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6

06 - 4차 산업 혁명과 공유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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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희동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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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4.0의 핵심은 제조업 경쟁력의 제고이며, 공유 경제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유휴 자원의 사용권을 타인에게 허용 혹은 교환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제품의 효용을 같이 누리자는 운동이다.

이 글에서는 공유 경제가 우리나라 제조업 혁신, 특히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다루고자 한다.



Industry 4.0은 2011년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처음 소개된 새로운 산업 시스템 개념으로서, 지난 3차례에 걸쳐 발생한 산업혁명과 궤를 같이 하는 제조업의 혁신 체제를 말한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에 의한 기계화,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 의한 대량 생산체제,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디지털 통신에 의한 생산 시스템의 자동화를 일컫는다.
 
4차 산업혁명은 실물과 디지털 두 영역이 서로 융합되는 ‘사이버-물리 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을 말하며, 구체적으로 실물과 디지털 영역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자율적, 지능적 제어가 이뤄지는 체제를 말한다.

즉, IT와 운영 기술의 융합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바, IT로는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 3D 프린팅,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핵심 기제로 활용될 것이다.

운영 기술이란, 각 제조업별 고유로 발전해 온 협업, 생산, 재고 관리 체제를 말하며, 소비자들의 주문부터 최종 이행까지 일련의 활동 체제를 말한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개인 요구가 반영된 고품질의 산출물을 대량 생산체제와 같은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하게 되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Industry 4.0의 핵심은 결국 제조업 경쟁력의 제고에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이 발표한 2016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Global Manufacturing Competitiveness Index)에 따르면, 2016년 현재 1위 국가는 중국이며, 미국, 독일, 일본, 한국이 그 뒤를 잇고 있으며, 4년 뒤인 2020년에는 미국이 1위를 탈환하고, 그 뒤를 중국, 독일, 일본, 인도, 한국이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지역 제조업 기업들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중요한 제조업 기술을 설문 조사한 결과, 미국과 중국은 예지적 분석 기술(Predictive Analytics)을 꼽았고, 유럽 국가들은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을 꼽았다.

예지적 분석 기술의 대표적인 예가, 예지적 유지 보수(Predictive Maintenance) 기술이다.

스마트화된 생산, 물류, 제품에 내장된 수많은 IoT 센서로부터 수집되는 빅데이터가 제조와 서비스 과정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어 언제 어떠한 부분에 유지 보수를 수행해야 할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설비자산 규모는 약 600조 원에 달하며, 고장으로 인한 손실은 약 1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산업계의 경우 플랜트 장비 및 기자재의 유지 보수를 위해서 사용하는 연간 비용이 2,000억 달러를 넘으며, 이 중에서 부적절한 유지 보수로 인한 손실 비용이 연간 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설비의 상태를 분석하고 고장 시점을 미리 예지하여 적절한 시점에 유지 보수를 할 수 있는 상태 기반 보전 방법, 즉 CBM(Condition Based Maintenance) 또는 고장 예지 및 건전성 관리 기술(PHM, 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은 주요 기기 및 설비에 ‘자가 복구 시스템(Resilient System)’ 또는 ‘엔지니어링 면역 체계(Engineering Immune System)’를 장착하여 수명 연장 및 가동률 향상과 더불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Zero Downtime을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Industry 4.0은 프랭크 컨(Frank Kern) IBM 부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감지와 대응(Sense and Respond)’ 시대에서 ‘예측과 행동(Predict and Act)’ 시대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스마트 공장이란 에너지 비용 절감과 자동화를 비전으로 하는데, IoT를 이용한 기계 간 의사소통과 원자재 소요 정보의 자동 파악, 빅데이터를 이용한 고객 주문부터 생산, 출고, 배달, 결제까지의 O2O(Online to Offline) 프로세스 정립, 로봇들을 이용한 유연한 자동생산 체계 등이 가장 대표적인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제조업이 이상과 같은 기술을 이용하여 Industry 4.0을 구현하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다.

그동안 각종 신경영 기법으로 소개되었던 개인화, 프로슈머(소비자가 생산자의 역할 수행), 스마트 제품(예: 수전증을 감내하는 반대 진동을 일으켜서 숟가락 사용의 안정성을 높이는 Liftware), 제품과 서비스 융합(예: GE의 비행기 안전성 검사 센서 탑재 및 유지 보수 서비스제공), 소규모 분산화/아웃소싱을 통한 신속 제조업(Agile Manufacturing), 제조업의 직접 판매(Direct Sales 혹은 Dis-intermediation) 등이 그 주요 내용들이다.
 
여기서 이 글을 통해 한 가지 유의를 하고자하는 내용이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를 통한 신속 제조업(Agile Manufacturing) 분야이다.

중국 심천의 Seed Studio가 그 좋은 예인데, 다품종 소량 생산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설계 도면을 들고 오면 관련제조 능력을 보유한 기업들을 소개하고 시제품 만들 수 있는 생산 시설을 갖춘 스튜디오들이 갖춰져 있다.

한국의 공유 회의방인 토즈와 비슷한 모습이나, 해당 지역의 생산업자와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킹 자문 역량과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 우월한 면이다.
 
이러한 환경을 통해서 값비싼 외국 제품들이 아주 신속하고 저렴한 원가로 모조품으로 생산되는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 사례가 지적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될 수 있으나, 중국의 신속한 짝퉁 생산 능력의 배후에 이러한 신속하고 저렴한 공유 생산 시설이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점이다.

공유 경제란, 배타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사적 소유권(Private Possession)을 반성하자는 운동으로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유휴 자원의 사용권을 타인에게 허용 혹은 교환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제품의 효용을 같이 누리자는 운동이다.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너무도 허황되게 악용되는 지적재산권 소송 중에 깨달은 재산 사유권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로 시작된 운동이다.

차량 공유 사업인 우버(Uber), 주거 공유 사업인 에어비앤비(Airbnb)들이 좋은 예이다.

이 개념이 사업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크게 다음 네 가지 요소가 중요한데, 재산의 소유자와 임차인을 연결하는 플랫폼, 거래 당사자 간의 신뢰, 여분의 자산, 적정 규모의 거래 시장이다.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사례인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운수업자나 숙박업자가 아닌 IT 플랫폼 사업자이다. 이들은 유휴의 차량 승차 공간 혹은 숙박 공간의 소유자들과 임차인을 연결해주고 일정 수수료를 양자로부터 받아 수익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유동성이 보장되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의 존재가 이러한 사업의 성공에 아주 긴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혁신적 발전에 공유 경제가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공유 경제라는 패러다임 자체가 사실은 대기업 위주의 제조업 체제와는 거리가 있는 개념이라, 중소기업에 더욱 친화적인 영향을 끼치리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평균사업 지속 연수는 대략 3년이 채 되지 못한다고 하며, 이는 중소기업과 거래를 하기 어려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더욱이, 중소기업은 투자 자원이 여유롭지 않아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거나 시제품을 만들 여유가 넉넉하지 못하다. 흔히 Industry 4.0의 대표적인 생산시설인 산업용 3D 프린터와 재료의 가격도 아직은 녹녹치 않은 가격 수준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생산 시설을 공유하거나, 중소기업들의 사업 및 프로젝트의 사후 유지 보수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며, 이 체제를 담당할 중소기업 생산체제 공유 플랫폼(가칭)이 필요하다.
 
각 지역 단위별로 아이디어와 설계 도면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플랫폼을 통하여 필요한 능력을 갖춘 전문가 혹은 중소기업들을 만나 협업을 통해 3D 프린팅 혹은 시제품 생산을 해서 지속적으로 제품 경쟁력을 개선하고, 안정기에 들어서면 형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대량 생산체제로 들어가도록 알선 및 중재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이렇게 생산되거나 수행된 작업이 지속적으로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그 자료가 플랫폼에 남아서, 설령 이 기업들이 망하더라도 다른 업체가 이 플랫폼을 통해 유지 보수 자료를 인수받아서, 수요자가 지속적으로 사후 유지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 전체의 생태계 지속 가능성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즉, 첫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Industry 4.0을 위한 공유 경제 활용은 중소기업 지속가능성을 위한 플랫폼이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경우가 중소기업 제품 및 서비스의 유동성(Liquidity) 제고 플랫폼(가칭)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액세서리들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이런 값비싼 액세서리들이나 캐릭터들이 다른 게임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면 또 다른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동성 제고 플랫폼들은 자신이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일종의 교환 혹은 임대만을 성사시켜주는 중개소 역할을 수행하는 장소일 뿐이나, 실제 이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한 기업들의 가치를 재고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중소기업용 공유 경제 플랫폼은 비즈니스 동맹 체제(Alliance) 플랫폼(가칭)이다. 이러한 체제의 쉬운 예는 프랜차이즈 소매상들이 활용하고 있는 마일리지 적립 시스템이다.

즉, 프랜차이즈 내 업소에서 사용한 금액만큼 쿠폰이 적립되어 다른 업소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동네 단위 소규모 소매상들을 엮는 수평적인 동맹체제 시스템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동네 상권활성화에 상당히 중요한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으나, 상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구축이나 활성화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상의 세 가지 중소기업용 플랫폼 사례 이외에 Industry 4.0을 위한 공유 경제 활용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더 개발될 수 있다.

따라서 Industry 4.0을 위한 공유 경제 플랫폼의 활성화를 위한 논의와 노력의 구심점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요청하고 싶다.
 
학계, 산업계, 법률계 및 관계의 다양한 노력과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보다 다양하고 실행 가능한 의견이 창출되고 실행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