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협업 생태계 구축을 통한 저성장 시대 극복
▲ 윤동한 회장 한국콜마(주)
지금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고실업률, 저금리, 저소비 등으로 대표되는 저성장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내수 시장의 감소와, 중국 등 신흥국의 경쟁력 강화로 인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약화 등 경제 성장을 위한 모멘텀을 상실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 발굴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 혁신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중 하나로, 우리 경제 구조를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합니다.
과거 우리는 해외 선진기업을 벤치마킹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에 기반하여 정부의 대기업 지원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고속 성장하였지만, 이제는 중국 등 신흥국들과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원가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앞으로는 국내 기업 중 99%(1인 기업 제외)에 달하는 중소·중견 기업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산업, 신기술을 창조하여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인력, 자본, 기술, 시설/장비 등 자원의 부족으로 인하여 이를 독자적으로 사업화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사업화에 필요한 가치 사슬의 각 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여 성과로 연결시키는 협업(Collaboration)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협업의 사례로서 작년 말 출시된 ‘바나나맛 우유 화장품’이라는 이색적인 제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나나맛 우유의 독특한 패키지와 향을 그대로 재현한 이 상품은 화장품 시장의 최근 트렌드인 ‘푸드메틱(식품원료를 사용한 화장품)’과 함께 사회 전반의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에게 소소한 위안을 주는 ‘스몰 펀(Small Fun)’이라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장수 브랜드인 빙그레의 상표권과 디자인, CJ올리브네트웍스가 보유한 헬스/뷰티 전문 유통망, 그리고 한국콜마의 화장품 개발/생산 역량이 힘을 합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위 사례가 단기적 협업의 사례라면, 협업에 참여한 회사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서로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 네트워크를 조율, 관리하는 회사를 별도로 설립하여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교토시작(試作)센터는 1990년 교토 지역의 기계 금속 분야 중소기업 10개사가 친목 모임을 결성하여 교류하다가 2006년에 ‘시제품 제작’을 공동으로 수주할 것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현재 100여 개의 회원사가 가입하고 있으며, 센터는 회원사의 주력 업종과 핵심 기술, 보유설비 등을 상시 파악하여 시제품 제작 요청이 접수되면 최적의 회원사를 연결해줍니다.
시제품 제작은 빠른 대응이 중요하므로 요청 접수 후 2시간 이내 견적을 철칙으로 한다고 합니다.
회원사는 센터에 연회비를 납부하며, 고객사와 계약이 체결되면 계약금의 5%를 센터에 납부합니다. 고객사로 부터 얻는 수익금은 회원사가 가져갑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기업 간 협업의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협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각자 보유한 서로 다른 역량을 상호보완적으로 발휘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품기획–R&D–생산–판매’의 프로세스에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거나, 각자의 특화된 기술을 결합하여 공정을 개발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각 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하여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하여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정보, 기술, 혹은 자금조달에 대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을 잘아는 마케팅 역량이 강한 기업이 사업화를 주도하면 시장성 및 판로 개척에 대한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대학 및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R&D에 참여하거나, 정부기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 예산을 활용하면 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여기업 간의 신뢰 관계가 중요합니다.
비용부담, 수익 배분 등 협업 계약 내용의 불투명 및 불공정성, 주도 업체의 정보독점이나 업체 간 소통 부족으로 인한 문제, 협업 과정 중의 주도권이나 불평등한 관계 등에 대한 불만 등으로 신뢰가 무너지면 협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기업 간의 거래 관계 혹은 비영리적인 교류로 인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며, 협업 과정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자문해줄 수 있는 전문기관의 지원 등이 마련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뢰에 바탕을 둔 협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모두가 상생하는 길입니다.
다가오는 미래는 IoT와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결합 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이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소·중견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하여 사회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서로 간의 협업을 통하여 제품화한다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저성장 시대를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