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03 - 한·중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성장은 이미 수년전부터 예상되어 왔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과 중저가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해 2012년부터 ZTE, 화웨이, 쿨패드, 레노보 등 중화쿠롄(中華酷聯)01으로 불리는 스마트폰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으며, 2013년부터는 글로벌 10위권내로 포진하는 등 중국기업의 성장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스마트폰산업의 위기론이 대두될 정도까지 중국기업의 영향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이처럼 중국 스마트폰 기업이 성장이 두드러지는 이유가 무엇이며, 향후 중국기업의 성장으로 스마트폰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진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1세대 기업인 화웨이, ZTE, 레노보, 쿨패드와 2세대 기업인 샤오미, TCL, OPPO, Vivo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1세대 기업은 대체로 2011~2012년 이후 글로벌기업으로 부상하였으며, 주요한 특징으로는 중국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네트워크 장비(화웨이, ZTE), 컴퓨팅장비(레노보) 등의 산업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케이스다.
1세대 기업은 관련산업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였고, 이에 따라 품질보다는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하였다.
이로 인해 기술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존재감은 미약한 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2014년 2분기 3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1세대 기업의 점유율 합계는 2.0%로 샤오미의 2.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반면, 2세대는 중국 로컬시장에서 급성장하며, 2013년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중국 스마트폰 2세대 기업의 특징은 1세대 기업과 달리 Mass마켓이 아닌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차별화전략을 통해 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 샤오미는 SW경쟁력 및 독특한 가격전략, 마케팅전략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의 애플로 불리며 급성장하였다.
OPPO, VIVO는 음향, 카메라 등 특정소비자 세그먼트에 특화된 스마트폰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시장을 확대 중이며, TCL은 타기업과 달리 초기부터 해외 중저가 시장을 타겟팅한 사례로 중국보다는 해외매출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2세대 기업들은 중국내 소규모 제조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바탕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에 보다 혁신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의 신흥강자: 샤오미
샤오미는 대표적인 중국 2세대 스마트폰 기업으로 2014년 2분기에 중국내 1,450만대 스마트폰을 판매하여 1위 삼성전자(1,460만대)와의 격차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성장하였으며, 글로벌 순위에서도 LG전자를 제치고 5위에 진입하는 등 짧은 기간 동안 놀랄만한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 1 참조).
샤오미는 대부분의 중국 스마트폰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화
웨이 등 기존의 중국 스마트폰 기업이 중국산 저가부품 탑재를 통해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반면, 샤오미의 플래그십 모델인 Mi시리즈는 프로세서, 칩셋,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주요부품에서 한국, 미국, 일본 등의 고가부품을 채택하면서도 타 중국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었다.
이러한 전략이 가능하기 위해서 샤오미는 제조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가를 책정하여 초기에는 수익을 최소화하고 이후 부품가격의 하락으로 수익을 증대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초기에는 공급물량을 조절하여 희소성(헝거마케팅: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물량 판매)을 통한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고 부품가가 하락되는 시점에서 공급량을 확대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또한 스마트폰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대신 액세서리·게임·애플리케이션 등의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교차보조(Cross Subsidization) 모델을 통해 수익률을 제고한다.
샤오미의 또다른 차별성은 SW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점이다.
원래 샤오미는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닌 안드로이드OS의 커스텀 UI인 MIUI를 제작·배포하는 사업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MIUI는 사용자 포럼을 통해 접수된 의견 및 개선사항을 반영하여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를 실시함으로써 사용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중국 로컬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2014년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29.4% 성장한 1억 2백만대로 전세계 시장의 3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시장에서 중국기업02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하여 69.3%까지 성장하였다.
초창기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성장을 주도한 1세대 기업은 2012년 이후 40% 초반의 점유율에서 정체된 반면, 2세대 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여 2012년 2분기 9.8%에서 불과 2년만에 27.8%까지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그림 2 참조).
이러한 2세대 기업의 성장은 중국내에서 한국기업들뿐만 아니라 중국 1세대 기업에도 위협하고 있다.
ZTE, 레노보 등은 2013년과 비교하여 2014년 2분기 점유율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기업은 그간 중국에서 점진적으로 점유율을 늘리며 선전하였으나 2세대 기업의 시장확대로 2014년부터 점유율이 급감하였다.
지금까지 중국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중국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해외시장에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중국외 시장에서 중국기업의 점유율은 2012년 5.7%에서 2013년 8.6%, 2014년 2분기 현재 13.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의 확대속도가 감소함에 따라 중국기업의 중국내 성장속도는 낮아지는 반면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속도는 가속화되는 추세이나, 여전히 내수에 집중하는 상황으로 해외판매 비중은 30% 이하에 머물러 있다( 그림 3 참조).
주요기업별로 살펴보면, 화웨이, ZTE 등 네트워크장비 공급을 통해 해외 이통사와 협력관계를 갖추고 있는 경우는 해외판매 비중이 40% 대이며, TCL과 같이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의 경우 해외판매 비중이 88.1%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샤오미, 쿨패드, Vivo, OPPO 등 로컬시장 중심의 제조사들도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내수비중 96%에 달하는 샤오미의 경우는 내수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홍콩·대만·싱가포르·인도·말레이시아에서 제품판매를 시작했으며 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터키·러시아·브라질·멕시코 등에도 진출을 추진 중이다( 표 1 참조).
향후 스마트폰 시장 전망
2013년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40.7%로 사상최대치를 갱신하며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제패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불과 3분기가 지난 2014년 2분기에는 30.3%로 급락하며 시장상황이 다시한번 요동치고 있으며, 국내 ICT산업의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렇게 이러한 시장상황이 급변한 배경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성장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2014년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 따르면 분기매출 47조원, 영업이익 4.1조원 수준을 기록하였으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60% 가까이 하락하였다.
삼성전자의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폰사업 경쟁심화에 따른 실적하락과 이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시스템반도체 및 OLED사업의 수익성도 함께 약화되었다.
특히 갤럭시S5 등 플래그십 모델의 판매저조에 따른 재고소진을 위한 마케팅비용 상승으로 수익악화 등 당분간 실적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중저가 스마트폰의 지속적인 강세가 전망됨에 따라 삼성·애플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됨에 따라 주요 선진국의 프리미엄 시장은 이미 성장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등 고성장 신흥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비중도 정체되거나 감소할 전망이다.03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대안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IoT 등 차세대 디바이스 시장의 부상되고 있으나, 당분간 차세대 디바이스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을 대체할만큼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04
다만 다양한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에 연결될수록 스마트폰 자체의 활용성이 증가하는 스마트폰의 보완재 역할을 할 전망이며 이로 인해 스마트폰의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거대한 내수시장과 값싼 노동력에 기대어 저렴한 짝퉁폰을 찍어내는 기업이라고 여겨지던 시대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기업에 비해 보다 혁신적이고 보다 빠르게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노키아가 애플 아이폰에 의해 몰락했던 것과 같이 어떤 기업도 미래를 장담하지는 못할 것이다.
01 ZTE(中興), 화웨이(華爲), 쿨패드(酷派), 레노버(聯想)의 첫 글자.
02 화웨이, 레노보, 샤오미, 쿨패드, ZTE, TCL, Vivo, OPPO, 지오니 등
03 중국/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비중(%, SA): (2014) 23.6/11.2 → (2017) 20.1/11.6 → (2020) 18/9.6
04 SA에 따르면 2014년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55억불 규모로 스마트폰 시장(3,156억불)의 1.7%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