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6

기술혁신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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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민 연구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두 달이 되었다.
 
새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바로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제일 먼저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난 6월 1일에는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기본 방향이 그저 실업률을 낮추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있어 더 바람직해 보인다.

좋은 일자리 혹은 양질의 일자리가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취업하는 사람이 일할 만하게 여기고 계속해서 다닐 만하다고 평가하는, 임금이나 근로환경 등 근로조건이 우수한 일자리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경제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값싼 인력의 장시간 노동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이 아니라 기술과 신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많이 창출되어야 한다.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기업이 더 많이 생성되고 성장해 나가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R&D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제품 혹은 공정 혁신으로 연결시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혁신 활동은 사실 일자리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생산성 향상은 투입되는 노동에 대비해 산출하는 생산물의 개수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생산성을 높이면 같은 수의 생산물을 만들 때 투입되는 노동의 양을 줄이고 이는 결국 일자리 수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로 인해 동력을 가진 기계에 의한 생산성 혁명의 시초인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협에 계속 직면해 왔다. 이에 대한 반발로 러다이트 운동이라 불리는 기계파괴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20세기 후반에는 제조업 생산에서의 기계 도입을 넘어 IT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가 점점 더 많은 사무실과 작업장에서 쓰이기 시작하자, 생산직이 아니라 사무직까지 포함하여 기계에 의한 일자리 대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생산에 기계를 도입하기 시작한 18세기 이래 사람들의 일자리는 줄어든 게 아니라 더욱 증가하여 왔다.

생산성의 향상이 일어나 같은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데 드는 노동의 양은 줄었지만, 생산량이 훨씬 많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을 절감시키는 생산성의 향상은 일자리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노동시간의 단축 등을 통해 노동자 개인의 여가 시간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산업혁명 이래 지금까지 이루어진 기술혁신과 경제발전의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결국 생산성 향상이 생산량 증대를 통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고, 노동시간 감축으로 대표되는 노동 투입 감소와 함께할 때 경제 전체의 일자리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좀 더 자세히 R&D 투자라는 기술혁신 관련 투자가 이루어졌을 때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고리를 살펴보면 그림 1과 같이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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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를 수행하는 주체에 따라 고용이나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는 경로가 다른데,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연구개발을 직접 수행할 연구개발 인력도 고용하지만 기술혁신의 성과를 직접 제품 혁신과 공정 혁신에 활용해 기업의 성장을 이룩하며 일자리를 창출한다.

더 나아가 제품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요와 산업을 창출하기도 하는 등 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도 있다.

간접적으로는 기업 성장에 따라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기업의 소득이 상승하면 소비의 증가를 가져와 다른 생산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일자리를 더 만들기도 한다.

대학에는 교수 이외에 다른 고용된 연구자가 많지 않아 연구개발 인력을 직접 수행하는 일자리 창출도 미약한 편이다.

오히려 석·박사 학위를 가진 고학력 인력 배출을 늘리는 효과를 더 많이 가져온다.

고학력 인재가 일하기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을 경우 고학력 인력 배출 증대는 오히려 청년 실업이나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대학을 통해 수행되는 R&D 투자가 경제 전체의 일자리 증대로 연결되기 위한 가장 큰 경로는 기술이전을 통해 기존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거나 새로운 기업의 탄생과 성장 즉, 창업을 촉진하는 길밖에 없다.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우에는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위한 연구원이나 지원인력을 직접 고용하기 때문에 R&D투자가 이루어질 때 이를 수행할 인력 자체를 늘리는 효과는 대학보다 크다.

다만 연구소 일자리 증가 자체에 예산이나 정원 등의 문제로 인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의 성과물이 경제 전체의 일자리 증대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대학과 마찬가지로 기존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이나 새로운 벤처기업 등의 창출로 연결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연구 개발사업 투자가 고용 창출로 연결되기 위한 가장 큰 통로인 사업화 및 창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연구개발 주체는 중소기업이다.

201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사업화 성과의 67.5%인 14,299건이 중소기업에서 이루어진다.

기업 전체로 보면 그 비중이 70.4%에 달하고 있다.

취업구조로 보나 사업화 성과로 보나 중소기업을 통한 기술혁신 활성화가 일자리 창출 경로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업화의 유형도 70.0%가 기존 업체에서의 상품화여서 상대적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떨어지는 기존 업체에서의 공정 개선(21.6%)보다 많다는 점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일 가능성이 더 높다.

단지, 대학이나 국공립연구소의 연구개발 활동이 일자리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이전 비중은 14.1%에 그치고, 나머지는 기술 보유자의 직접 사업화(85.9%)인 점은 전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상대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공립연구소의 사업화 유형은 98.5%가 공정 개선으로 나타난 점과 사업화 유형 가운데 가장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클 수 있는 창업이 8.4%에 머무르는 점 등도 한계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기술혁신 활동이 좀 더 활발히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업화 유형 가운데 창업 유형을 더 늘리고, 대학이나 국공립연구소의 기술개발 성과가 창업 내지 신상품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으로 활발히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물론 가장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사업화 성과도 높은 중소기업을 통해서 R&D 투자 성과의 사업화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순히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인력에 대한 투자도 같이 증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기업에 대해 기술혁신의 성과가 이어지기도 힘들겠지만, 그 경우는 대부분 공정 혁신 등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종업원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국가연구개발 활동이 이루어지고 기술이전 등 사업화 성과도 이러한 기업과 더 연결되는 연구개발 생태계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투자와 연구개발 활동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 기술들은 과거와 같이 선진국의 스펙을 열심히 쫓아가기만 해서는 그 성과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지식과 정보의 축적이 이루어지는 플랫폼의 구축과 활용이 경쟁력의 핵심 기반이 되는 플랫폼 경제는 승자독식의 경쟁 구조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사물 인터넷(IoT) 등을 통해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하고, 더 많은 사람이 플랫폼에 연결되어 그 지식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더 많은 정보를 축적하도록 해야 플랫폼의 경쟁력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플랫폼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지식과 정보가 활발히 축적되고 활용되도록 하는 미래 핵심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그리고 이러한 인력은 과거 산업화 시대처럼 고정된 교육 프로그램이나 양성기관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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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과 기반을 마련해 주는 투자가 사회 각 층에서, 특히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소위 창의성을 갖춘 융합형 미래 인재가 탄생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의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향후 20년 내에 급속히 진전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인구감소 효과는 핵심 인력에 대한 투자와 확보를 미래 기업의 필수 생존 요건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결국 인력 공급 구조의 변화로 보나 수요 혹은 미래 산업의 성공요인의 변화로 보나 인력에 대한 투자와 기술혁신의 선순환 구조 창출은 기업이나 정부 모두에게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선순환 구조의 핵심은 무엇보다 기술혁신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기반으로 해서 사람과 기업의 동반성장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