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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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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도입으로 생산혁명을 주도함으로써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포드사의 급속한 성장은 소형 자동차인 모델 T에서 비롯됐다.

사람들은 모델 T를 ‘플리버(Flivver)’라는 애칭으로 불렀는데, 플리버란 싸구려 자동차를 의미한다.

모델 T의 생산량이 1천만 대를 넘어서자 포드는 ‘하늘을 나는 모델 T’를 설계했다.

‘스카이 플리버’라는 이름으로 불린 1인승 비행차는 1926년에 완성됐다.

하지만 이 비행차는 시험비행 중 사고로 조종사가 사망하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그 후 포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지금은 나를 비웃겠지만, 비행기와 자동차가 합쳐진 발명품은 반드시 나올 것이다.”

1982년에 개봉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는 ‘스피너’라는 플라잉카가 등장한다.

이 차는 도로를 주행하다 교통정체가 심할 경우 하늘로 날아올라 고층 건물 사이를 헤집으며 마음대로 비행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였다.

그런데 어쩌면 그때쯤 영화 속의 스피너 같은 차들을 실제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테라퓨지아’는 2018년에 ‘TF-X’라는 플라잉카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시험 운행에 성공한 TF-X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4인승 비행 자동차다.

차량 뒤쪽에 2개의 접는 날개를 펼치면 그곳에 달린 2개의 엔진이 프로펠러 역할을 해 하늘을 날 수 있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원하는 곳까지 날아가 착륙시켜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덕분에 직접 조종할 필요도 없다.

이 회사는 이미 ‘트랜지션’이라는 경비행기 모양의 플라잉카를 선보인 바 있다.

트랜지션의 경우 휘발유를 사용해 자동차는 최고 시속 113㎞, 비행기로는 최고 185㎞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그에 비해 TF-X는 전기 배터리로 움직이는 300마력의 엔진을 지녀 최고 시속 322㎞로 비행이 가능하다.

또한 날개를 접을 수 있어 일반 자동차처럼 집에서도 주차할 수 있다. 트랜지션이 자동차 모양을 한 비행기라면 TF-X는 비행기 모양의 자동차인 셈이다.

TF-X의 판매가는 약 26만1천 달러(2억 9,200만 원)로 예상되고 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투자한 스타트업 ‘키티호크’는 제트스키 모양의 1인승 플라잉카를 지난 4월에 선보였다.

차체 밑에 8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이 차는 물 위로 부상해 호수 위 4.5m 상공을 5분 동안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로 움직이며 조이스틱과 같은 조종기로 방향을 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아직은 물 위에서만 비행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의 벤처기업 ‘에어로모빌’은 2014년에 개발한 ‘에어로모빌 3.0’을 올해 4월에 열린 모나코 슈퍼카전시회에서 공개했다.

2인승인 이 플라잉카는 도로에서 최고 시속 160㎞, 비행기로는 최고 시속 200㎞로 날 수 있다.

올해 내로 예약주문 접수를 받아 2020년에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정부 차원에서 중국 드론업체 ‘이항’과 협력해 비행택시를 개발 중이다.

승객 1명을 태우고 시속 100㎞로 최대 23분간 비행할 수 있는 ‘이항 184’란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이항 184 역시 개인 주차 공간에 주차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해 목적지만 입력하면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다.

그러나 비행만 가능하고 도로 주행은 불가능해 완전한 플라잉카는 아니다.

최근에는 도요타자동차가 일본의 벤처기업 ‘카티베이터’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 화제가 됐다.

도요타는 차량 지붕에 겹겹이 쌓은 날개를 이용해 활주로 없이도 이륙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미국에서 특허출원을 한 상태다.

그리고 도요타가 이번에 투자한 카티베이터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전에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을 완료해 그 차로 성화에 점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정부 및 기업들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에 매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은 갈수록 심화되는 교통체증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로 혼잡이 해결되면 대규모의 교통 인프라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도로를 새로 내고 지하 터널을 뚫는 것보다 도로 위의 상공은 그야말로 무한정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 인프라인 셈이다.

하지만 플라잉카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우선 기술적인 문제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하늘로 떠오르기 위해선 중력을 극복해야 한다.

그에 따라 무게는 최소화하고 엔진 출력은 높아야 하며, 커다란 날개도 자유자재로 접었다 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착륙을 할 때 모터 중 하나가 고장이 나도 동체의 안정을 유지하는 기술은 필수적이다.

또한 개인이 항공 인프라를 마음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항공교통관제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동체와 동체, 동체와 건물 등의 충돌 방지를 위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항공교통 제어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민간 기업이 섣불리 플라잉카의 개발에 뛰어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이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2005년 차세대교통시스템연구소를 설립해 새로운 항공교통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으며,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2015년부터 드론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비행체를 관리하기 위한 항공교통관제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안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NASA에서는 자동차 운전 면허증만 있으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아무리 자율주행 시스템이 도입된다 해도 야간 비행 문제 등은 안전적인 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플라잉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경상남도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다.

경상남도는 ‘국제 플라잉카(신비차) 경연대회’와 ‘하늘과 땅을 달리는 카-드론 콘퍼런스’를 6년째 개최했으며, 올해도 10월과 11월에 걸쳐 개최할 예정이다.

국제 플라잉카(신비차) 경연대회는 수직이나 수평 이륙한 무인 플라잉카가 일정한 공간 내에서 정해진 항로를 비행하고 육상에서는 자동차 주행모드로 운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비행체의 설계 및 시연 능력을 평가하는 대회다.
 
여기서 신비차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에서 ‘비차(飛車)’라는 비행체를 만들었다는 기록에 의거해, 우리 기술로 만들 새로운 비행체라는 의미로 붙여진 명칭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2009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선행 연구를 실시했다.

또 2010년부터 향후 20년간 약 5천억 원을 투입해 개인용 항공기(PAV, Personal Air Vehicle) 기술을 개발한다고 선언했으나 아직 실용적인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