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무비 & 사이언스는 영화 속의 상상력이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진 과학기술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마법 같은 의료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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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최원석 과학칼럼니스


드라마 < 낭만닥터 김사부 >에서 김사부는 가히 전설적인 실력을 가진 외과의사이다.

첨단 의료 환경과는 거리가 먼 시골의 작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김사부는 거대한 대학병원에서 포기한 환자들도 척척 살려낸다.

이런 시골 병원에 어느 날 부와 명예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던 젊은 의사 강동주가 좌천되어 내려오고, 김사부를 만나 진정한 의사로 거듭난다는 것이 드라마의 줄거리다.

다분히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메디컬 드라마지만 그 속에는 미래 의료 기술이 무엇을 담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김사부는 강동주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의사나 착한 의사가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양심적인 치료를 하는 의사보다는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그 의사가 냉정하고 까칠한 인공지능 로봇이라도 그가 진정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다.

이미 의사들은 IBM의 왓슨처럼 특정 영역에서 의사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과 협업하기 시작했다.

의학적 자문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은 인간 의사보다 정확하여 환자들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다.

< 로스트인 스페이스(Lost in Space, 1998) >에는 환자의 내부 장기의 모습을 그대로 환자에게 오버랩 시켜 의사가 지켜볼 수 있도록 하는 의료 침상은 왓슨의 미래 모습이다.

인공지능과 3D 영상, VR 기기 등이 결합되면 이러한 의료 침상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 장치는 단순히 신체 내부 상태를 보여주는 의학영상 장비가 아니라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심장 마비로 진단되자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하여 환자를 살려낸다.
 
영화 속에서와 같이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것을 입체영상으로 투영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은 < 엘리시움(Elysium, 2013) >에 등장하는 의료 기기로 발전할 것이다.

이 기기는 의사가 필요 없을 만큼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환자의 몸을 스캔한 후 상태를 사용자에게 알려주고 그대로 치료를 진행한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용자는 의학적 지식이 필요 없으며, 기계에 전적으로 맡겨두면 침상에서 일어날 때 몸은 건강한 상태가 된다.


당신은 부적격자입니다

언뜻 보면 < 엘리시움 >은 미래 의료 기술의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의료 복지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된 영화다.

이 기계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DNA 검사를 통해 ‘엘리시움’ 거주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곧 죽을 운명의 주인공과 친구의 아이는 치료를 위해 가짜 신분을 만들어 엘리시움에 침입하게 된다.

섬뜩한 것은 선택 받은 자들이 사는 엘리시움과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구가 영화 속의 상황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료비 부담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선진국일수록 건강과 의료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 수입의 1/5 정도가 의료비로 지출된다.

따라서 건강보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료 서비스에 대한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되어야 한다.

부자들은 가정용 의료기기의 발달로 홈 헬스케어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예방은커녕 치료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첨단 의료기기일수록 치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의료보험을 통해 국가가 의료 서비스를 관리하지 않으면 빈부격차 못지않게 의료 격차가 심하게 벌어질 수 있다.

< 가타카(Gattaca, 1997) >에는 아예 모든 것을 유전자에 의해 결정하는 사회의 모습이 그려진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유전적 질병을 지니지 않고 태어난 건강한 아이들은 자연적인 방법으로 태어난 아이들보다 더 많은 사회적 기회를 얻는다.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유전자로 직업을 결정해 버린다.

결국 영화에서 주인공은 가짜 신분으로 자신이 유전적으로 부적격자로 판별되었더라도 실제는 적격자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인간의 게놈 연구는 맞춤 의료 서비스와 질병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겠지만 자칫 악용될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을 프린팅 하다

< 바디 캡슐(Fantastic Voyage, 1966) >에는 초소형화 기술을 통해 잠수정을 탄 사람들이 작게 축소되어 환자의 몸속에 들어가 치료하는 기술이 등장한다.

< 바디 캡슐 >처럼 사람이 작게 축소되어 몸속에서 치료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 지.아이.조-전쟁의 서막(G.I. Joe: The Rise Of Cobra, 2009) >에 등장하는 나노마이트처럼 BT, NT, IT 등의 발달로 나노 로봇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암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는 것은 가능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삼킬 수 있는 정도의 캡슐형 로봇정도만 제작할 수 있어, 영화처럼 작은 로봇이 암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도록 프로그래밍 하는 것은 어렵다.

혈관속을 누비며 암세포를 공격하려면 그것보다 훨씬 작은 나노 크기의 로봇이라야 한다.

이러한 나노 로봇 부품을 깎아서 조립하는 로봇이 아니라 항원-항체 반응처럼 분자인식 기술을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로봇이나 물질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의료기술도 놀랍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 제5원소(The Fifth Element, 1997) >에 나오는 재생 시스템이다.

< 제5원소 >에는 팔 한쪽만 남은 외계인을 3D 프린터로 물건을 만들어 내듯 인간의 신체로 복구해 낸다.
 
고장 난 기계부품을 교체하듯 바이오프린팅을 통해 조직이나 기관을 만들어 병든 부위와 교체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팔 한쪽으로부터 외계인을 다시 살려내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생명을 다시 살려내는 일은 아직까지는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화에 대한 비밀이 풀리고, 신체 기관을 바이오프린팅 해 낼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거의 영원히 젊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