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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인사이트 - 혁신, 누가 해야 할까?

혁신 인사이트에서는 혁신의 트렌드, 전략 및 혁신사례를 살펴봅니다.

주체만 있을 뿐 객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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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준 대표 이노캐털리스트

혁신 인사이트는 총 6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이번 호에 실린 글은 그 중 세 번째 칼럼입니다.


시작과 창조의 모든 행위에는 하나의 근본 진리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순간 하늘도 움직인다는 것이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저는 혁신을 사랑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드나요? “저도 혁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저 사람은 뭐지’ 이렇게 생각할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혁신 강의를 다니면서, ‘혁신이 좋은 분 계신가요?’라고 물었을 때, 손드는 분은 평균 10%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혁신을 좋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혁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은 것이 현재 우리 기업의 현주소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은 과연 누가 해야 할까요?

혁신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거의 없겠지만, 누가 혁신을 해야 한다고 꼭 집어 주장하는 사람도 드물 것 같습니다.

누가 제게 당신은 혁신전문가이니 누가 혁신을 해야 하는지 대답하라고 한다면, 제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혁신은 혁신가(Innovator)가 해야 합니다”

이런 멍청한 대답에 “아하!” 하고 무릎을 칠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제 주장은 변함없이 ‘혁신은 혁신가가 해야 한다’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왜 이렇게 대답하는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과연 누가 혁신가인지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혁신의 오래된 고전인 ‘솔개론’을 다 아시죠?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솔개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솔개의 수명은 보통 40년 정도인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40년 정도 되면 깃털도, 부리도, 발톱도 노화되어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낙하하여 동물을 낚아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30년을 더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산 정산으로 올라가서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새 부리가 돋아나게 하고, 그 뒤에 날카로워진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다 뽑아낸 후, 새로 돋아난 발톱으로 날개의 깃털을 다 뜯어내면, 반년 뒤 새 깃털과 발톱과 부리를 가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30년 수명을 더 누린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우화로 사실이 아니지만, 그래도 우화로서 시사하는 바는 바로 혁신이 이렇게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 혁신의 당위성을 주장할 때, 많은 분들이 이 우화를 활용하곤 했습니다.

그 결과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다’라고 하는 사람과 ‘말도 안 되고 사실도 아닌 것을 사실처럼 얘기해서 혁신을 왜곡 또는 현혹하려는 것이다’라고 하는 사람으로 갈리게 되었습니다.

이 우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각 개인의 자유 의지이므로 논외로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잘 아는 것처럼 우화는 ‘이솝 이야기’처럼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솔개 우화가 ‘혁신론’으로써 우리에게 주려고 했던 교훈은 무엇이었을까요?

제 생각에는 바로 다음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려고 했던것 같습니다.


“누가 솔개를 산 정상으로 보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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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장은 이 우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 솔개를 산으로 보냈는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제 답변은 그 누구도 솔개를 산으로 보내지 않았습니다.

솔개는 산 정상으로 가면, 부리와 발톱 그리고 깃털을 뽑아야 하는 엄청난 고통이 있는 줄 알았고,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면 그 중간에 엄청난 고통을 안고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산 정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에는 생략되었겠지만, 그 과정을 성공한 솔개들만이 30년의 수명을 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우화 속에 등장한 스스로 산 정상으로 향한 솔개가 바로 ‘혁신가(Innovator)’입니다.

엄청난 시련과 고난이 있을 것을 알고,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면 실패할 것이고, 그 과정을 견딘다고 해도 그 결과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사람, 이러한 사람을 저는 ‘혁신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누가 혁신가가 되지 못하였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와는 반대로 그러한 도전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라면 비록 결과가 실패로 끝났다고 해도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그저 혁신의 결과가 ‘성공’인지 ‘실패’인지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혁신의 과정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귀 기울이고 주목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우리 주변에서 ‘혁신가’를 찾아보기가 너무도 어렵습니다.

많은 월례회에서 ‘혁신적 도전’을 강조하는 CEO는 많지만, 그 도전에 의한 실패를 용인하는 CEO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고난의 연속적 과정인 혁신을 스스로 선택하는 솔개와 같은 사람이라면, ‘나는 혁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지 않을까요?

바로 그렇게 ‘나는 혁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혁신가들이 혁신에 도전할 때, 그나마 혁신이 성공할 확률이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혁신이 죽기보다 싫고, 스스로가 아니라 등 떠밀려서 혁신의 길을 걷게 되었다면, 단언컨대 혁신이 성공할 확률은 단 0.0001%도 없습니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성공한 혁신을 보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입니다.

한 번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던가 혹은 주변에서 혁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만일 그런 사람이 없다면 혁신을 시작해서는 안됩니다. 그래도 혁신을 꼭 하고 싶다면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까지 혁신은 혁신가가 해야 하고, 그 혁신가는 어떠한 난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런 혁신가들이 갖는 특징이나 행동하는 속성들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혁신가는 혁신의 주체(Subject)가 되지 객체(Object)가 되는 법이 없습니다.

혁신의 가장 본질적인 속성 중의 하나는 변화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우리 조직은 변화가 필요해!’라고 말할 때 그 속뜻은 거의 ‘다른 사람은 변화가 필요해.

나는 빼고’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모두들 다른 사람은 변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은 변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조직 변화가 힘든 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혁신가는 이러한 변화의 주체가 되려고 하기 때문에 ‘너부터 변화하면, 나도 변화할게’라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이미 다 알고 있지만, 행동하기가 너무도 힘든 ‘나부터 변화’하는 사람이 바로 변화와 혁신의 주체인 혁신가입니다.

따라서 혁신가에게는 오너십(Ownership)이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서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일을 처리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기업의 오너(Owner)는 단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혁신/변화론에서 의미하는 오너십(Ownership)은 기업의 주인이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주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내가 하는 일은 거창하게 사명(Mission)이라고 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아주 작은 일 단위인 과업(Task)일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사하는 일’을 해야 할 때도 그것이 내 일이므로 내가 알아서 스스로 (즐겁게) 할 것인가, 아니면 누가 왜 안 했냐고 지금 하라고 시켜야 할 것인가는 내 스스로 정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과업(Task)이 모여서 활동(Activity)가 되고, 그 활동이 모여 과정(Process)가 되는 것이므로, 스스로 책임을 지는 주체자인 혁신가는 작은 과업 하나도 가볍게 여기는 법이 없습니다.

여기서 잠시 혁신 혹은 변화와 주체와 객체에 대해서 정리하고 다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체와 객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아래의 영문법 기본 형태 중 하나인 3형식 문장의 구조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S + V + O

여기서 S는 Subject의 약자로 주어 혹은 주체를, O는 Object의 약자로 목적어 혹은 객체를, 그리고 V는 Verb로서 동작이나 작용을 의미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혁신한다’는 작용의 동사 Innovate의 주체가 사람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대상이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혁신의 대상이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입니다.

지난 달 ‘혁신이란 무엇인가’에서도 혁신의 정의를 다룰 때 예를 든 크리스텐슨의 정의에서처럼 사업하는 방식을 새롭게 할 수는 있어도, 고객 자체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고객은 우리가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뿐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을 객체로 혁신을 실행한다는 것에 저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존중하고, 이해하고, 공감해야 할 대상이지 가르치거나, 변화시키거나, 혁신해야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스스로 혁신의 객체가 될 때, 우리는 혁신이 너무도 피곤한 일이 되어 버립니다.

사실 스스로 혁신의 객체가 되는 일은 드물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혁신의 객체화되는 과정에서 아무런 행위도 취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겠죠.

여기서 궁금해지는 부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혁신은 주체만 있고 객체가 없어서, 타인에게 혁신을 강요할 수도, 가르칠 수도 없다면, 과연 혁신의 조직적 전파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요?
 
그에 대한 답변은 다음의 사자성어(四字成語)가 답하고 있습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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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미는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절대로 어미닭이 껍질을 깨서는 안됩니다.

즉, 생명이라는 가치는 내부적 역량과 외부적 환경이 적절히 조화되어 창조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헤르만헤세의 < 데미안 >에 나오는 “병아리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말도 이와 같은 뜻입니다.

이를 혁신적 관점으로 해석하면, 혁신을 실행하는 주체인 혁신가와 산의 정상으로 올라갈 준비되어 있는 솔개적 주체가 ‘줄탁동시(啐啄同時)’와 같은 상호관계적 공명을 이루어 한 사람씩 부화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주 천천히 그 수가 증가합니다.

이러한 상호관계적 공명에 의한 개체 증가로는 소규모 팀 단위밖에 이룰 수 없을 것 같지만, 사회학 이론인 ‘100마리째 원숭이 현상(the Hundredth Monkey Phenomenon)’에 의해 갑자기 폭발적 증가를 하게 되므로 조직적 혁신을 이루고 싶은 분들은 너무 서두르지 말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와 침묵의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부연 설명하면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수가 일정량(Critical Point: 임계수치)에 이르면 그 행동은 그 집단 내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거리나 공간을 넘어 확산되어 간다는 내용으로, 100마리라는 숫자는 임계점을 의미하기 위한 상징적인 수치입니다.

마찬가지로 혁신 활동도 조직의 수와 문화에 따라 임계 인원의 수는 다르겠지만, 조금씩 증가해서 절대로 다수가 될 것 같지 않던 혁신 활동이 조직 문화로 순식간에 전환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Leadership과 Followership의 상호관계적 공명이 기본적으로 중요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기 위한 리더의 Unleadership과 팔로워의 Leadship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최종적으로 새로운 문화, 신사업, 혹은 다른 기업으로 변환(Transformation)되기 위해서는 소수의 혁신가 집단만이라도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Ownership과 Entrepreneurship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지면관계상 이 내용은 참고 문헌01으로 넘기고 글을 마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혁신은 누가해야 하는지 이해하셨나요?

그렇다면 이제부터 다른 사람에게 혁신하라고 절대로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먼저 혁신 활동을 시작하여야 합니다.

그 다음은 나의 그 행동에 공명하는 동료들이 생길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그 혁신 행동을 이어 나가시기 바랍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면, 바로 당신이 ‘혁신가’입니다.

혁신은 번뜩이는 천재성의 결과가 아니다.

미래가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천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고된 작업이 필요하다.

- 피터드러커-

 



01 리더십' 버리고 '리드십' 구축하라, DBR No. 119, p64 (December, 2012); http://www.dongabiz.com/Business/HR/article_content.php?atno=1201029701&chap_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