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특별기획 01 - 제품개발과 감성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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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개성과 감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면서 제품개발에도 감성기술의 적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1990년대 일본과 한국에서 정부주도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감성공학 기술은 2000년대들어 자동차와 ICT기기 분야 등에서 제품의 성공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 되었다.

제품개발과 관련해 사용될 수 있는 감성기술로는 심리적, 생리적 감성측정 평가기술과 모의환경 제시기술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빅데이터 분석기술과 뇌과학 등이 감성파악을 위한 새로운 기술로 시도되고 있다.
 
이미 국내기업에서도 감성공학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가전, ICT기기 등의 분야에서 제품개발 성공사례를 여럿 가지고 있다.



감성제품 개발의 역사

감성은 감성공학 또는 감성기술이라는 학문적 용어가 사용되기 이전부터 소비자만족(Customer Satisfaction)이라는 관점에서 제품개발자들에게는 주요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1980년대들어 소비자 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를 맞으면서 가전과 자동차분야 등 제조업에서 성능과 품질로 세계최고를 달리던 일본기업들이 지속적인 제품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방향으로 잡은 것이 바로 감성공학 또는 감성기술이었던 것이다.

감성공학이라는 용어는 1986년 일본 마츠다(Mazda) 자동차社의 야마모토(Yamamoto) 회장이 미야타(Miata)라는 자동차를 개발할 때 처음 사용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때 마츠다는 자동차 승차시 느끼는 감성을 인마일체감(人馬一體感)으로 표현하고 이를 제품에 구현하고자 시도해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일본의 나가마치(Nagamachi) 교수는 심리학에서 사용하던 의미미분법(SD; Semantic Differential)을 응용한 Image Technology라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 방법은 설문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감성이나 니즈(Needs)를 제품개발에 적용하고자 하는 체계적 방법으로 지금도 감성제품 개발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나가마치는 1988년 학술대회에서 Kansei Engineering(감성공학)을 처음으로 학계에 소개하였다( 그림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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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가마치가 제시한 심리학적 감성평가 방법 외에, 인간의 뇌파, 심박, 호흡, 발한량, 시선 등을 측정해 이를 제품개발이나 평가에 활용하고자 하는 생리학적 측정방법들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생리학적 측정은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감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나, 감성파악에서 더나아가 ICT제품 등과의 인터액션 등에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들도 시도되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감성공학기술 분야에 ‘인간감각계측 용용기술개발’(Human Sensory Measurement Application Technology Development)이라는 정부주도과제를 통산성 산하 제품과학연구소에서 주도하며 9년간(1990~1998년) 약 1,200억원을 투입해 수행하게 된다.
 
한국정부도 이러한 일본의 연구흐름을 파악하고 G7기반 기술과제의 하나로 감성공학을 선정하고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약 590억원을 투입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주관기관으로 하여 기술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 시기에 한국기업 중에서는 LG전자가 최초로 1992년 중앙연구소내 감성팀을 개설하였고 이후 1994년에는 소비자와 감성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했다.

1990년대 일본과 한국의 감성공학 기술개발은 그 초점이 인간의 감각과 감성의 측정평가와 물리적 감성환경의 제시 등 기초기술개발에 맞춰져 있고 정부주도의 기술개발이었기에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제품개발 사례는 찾기 힘들다. 그러나 관련 기초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전반에 감성공학기술을 확산시킨 점에서는 큰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들어 감성공학은 다시한번 큰 각광을 받게 되는데, 이에는 애플(Apple)의 역할이 컸다. 2001년 아이팟(iPod)과 2007년 아이폰(iPhone)의 등장은 기술혁신의 성공사례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용자의 감성과 니즈를 잘 포착해 기존의 기술을 활용해 제품에 구현한 전세계적 성공작이다.

이전의 UI(User Interface) 디자인은 주로 인지공학적 관점에서 ICT기기의 디자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면, 아이폰의 성공은 UI도 좋았지만 그 외에 무언가 특별한 사용자의 경험을 덧붙여 설명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UX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사용자의 감성이다. 아이폰 외관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과 화면의 부드러운 전환 등에서 느껴지는 감성 등을 위해 애플은 다양한 감성기술 등을 제품개발에 적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감성공학 기술의 발전

시장에서 소비자 감성의 중요성은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감성공학 기술은 그 짧은 역사로 인해 충분히 개발되어 있지 못하고 체계화도 되어있지 않다. 현재까지 제품개발과 관련한 감성공학 기술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심리학적 감성평가 기술

심리학적 감성평가 방법의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의미미분법이 있다. 이 방법은 우선 대상제품과 관련한 감성 형용사 단어를 추출한 후 이를 이용해 설문지를 작성한다.
 
이후 소비자들로 하여금 대상제품에 대한 설문평가를 하게 한 후 그 결과를 감성 이미지맵(Image Map)상에서 대상제품의 위치를 파악하게 한다. 이 과정에 통계학적으로는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이 이용된다.

이후 감성파악에서 더나아가 이미지맵상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감성의 제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설계요인과 감성과의 관계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 때는 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등이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의 물리적 요인과 감성과의 관계가 수식으로 간단히 파악되기 어렵고, 그 상관계수도 높지않아 실제 적용은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다양한 연령, 성별, 계층, 사회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감성을 구분해 분석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아직 이 부분만큼은 디자이너들의 직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빅데이터(Big Data) 분석기술의 발전으로 SNS상에 표현된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평가를 분석해 제품에 대한 감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미미분법과 같은 구조화된 분석방법이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의 분석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데 반해, 빅데이터 분석은 탐색적 방법으로 감성에 대한 창의적 탐색이 가능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평가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2. 생리학적 감성측정평가 기술

심리학적 감성평가 방법이 갖고 있는 주관성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주로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되는 감성에 대한 생리적 측정평가를 고려할 수 있다. 심전도(ECG), 뇌전도(EEG), 근전도(EMG), 피부전기저항(GSR) 등의 전기적 생리신호 측정을 통해 계산되는 다양한 평가지표를 가지고 인체의 생리적 상태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감성을 추정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을 통해서 유추해볼 수 있는 인간의 감성은 주로 각성-수면, 쾌-불쾌의 상태와 놀람, 기쁨, 슬픔, 분노 등과 같은 정서들이다.

반면에 제품으로부터 유발되는 복합적인 감성을 유추하기란 아직 쉽지 않다. 다만 시선추적(Eye Tracking)에 의한 선호도 등을 알아보거나 인체자세와 동작, 체압 등의 측정을 통한 안락감, 피로감 등은 비교적 객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뇌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사고뿐만 아니라 복잡한 정서상태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 인간의 사고와 감성을 측정해 기기와의 인터액션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시연되고 있기도 하다.

3. 모의환경 제시기술

감성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발과정에서 다양한 자극을 소비자에게 제시해 가장 선호하는 것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자극을 생성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한 기술들은 전통적으로 존재하던 것들인데, 감성제품 개발분야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이다.

가상현실 기술은 시각적으로는 컴퓨터가 생성하는 그래픽 이미지의 시간적, 공간적 해상도를 높이고 입체감까지 갖도록 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실제와도 같은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현실 기술에 음향, 촉각, 후각까지도 모사할 수 있는 기술들이 추가되며, 기업이 제품설계 단계에서 다양하고 실감나는 자극이나 제품을 생성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빨리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자동차, 건축 등의 디자인 분야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감성제품 개발사례

국내외적을 감성기술을 적용한 감성평가 등의 연구개발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기업의 실제제품에서의 성공사례를 소개한다.
 
국내에서도 감성기술을 제품개발에 활용해 성공한 여러 사례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소비재인 자동차, 가전, 정보통신기기, 가구 등의 산업에서는 1990년대 이후 감성제품 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들이 이어져오고 있다.

산업분야별로 나누어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살펴본다.

1. 자동차 분야

자동차산업 분야에서의 가장 최근의 감성제품 개발사례로는 2013년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 개발을 들 수 있다. 쏘나타 개발과정에는 감성품질을 극대화하려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먼저 조작스위치를 연관된 기능끼리 통합배치하고, 스티어링휠 조작부는 주행 중 엄지손가락으로 조작가능한 영역에만 배치하는 등 운전자가 차량의 다양한 기능을 직관적으로 인식함으로써 보다 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운전자가 조작 및 접촉하는 모든 부품들에 대한 접촉압력을 측정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실험을 통해 조작감을 높이는 설계를 했다. 자동차 시트 또한 신체부위별 특성을 고려한 정교한 설계로 쿠션감을 최적화해 감성품질을 극대화했다.

이 외에도 현대자동차에서는 산·학 공동연구로 운전 중의 피로감을 측정평가하는 방법의 개발, 차종별 최적의 요추지지대의 위치를 찾는 연구 등 감성기술을 제품개발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일반화되어 수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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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전분야

가전산업 분야에서도 전통적으로 소비자, 특히 주부의 감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많은 기술개발과 제품개발 사례를 가지고 있다. 최근의 성공사례로는 2012년 개발된 삼성전자 냉장고인 지펠T9000 모델을 들 수 있다. 이 제품의 개발에는 CMF(Color Material Finishing) 감성소재 디자인기술이 적용되었다.

삼성전자는 기존 대형냉장고에서 주로 사용하던 스테인리스 스틸(ST 표면소재에 미세한 입체패턴이 적용된 메탈 인그레이빙(Metal Engraving)) 기법을 개발 적용해 사용자들이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시각과 촉각적 경험을 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T9000 냉장고는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되는데, 이는 성공적인 감성소재의 대표적 디자인 활용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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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보통신기기 분야

정보통신기기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한 것은 휴대폰이고, 그 중에서도 최근에는 스마트폰일 것이다. 휴대폰 중 감성적 디자인으로 성공을 크게 한 제품으로는 LG전자가 2005년 개발한 초콜릿폰을 들 수 있다. 초콜릿폰은 전세계적으로 2,000만대 이상 팔린 대단한 성공작이었다.

초콜릿폰이 등장하기 이전의 휴대폰 시장은 주로 부가기능에 초점을 두던 시장이었다. LG전자는 이에 소비자의 숨은 욕구가 형태나 기능보다 감각적이고 멋스러운 디자인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감성적 디자인의 초콜릿폰을 개발하였다.
 
초콜릿폰은 첨단기술인 휴대폰에 달콤한 초콜릿을 버무리듯 감성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었다. 당시 휴대폰에는 드물었던 터치센서를 적용하였고 검은색 외관에 빨간색 버튼이 조화를 이루게해 소비자들의 감성을 만족시켰다.

스마트폰 중에서는 아이폰에 맞서고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개발에 감성기술 등이 적용되고 있다. 2010년 처음 개발된 갤럭시S는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이고 심플한 사용성을 제공했다. 이후 갤럭시 시리즈는 계속되는 후속모델에서 인간중심의 모바일 경험으로 특별한 감성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림 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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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구 분야

가구산업 분야에서도 감성공학의 적용은 활발하였다.
 
에이스침대는 1995년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침대의 체압분포를 측정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침대개발에 적용하는 노력을 해왔다. 또한 개인의 체압을 측정해 선호되는 경도의 침대를 선정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개개인 체형과 체압이 고려되어 소비자의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사무용가구를 생산하는 (주)퍼시스도 최근에는 사무용가구 외에 병원가구에도 진출해 감성적으로 저하되기 쉬운 환자들의 감성을 고양하기 위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ICT융합 스마트침대를 2014년에 개발해 한국감성과학회의 감성과학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융합 스마트침대는 환자의 호흡과 심박, 움직임, 온도 및 습도 등 생체신호와 환경정보를 통합컨트롤러를 이용해 자동으로 수집한다. 또 상황분석 알고리듬을 통해 수면품질과 침대이탈, 응급상황, 보호자 호출, 침대자세 등을 제어할 수 있다( 그림 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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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감성제품 개발의 미래

20여년전 감성공학 기반기술을 개발할 당시 그 개념조차 확실히 자리잡지 못했던 감성과 감성공학 기술은 이제 기업의 제품개발과 성공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자리를 잡았다.

소비자들은 더욱 개인의 개성과 감성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기업들은 이들의 감성을 만족시켜주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특히 그러한 노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력산업인 자동차, 가전, 정보통신기기 분야 등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감성제품 개발이 외적 디자인 영역에 주로 국한되기도 하고, 제품개발에 활용할 감성기술이 충분치 않아 주로 디자이너의 개인적 역량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다행히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에서는 이제 감성공학기술을 제품개발의 핵심으로 여기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빅데이터 분석기술과 뇌과학의 진전은 머지않아 인간의 감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평가할 수 있도록 해 제품개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