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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칼럼 - 헨델의 < 메시아Messiah >

인문학 칼럼은 다양한 인문학적 정보와 콘텐츠를 깊이있게 다루어 읽을거리와 풍성한 감성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글_ 박은몽 소설가

성탄절을 달구는 장엄한 오라토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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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심심치 않게 듣게되는 명곡 중의 하나가 헨델의 < 메시아 >이다. 종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종교를 떠나서 세계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실패를 거듭하던 헨델이 신들린 듯한 영감으로 24일만에 이 곡을 작곡해 냄으로써 음악가로서의 인생역전을 이루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 곡은 “신이 나를 찾아온 것 같다.”고 헨델이 고백한 것처럼 듣는 이의 영혼을 울리는 장엄함을 느끼게 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때로는 운명을 바꾸는 것처럼, 예술가와 작품의 만남도 때로는 그러하다. 흔히 예술가들은 “영감이란 그저 오는 것”이라고들 말하기도 하고, 모든 창작자들이 뮤즈(Muse)를 찾아 헤매고, 신이 강림하는 듯한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고대한다고 한다.
 
뮤즈가 강림하고, 진리를 깨닫는 듯한 에피파니의 순간을 맞이하여 진정한 예술작품을 창작해내고 싶은 열망이리라. 더구나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세상에 알려져 불멸의 명성까지 안겨준다면 예술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성공한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연과 영감, 몰입의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진 예술작품을 든다면 단연 헨델(Georg Friedrich H ndel)의 < 메시아 >이다. 메시아는 구세주란 뜻으로 ‘크리스트’를 뜻한다.
 
구약성서에는 메시아 탄생에 대한 예언이 반복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과거의 유태인들은 언젠가 나타날 메시아를 고대하는 ‘메시아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헨델 역시 유태인들이 메시아를 기다리듯이 구세주와 같은 작품을 고대했을는지 모를 일이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헨델에게 < 메시아 >란 곡은 음악가로서의 인생에서 구세주와 같은 곡이다. 인생의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우연한 기회에 영감을 받아 미친듯이 써내려간 그 작품이 그를 위기에서 건지고 불멸의 명성까지 안겨주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을 써내려가면서 흘린 감동과 감사의 눈물이 내가 섭취한 음식물의 양보다 많았습니다. 나는 내 앞에 펼쳐진 천국과 위대하신 창조주, 그 분을 보았습니다."

-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Georg Friedrich H ndel)



신들린 듯 써내려간 < 메시아 >

“이 작품을 써내려가면서 흘린 감동과 감사의 눈물이 내가 섭취한 음식물의 양보다 많았습니다. 나는 내 앞에 펼쳐진 천국과 위대하신 창조주, 그 분을 보았습니다.” 헨델은 메시아를 작곡하던 당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1741년 8월 22일에 작곡 작업에 들어간 그는 24일만에 무려 26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작곡을 마쳤다. 24일 동안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골방에 처박혀 외부와 단절된 채 작곡에 매달렸다. 마치 신들린 듯 그의 온 영혼은 귀가에 들려오는 멜로디에 몰입했고 그의 손은 귀에 들리는 멜로디를 써내려갔다.
 
창작자 스스로 감동을 받은 작품이 듣는 사람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인지, 헨델이 그 작품을 써 내려가면서 감동과 감사의 눈물이 끊이지 않았던 것처럼 그의 작품이 초연되었을 때 그 음악을 들은 사람들 역시 그런 감동을 함께 느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감동을 받았던 인물은 바로 당시 영국 국왕 조지 Ⅱ세였던 것으로 보인다. 1742년 4월 13일 < 메시아 > 초연은 청중들을 매료시켰는데, 특히 조지 Ⅱ세가 크게 감동을 받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 메시아 >를 만나기 전 헨델은 실의에 빠진 음악가였다. 그는 연이은 실패를 거듭하고 코너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헨델은 독일에서 자신의 음악을 알아 주지 않자 영국으로 건너왔지만 그의 오페라는 영국에서도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가 작곡한 오페라는 영국사람들에게 별 반향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실의에 빠진 그에게 운명적인 제안이 들어온다. 자선음악회에서 사용할 음악 작곡을 요청받은 것이다. 연이은 실패로 인해 빚더미에 오른 데다 뇌일혈로 반신불수까지 겹쳐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헨델에게 들어온 제안. 그 제안이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마지막 힘을 끌어 올려 작업에 들어간 그는 메시아를 만나듯 자신의 재능과 장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 메시아 >를 작곡함으로써 실패를 딛고 음악가로서 성공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성탄의 분위기를 달구는 뜨거운 멜로디

헨델의 < 메시아 >란 곡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막상 그 “할~렐루아, 할렐루야, 할렐루야!”하고 장엄하게 터져나오는 대목을 들려주면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귀에 익은 멜로디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영국의 국왕 조지 Ⅱ세가 음악을 듣다가 벌떡 일어났던 대목도 바로 이 ‘할렐루야’ 합창 대목에서였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 메시아 > 중 할렐루야 합창이 연주될 때는 청중이 기립하는 것이 전통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헨델의 < 메시아 >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메시아에 대한 예언과 탄생, 2부는 크리스트의 고난과 속죄, 3부는 크리스트의 부활과 영생을 다루고 있다.

대본은 헨델의 친구인 찰스 젠넨스로부터 받은 것인데, 신약성경의 복음서와 구약성경의 이사야서, 시편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헨델은 처음에 부활절을 염두에 두고 이 곡을 작곡했다지만, 북아메리카에서 헨델의 < 메시아 >를 성탄절에 연주하는 관습이 생기면서 오늘날에도 성탄절 즈음에 많이 듣게 되어서, 연말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 메시아 >는 오라토리오 곡이다. 오라토리오(Oratorio)는 17∼18세기에 가장 성행했던 대규모의 종교적 극음악으로서 보통 성담곡(聖譚曲)으로 번역된다.
 
오페라에서 거듭 실패한 헨델은 오라토리오 곡인 < 메시아 >에서 그동안 미처 다 보이지 못했던 자신의 재능을 전부 펼쳐보임으로써 오라토리오 작곡가로서 성공적인 전향을 이루었다.

이 헨델의 메시아는 하이든의 < 천지창조 >, 멘델스존의 < 엘리야 >와 함께 세계 3대 오라토리오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 웅장하면서도 사람의 영혼을 집중시키는 흡입력으로 종교를 초월하여 세계 많은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