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03 - 의료산업과 감성기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바이오센서 기술, 의료용 로봇, 3D 프린팅 기술,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활용되면서 헬스케어산업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감성기술과 헬스케어산업의 접목은 아직 매우 미미한 실정이지만, 감성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보건의료 기술은 인간의 복지증진 및 관련분야의 급성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과학기술 및 의료 서비스의 발달과 더불어 우리나라는 예전에 비해 평균수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3년 발간된 통계청의 ‘2012년 생명표’에 의하면 2012년 출생아(남녀 전체)의 기대수명은 81.4년이며, 2012년 출생한 남자의 기대수명은 77.9년, 여자는 84.6년으로 남녀간 기대수명의 차이는 6.7년이다( 그림 1 참조).
2012년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OECD회원국 평균(남자 77.3년, 여자 82.8년)보다 남자는 0.6년, 여자는 1.9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장수사회로 접어든 오늘날 인간은 여생동안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게 되었으며, 따라서 ‘웰니스’(Wellness)는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Wellness’는 웰빙(Well-Being),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서 신체와 정신은 물론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
인구의 고령화가 지속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국민의 건강에 대한 인식은 웰빙(Well-Being)을 넘어 웰에이징(Well-Aging), 웰다잉(Well-Dying)으로도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웰빙, 웰에이징, 웰다잉을 포함한 개념으로서의 웰니스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사회에서 웰니스는 이제 개인에게 있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의 현재 위상
현재 전세계 보건의료 시장의 전체규모는 8,000조원으로 추산되며, 이 중 의료서비스가 6,000조원, 의약품이 1,300조원, 의료기기 시장이 나머지 700조원을 차지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 시장은 매우 미미하다. 전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자동차가 9.7%, 정보통신기술(ICT)이 9.5%인데 비해 보건의료산업은 89조원으로 1.1%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7월 공개한 OECD 보건통계자료(OECD 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사망률은 2012년 기준 10만명당 29.1명으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안타깝게도 10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이 자료가 의미하는 바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증가한 이면에는 불행한 측면이 상당히 많이 도사리고 있으며, 웰니스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기술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2014년 3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계최고의 기술수준 보유국인 미국을 100%로 하였을 때 전체 기술분야 평균기술 수준은 일본 94.9%, 유럽 94.8%, 한국 83.9%, 중국 71.4%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의료기기 분야는 76.4%, 바이오 분야는 70.6%를 나타내는 등 미국 기준 100%에 비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헬스케어의 미래전망
미래의 헬스케어 시스템은 기존의 대형장비를 이용한 진단 및 치료에서 개인별 소형 헬스케어 시스템으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에는 감성기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 바이오센서 기술과 헬스케어의 접목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개인 헬스케어 시스템은 ‘ASSURED’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이용가능하고(Affordable), 고감도이며(Sensitive), 특이적이고(Specific), 사용자 친화적이며(User-Friendly), 빠르고 튼실하며(Rapid and Robust), 장비가 필요없고(Equipment-Free), 이동하기 쉬운(Deliverable)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바이오센서 기술의 발달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센서기술의 발달은 칩 위에 분석에 필요한 여러가지 장치들을 마이크로머시닝(Micro-Machining)이라는 미세가공 기술을 이용하여 집적시킨 마이크로프로세서인 랩온어칩(Lap-On-a-Chip)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머지않은 장래에 다양한 의료분야에 보급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바이오센서를 이용하여 감성을 측정할 수 있는 감성바이오칩(Emotion-On-a-Chip)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칩을 활용할 수 있다면 개인의 감성을 손쉽게 측정가능하게 되고, 나아가 사회적인 감성 커뮤니케이션 및 맞춤형 헬스케어 시스템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2. 의료용 로봇
로봇공학의 발달과 더불어 보건의료분야에서도 로봇을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산업이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의료용 로봇은 수술로봇, 수술 시뮬레이션, 재활로봇 기타 간호로봇이나 안내로봇 등이 있다.
대표적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는 이미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보조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으며, 로봇수술 기법을 보급하기 위한 트레이닝센터도 이미 Y대학병원에 설치되어 아시아권역의 수많은 의료진들이 로봇수술 기법을 습득하기 위해 찾고 있다.
수술용 로봇 이외에도 휠체어를 타는 장애우를 걷도록 도와주는 웨어러블 보행보조 재활로봇이 개발되어 재활환자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용 로봇의 개발과 더불어 의료용 로봇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2014년도 세계 의료로봇 시장의 규모는 약 4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의료용 로봇이 많은 발전을 이루었으나 감성기술이 아직 접목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로봇이 아직 감정인식을 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료용로봇은 사용자가 보다 편안하고 쾌적한 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게 발전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감정소통 등 감성기술을 도입하면 사용자의 만족증진은 물론 의료용 로봇 자체의 발전에도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3. 3D프린팅 기술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3D프린팅 기술은 지금까지 산업용으로 널리 알려져 왔지만 생명공학기술(BT)에 활용되어 이용범위가 크게 확장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환자의 수술에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보형물이 이용된 사례가 있다. 또한 국내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3D프린터로 인공 머리뼈를 제작한 다음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3D프린팅 단말기가 보급되고 콘텐츠로는 BT가 주목을 받으면서 3D프린터 선진국들은 정부주도의 연구개발투자가 활발하다.
독일의 경우 3D 바이오프린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2009년부터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집중연구하고 있으며, 영국도 2013년 7월부터 헬스케어에 적용할 수 있는 3D프린팅 제조솔루션 개발을 시작하였다.
업계에 따르면 2025년에 이르면 전체 3D프린팅 시장의 약43%를 바이오프린팅산업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산업으로의 3D프린팅 기술의 활용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3D프린팅 기술은 이제 태동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여기에도 감성기술의 접목이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어 3D프린팅 출력물의 질감이나 기능에 대한 감성적 평가와 더불어 사용자의 정서적 반응 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4.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의 활용과 더불어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가 웰니스 건강생활에 접목되고 있다. 이를테면, 운동량을 정량화할 수 있는 일종의 만보계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다. 이러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운동량은 물론 혈압, 심전도, 체온, 스트레스 수준, 수면상태와 같은 생체정보도 기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개인의 운동량이나 행동양상을 객관화된 정보로 측정하는 것을 퀀티파이드 셀프(Quantified Self; 정량화된 자기)라고도 부른다. 이들 측정치는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인식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진료 및 치료방안 수립에도 활용될 수 있다.
2010년대에 접어들어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사물간에 인터넷을 연결하여 정보를 교환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이 가능해지면서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제품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적용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향후 건강관리 서비스 차원을 넘어 진단 및 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에서 감성기술은 그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은 기여를 해왔다. 이와 관련된 국내의 감성과학적 연구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적용과 관련된 감성과학적 연구는 아직 매우 드문 상태이며 이제 시작단계에 있다. 향후 이 분야의 감성과학적 연구수행 및 감성기술 적용이 기대된다.
5. 빅데이터의 활용
지금까지의 의료는 질병의 사후치료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의 의료는 질병의 예방 및 맞춤의학이 될 것이며, 이러한 시대를 앞당기는 데에는 빅데이터가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에 각국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방 및 맞춤의학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국립보건원은 질병연구를 위하여 2013년 기준으로 1,700명의 유전자정보를 공개하여 누구나 이러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영국은 세계최대의 암 관련 데이터베이스인 ‘CanSAR’를 개발하였다.
국내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6월 공단이 보유하고 있던 100만명의 건강정보 데이터를 공개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국가 환자표본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관련된 데이터도 빅데이터로 활용성이 매우 크다. 여기에는 이용자의 생리적 측정치는 물론, 일상생활 환경과 관련된 개인의 감성정보도 축적될 수 있으며, 이러한 빅데이터는 매우 큰 효용가치를 가진다.
게놈의 분석에 의한 유전체 정보도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개인의 신체조직의 모양 및 기능, 지적능력, 감성특성, 개인차 등 모든 정보는 유전자에 담겨있기 때문에 유전자를 아는 것은 인체의 신비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또한 방대한 유전자정보를 활용하면 개인의 맞춤형 진단 및 치료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6. U-Health 시장의 확대
U-Health란 유비쿼터스 헬스(Ubiquitous Health)의 약자로 IT와 의료서비스가 결합하여 언제 어디서나 치료 및 예방, 사후관리 등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유무선 네트워크 시스템을 바탕으로 이용자와 공급자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보다 편안하게 보장해 주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세계 U-Health 시장의 규모는 2007년 1,057억달러에서 점차 증가하여 2011년에는 4,987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성장이 빠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2 참조).
현재 국내에서는 혈당, 혈압, 체지방과 관련된 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U-Health가 진행되고 있으며, 대형병원과 건강관련업체들이 U-Health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의 U-Health산업은 시장이 그렇게 크게 형성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감성기술의 접목은 더욱 미진하다. U-Health와 관련된 감성기술이 발달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조성되면 성장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보건의료산업과 감성기술
ICT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보건의료산업은 최근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성기술은 인간이 웰니스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간 환경, 건축, 의류, 자동차, 스마트폰 등과 같은 분야의 산업에는 감성기술이 많은 기여를 해온 데 반해 보건의료 산업에서는 감성기술이 잘 적용되어 오지 못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한 헬스케어 분야에 감성기술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과 같이 의료용 로봇, 3D프린팅 기술, 빅데이터 등을 이용하는 보건의료 분야와 맞춤형 헬스케어 및 U-Health와 같은 분야에서 감성기술이 활용되면 이들 분야 자체의 급속한 성장은 물론 개인의 복지증진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