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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인사이트 - 속도와 혁신의 마법 주목받는 ‘애자일(Agile) 경영’

혁신 인사이트에서는 혁신의 트렌드, 전략 및 혁신사례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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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웅 기자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사건관리시스템 ‘센티널’은 미 공공 IT 프로젝트 역사상 최악의 사례로 꼽혔다.

적어도 2011년 전까지는 그랬다. FBI는 1997년부터 수십 개에 달하는 기존 범죄수사용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후 11년 동안 3,70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자하고도 이 프로젝트를 완료하지 못했다.

FBI 내부 시스템 개발 프로세스 때문이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출신의 채드 풀햄이 최고정보책임자(CIO)로 FBI에 합류하면서 센티널은 수개월 만에 가장 우수한 공공 IT 프로젝트 사례로 탈바꿈한다.
 
풀햄 CIO는 400명의 개발 인원 대신 30명의 인력으로, 6년이 아닌 1년 만에, 5,000억 원이 아닌 250억원을 투자해서 센티널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기적에 가까운 성공의 핵심에는 ‘애자일(Agile)’이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 주목받는 애자일

최근 산업계 전반에 걸쳐 ‘애자일 경영’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애자일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유리할까.

애자일 경영의 핵심 키워드는 ‘우선순위’다. 과거와 다르게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가까운 미래조차도 예측하기 힘든 시기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애자일 경영은 ‘기민하다’는 단어의 뜻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과업을 작은 조직 단위에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받아 가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조다.

중요한 과제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자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 적합하다.

애자일 방식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인 ‘워터폴(Waterfall) 방식’에 대한 반발로 탄생했다.

워터폴은 예측에 기반한 계획, 방대한 문서화, 엄격한 통제 등이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속도가 더디고 낭비와 개발자들의 사기 저하라는 문제를 낳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1990년대 초 제프 서덜랜드(Jeff Sutherland) 등 17명의 소프트웨어 혁명가들이 유타주 스노우버드에 모여 ‘애자일 선언문’을 발표한다.

이게 애자일의 시초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애자일은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TSG(The Standish Group)의 ‘2015 혼돈 보고서(Chaos Report)’에 따르면 애자일 기법 활용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의 평균 성공률을 11%에서 39%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복잡한 대형 프로젝트에서 애자일 접근법의 성공률은 기존 방법 대비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자일의 작동 방식

애자일의 작동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기업은 소규모의 팀을 구성한다.

이 팀은 복수의 부서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된 다기능 팀(Cross Functional Team)으로 조직된다.

애자일 팀은 소수의 활동에 집중해 자체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다.
 
보통 현업 부서 직원이 애자일 팀의 과제 담당자가 돼 팀을 관리하고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특히 과제 담당자는 고객에게 주는 가치의 크기, 예상되는 재무성과, 기타 영향력 등을 토대로 개발해야 하는 과제의 목록을 꾸준히, 그리고 철저하게 우선순위화하는 역할을 한다.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애자일 팀은 각 과제를 작은 모듈로 나눠 어느 정도의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 이를 어떻게 완수할 것인지 등을 정하고 ‘스프린트(Sprint)’라 부르는 짧은 주기별로 진행 버전(Working Version)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프로세스는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유되며, 팀원들은 매일 간단한 회의를 통해 현황 및 이슈를 공유한다.

효율성을 위해서 심지어 회의실에 앉지도 않고 서서 진행하기도 한다. 의견 차이가 있는 경우 끝없이 논쟁하거나 상부에 호소하기보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를 Experimental Feedback Loop이라 부름) 문제를 해결한다.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졌을 때 잠재 고객군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해 반응이 긍정적인 경우에는 이후 버전을 즉각 출시한다.

해당 부서장 혹은 다른 조직 구성원들이 부정적인 의견이 있거나 추가 기능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더라도 애자일 팀의 결정을 뒤집거나 바꿀 수는 없다.

그 후 애자일 팀은 향후 주기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다음 우선순위 작업에 착수한다.


애자일 혁신의 확산

애자일 방식은 업무의 가시성을 제고하고, 고객의 변화하는 우선순위에 대응함으로써 고객 참여율 및 만족도를 개선한다.

또, 가장 가치가 높은 제품과 기능을 시장에 더욱 빨리 출시할 수 있으며, 회의, 반복되는 계획 수립, 형식적인 문서 작성, 품질의 결함, 기여도가 낮은 제품 기능 등으로 인한 낭비를 최소화하는 장점도 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최근 애자일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IT 업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애자일 접근법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R&D에서 마케팅, 오퍼레이션, 전사 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애자일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다양한 산업과 부서에서도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면서 최근에는 애자일 접근법이 체계적이고 반복 가능하며 여러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는 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패션 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자라, H&M, 유니클로 등 패스트패션브랜드들이다.
 
이들 기업은 패션쇼를 통해서 다음 시즌에 유행할 물량을 준비하는 전통적 방식과 거리가 멀다.

트렌드 예측에 초점을 맞춰 한 번 정한 디자인은 생산하는 물량을 15% 이내로 줄이고 나머지 85%는 고객 반응에 따라 계속해서 디자인을 바꿔가며 생산한다.

국내 기업들 역시 최근 애자일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게임 개발 프로세스에 애자일 툴(Tool) 중 하나인 스크럼(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게임 기획 단계부터 프로덕트 오너(PO, Product Owner), 스크럼 마스터(SM, Scrum Master), 개발자가 함께 일한다.

먼저 PO가 사용자 요구를 취합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PO, SM, 개발자가 모여 개발 계획과 개발 내용을 구체화한다.

개발자들이 직접 계획에 참여하기 때문에 더 구체적인 계획이 가능하다.

개발 과정은 SM이 관리한다.

SM은 개발 일정 관리는 물론 개발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이나 문제 해결 등을 보조해 개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낭비를 줄이고 사용자의 요구가 더 많이 반영된 게임이 탄생하게 된다.

‘캐시슬라이드’라는 앱으로 유명한 NBT는 또 다른 애자일 툴인 ‘칸반(Kanban)을 잘 활용한 기업이다.

칸반은 애자일 기법 중 하나로 업무의 프로세스를 시각화하고 진행 중인 업무의 개수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는 방법론이다.

칸반의 핵심은 일을 작은 조각으로 나누고, 카드에 각 항목을 기입한 후 보드에 붙여 누구든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진행 중 업무 WIP(Working in Progress) 개수를 제한해 각 작업의 흐름 상태별로 작업 중인 항목을 얼마나 허용할 것인지 확실한 수치를 부여하고 리드타임을 가능한 한 짧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애자일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제언

애자일이 기존 경영 기법들과 가장 다른 점은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리더십 등의 변화를 요구한다.

(1) 진단 및 준비(Initial Setup) 단계

애자일 경영방식을 이해하고 조직 내부에 어떻게 적용시켜 나갈 것인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대부분의 기업은 나름대로 발전시켜온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가 있기 마련이므로 애자일 관점에서 기존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 개발 환경을 검토하고 개선사항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기존에 효과적으로 잘 활용되고 있는 프로세스를 버리고 무조건 애자일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때문에 경험 있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개선 사항이 도출되면 이를 기반으로 조직에 맞는 애자일 적용 계획을 수립한다.

(2) 시범 적용(Pilot) 단계

시범 적용은 우리 조직에 맞는 해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애자일에 관심이 있는 사업부들을 대상으로 2∼3개 팀을 선정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어느 1∼2개 팀에서 애자일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범 적용 팀의 사이즈는 10명 전후의 소규모 팀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시범 적용 팀이 선정되면 팀원들이 변화된 업무환경을 이해하고 자기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애자일 개발 및 관리 방식에 대한 워크숍을 2∼3일 진행한다.

이후에는 해당 팀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도 애자일 교육을 진행한다.

애자일은 비즈니스 부서와 개발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강력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기 때문에 개발팀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에게도 애자일 경영 방식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시범 적용에 성공하면 좀 더 규모가 큰 프로젝트나 사업부서 전체에 적용하는 단계를 거치기도 한다.

(3) 전사 확산(Enterprise Transformation)

크게 전사 품질 관련 조직의 역할 변화, 직원 평가 방식의 변화, 조직 구조의 변화를 시도하는 단계다.

회사마다 전사 품질 관련 조직은 품질보증, PMO(Project Management Office, 프로젝트 관리 조직), 혁신 그룹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애자일을 도입하면 이러한 품질 관련 조직의 역할도 변화가 필요하다.

전사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지원하는 PMO 그룹이나 혁신 그룹은 애자일 오피스(Agile Office)로 전환하거나 역할을 통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애자일 오피스는 사업부에 있는 개별 팀들이 애자일을 원활히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이다.

직원 평가 방식도 상위 관리자 중심 평가에서 동료 평가가 포함된 다면평가제도와 절대평가로 바뀌어야 한다.

애자일은 기본적으로 팀원 간의 협력을 중시한다. 상위 관리자 중심 평가와 상대평가는 잘 맞지 않다.

조직 구조의 변화 역시 수반돼야 한다.

수직적 계층구조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의사결정 시간도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기능형 조직구조 역시 개별 역량은 높일 수 있으나 자기 관점에서만 업무를 바라봄으로써 업무 간 장벽을 키우고 다양한 생각이 융합하고 교류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래서 애자일에서는 소규모의 자기 조직화된 팀으로의 변화를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