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명이야기 - 비타민 발견의 역사에 담긴 이야기들
재미있는 생명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연계되어 있는 생명과학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봅니다.
귀여운 자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우리 집의 비타민 같은 존재’라고 하거나, ‘커서 비타민이 되어라’는 말에서 보는 것처럼 비타민은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타민(Vitamin)은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같은 주영양소가 아닌 부영양소이지만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에 꼭 필요한 유기화합물이다.
비타민은 소량으로 신체의 주요 기능을 조절해주는 면에서 호르몬(Hormone)과 유사하지만, 호르몬이 내분비기관에서 합성되어 공급되는 데 비해 대부분의 비타민은 음식물 섭취를 통해 공급되어야 한다.
비타민은 B복합체 8가지와 C를 포함하는 수용성(水溶性) 비타민 9종과 A, D, E, K를 포함하는 지용성(脂溶性) 비타민 4종으로 구분이 된다.
이렇게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비타민들은 어떻게 발견되어 우리 일상에 다가오게 된 것일까.
비타민 물질에 대한 관심
비타민 물질에 대한 관심은 비타민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15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492년에 콜럼버스(Columbus)에 의해 미국 대륙이 발견된 이후, 유럽에서 대서양을 횡단하거나 태평양을 건너 장거리 항해를 하는 배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이런 오랜 항해 중에 선원들의 잇몸에서 피가 나는 괴혈병(壞血病) 증상이나 근육이 약해져 죽는 현상이 나타나며 비타민 물질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비타민의 개척자’는 1747년에 항해 중 수병들에게 발생하는 괴혈병이 특정 영양분이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처음 인식한 영국 해군의 군의관 린드(Lind)로 알려져 있다(그림 1).
그는 괴혈병에 걸린 선원이 레몬이나 귤을 먹으면 빨리 회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해군의 식사에 감귤류의 주스를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린드는 1753년에 항해 중의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신선한 녹색채소를 먹으면 괴혈병 치료가 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했으나, 많은 과학적 사실들이 연구의 초반기에 무시당한 것처럼 이 제안도 당시 유럽의 의사들이나 과학자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 1860년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세균이 모든 질환의 원인’이라는 파스퇴르의 제안이 받아들여지고 있어, 비타민 부족으로 나타나는 괴혈병이나 각기병도 병원균 때문인 것으로 여겨졌었다.
비타민의 발견과 명명
린드의 논문 발표 후 150년이나 지난 1906년에 영국의 생화학자 홉킨스(Hopkins)는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물에 함유량은 매우 적지만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그 물질이 우리 몸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섭취가 부족할 경우 특정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보고했다.
1907년에는 네덜란드의 병리학자 에이크만(Eijkman)이 쌀겨를 담가 녹인 물로 다발신경증에 걸린 비둘기 치유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각기병 치료 물질이 수용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비타민의 실체가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홉킨스와 에이크만은 비타민의 실체를 처음으로 밝혀낸 업적으로 1929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그림 2).
1912년에 폴란드의 생화학자 풍크(Funk)는 각기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물질인 티아민(Thiamine)에서 질소함유 유기물을 나타내는 '아민(-amine)' 앞에 ‘생명’을 뜻하는 'vita'를 붙여 ‘Vitamine(vita+amine)’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제안하였다.
그 후의 연구에서 모든 비타민이 아민을 함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1920년에 그 명칭이 -amine에서 'e'를 떼어낸 ‘Vitamin’으로 정해졌다.
1913년에 미국의 화학자 맥콜럼(Mccollum)이 비타민 중 지용성물질을 비타민 A로, 수용성 물질은 비타민 B로 지칭하며 비타민의 명칭이 발견된 순서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명명되기 시작했다.
1920년에 드라몬드(Drummond)는 괴혈병의 예방물질이 비타민 B와 다른 수용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비타민 C로 명명했다.
같은 해에 맥콜럼은 곱추병 예방에 효과를 보이는 지용성 물질을 발견해 비타민 D로 명명했고, 1922년에는 비타민 A나 D와 다른 특성을 지닌 지용성 물질이 발견되어 비타민 E로 명명되었다.
1929년에 덴마크의 담(Dam)박사는 특정 지방 물질의 섭취가 부족할 때 혈액응고가 정상보다 느리게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 물질의 이름을 ‘응고’를 나타내는 ‘Koagulation’의 첫글자를 인용해 알파벳순으로 가장 뒤에 위치하고 있는 비타민 K로 명명하였다.
담 박사는 1943년에 비타민 K의 발견 업적으로 비타민 K를 순수 분리한 도이지(Doisy) 박사와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그림 3).
비타민 B복합체(Complex) 계열인 비타민 B5(1931년), B6(1934년), B9(1941년) 등도 순차적으로 발견되어 명명되었다.
1948년에는 영국의 호지킨(Hodgkin) 여사에 의해 비타민 B12의 구조가 밝혀졌으며, 그녀는 1964년에 그 업적으로 여성으로는 다섯 번째로 노벨상(화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그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