 완공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올해 안에 주요 시설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한국유리공업(주), (주)일진유니스코 등이 입주하여 이다의 제품만을 생산함으로써 아웃소싱에 따른 물류비용 감소 및 불확실성 제거에 주력하고자 한다.
이다는 소규모 벤처기업이지만 파트너 기업과의 종합생산단지를 구축함으로써 경쟁기업 대비 비교열위에 있던 생산 역량을 보강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기술개발에서 제품 판매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임으로써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시사점
보통 신시장에 진출할 경우 모든 기업가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검증된 선진기술을 도입하여 개량된 제품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과 기존 기술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제품을 우직하게 개발하면서 느리지만 남과 다른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면서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만일 이다가 첫 번째 방식을 택했다면, 대규모 생산능력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을 펼쳤다면 지금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후자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창업 초기 오랜 시간 경영난을 겪었지만 현재와 같은 독자적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다의 성공사례를 다른 창업 초기 기업에 무조건적으로 대입하려는 것은 자칫 무모한 시도가 될 수 있다.
창호 산업은 형식지보다는 암묵지가 중요한 산업인 동시에 설립자가 오랜 기간 이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기술 전문가였다는 정황과 조건이 있었기에 이들의 기술전략이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또 하나 눈여겨볼 부문은 자신들의 약점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기술개발 및 설계에 성공하더라도 결국 생산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었던 만큼 보령시 관창산업단지에 대규모 공장을 신축 중이며 파트너 기업들이 여기서 이다만의 전용제품을 생산하도록 함으로써 생산비용과 물류비용을 줄이면서 생산과정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다는 국내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배제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해외 특허도 상당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2012년부터 중국 현지의 알루미늄 업체와 손잡고 이다차이나 중국 법인을 설립해 중국은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독자적으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시장도 진출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 프리도니아(Freedonia)의 산업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창호시장의 성장세가 매년 6%의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창호시장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산업화, 각 국가별 주택 건수 증가 추세에 힘입어 매우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북미 지역 역시 빠른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내실 있는 강소기업 이다의 향후 글로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