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06 - 세계적인 기업, 기술에 감성을 입히다
보스턴에 위치한 세계적인 디자인경영연구소인 Design Management Institute(DMI)는 매년 가을에 세계적인 기업 또는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디자인경영의 트렌드 및 성공적인 디자인 사례를 소개하고 참가자들과의 긴밀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0월 “Lab Culture”라는 주제하에 개최된 2014년 컨퍼런스에서는 Microsoft, Autodesk, Reebok, GE 등을 비롯한 대기업과 IDEO, MAYA, Essential, ASTRO 등 세계적인 디자인회사, MIT Media Lab, Harvard i-Lab, Texas A&M대학의 연사들이 초청되어,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환경적, 비즈니스적 문제점들을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들려 주었다.
특히, 새로운 기능의 신속한 구현과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어렵고 난해한 기술의 도입이 아닌,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과 고객이 보다 유괘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기술의 감성적인 활용을 엿볼 수 있는 기업의 사례들을 주목할 수 있었다.
이 중 Microsoft, Reebok, Oreo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Microsoft에게 기술이란
Microsoft는 Window 운영체계 및 서버시스템, 온라인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컴퓨터소프트웨어 회사로 알려져 있다. 흔히 일반인들에게는 디자인과 감성을 중시하는 쿨한 이미지의 Apple과는 상반된, 천재적인 엔지니어들이 모여 0과 1의 알고 리듬과 씨름하며 다양한 디지털 제품군을 판매하는 딱딱한 회사라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다.
그러나 이번 컨퍼런스에서 Microsoft社의 UX 디렉터인 Surya Vanka가 소개한 사내 프로젝트는 기존의 기업이미지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한때는 미식축구의 영웅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루게릭병(ALS)에 걸려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절망스런 상황에 처해 있었던 Steve Gleason을 위한 도전적 프로젝트였다.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엔지니어, 의학자 등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TF팀이 40여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최종 결과물 제작과정에 대한 동영상은 컨퍼런스 참가자 모두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
Eye Tracking 기술을 접목한 태블릿 컴퓨터 모니터로 디지털 세상을 내비게이션하고, 직접 휠체어를 움직여 현실세계를 탐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중한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기를 제작해 주었다. Steve에게 있어 Microsoft의 기술은 병을 치유하는 의술과 같은 것이었다.
한편, Microsoft社는 2014년초 Super Bowl TV광고(‘Empowering’)에서 Steve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들에게 있어 기술(Technology)이 어떤 의미인지를 소개하였다. 기술이 희망이 없는 사람에게 희망을, 말을 못하는 사람에게 목소리를, 다리가 없는 아이가 걸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즉 불가능한 것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이 광고영상은 YouTube를 통해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할 수 있었다(2014년 11월 현재 390만 이상의 조회수). 특히, 어린 아들과 Bean Chair를 움직이며 장난을 치는 아빠로서의 Steve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즉 Microsoft社는 기술에 대한 감성적 정의를 내리고 이를 실현해 가고 있으며, 그들의 생각을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사람들과 감성적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그림 1 참조).
스포츠 충격지시기, Reebok CHECKLIGHT™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Reebok이 첨단기술을 만나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길까? Reebok Advanced Concepts Team의 책임자인 Paul Litchfield는 최근출시된 CHECKLIGHT™ 제품 개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머리에 가해지는 힘의 강도를 측정하는 스포츠 충격지시기이다. 운동선수들이 연령과 숙련도에 따라 적절하게 훈련하고, 안전하게 시합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편안한 스컬캡(Skullcap) 외형으로 다양한 모션센서가 장착되어 있는 웨어러블 전자기기로서 라이트 색깔에 따라 실시간으로 코치, 트레이너, 부모들이 쉽게 선수들의 충격강도를 확인할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녹색 - 작동중, 노란색 - 중간 정도의 충격, 적색 - 심한 충격 등)( 그림 2 참조).
더욱이 Fast Company Innovation의 Design 상, IDSA의 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부문 Silver상, International CES Innovations의 Design & Engineering상을 수상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디자인과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였다.
이를 통해 Reebok은 보다 스타일리시하고 운동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스포츠용품 개발수준을 넘어, 웨어러블 기술을 접목하여 운동선수들이 보다 안전하게 훈련하고 경기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새로운 스포츠산업 분야를 제안할 수 있었다.
Oreo 쿠키와 Twitter의 유쾌한 만남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스낵자판기에서 초콜릿, 음료, 과자를 골라서 사먹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경험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쿠키를 현장에서 만들어주는 자판기는 어떨까?
Pittsburg에 소재한 디자인회사 MAYA Design은 2014년에 개최된 미국의 유명한 영화페스티벌(South by Southwest; SXSW) 행사장에서 맞춤형 쿠키를 판매하는 Oreo 자판기를 선보였다.
고객들과 Oreo 브랜드간의 감성적 연결고리를 형성하기 위한 디지털마케팅 이벤트의 일안으로 자판기가 제작되었다. 프로젝트는 ‘Oreo 쿠키와 Twitter가 만나면 무슨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소셜네트워크와 On Demand 제조에 대한 고객들의 개인적인 열망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Trending Vending’이 개발되었다. 독특한 맛과 다양한 패턴의 조합으로 10,000개 이상의 쿠키제조가 가능하도록 설계하였으며, 직접 종류를 선택하고, 만들어서, 먹고, 사진찍어 Twitter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MAYA의 대표인 Mickey McManus는 자판기내에서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맞춤형 쿠키를 제작함에 있어, 액상의 크림소스들을 원하는 패턴으로 배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었다고 프로젝트 뒷이야기를 덧붙였다.
실제로 5일간의 행사 기간동안 10,000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직접체험에 참여하였으며, Twitter에 의해 385만건 이상의 노출횟수를 기록하였다.
디자인과 기술의 새로운 접목을 통해 흥미로운 On Demand 쿠키 제조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점차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던 Oreo가 고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유쾌한 프로젝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