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인터뷰

줌인리포트 - (주)에코탑 최경영 대표이사

줌인리포트에서는 혁신기업의 대표나 연구소장 등을 만나 기술경쟁력을 향한 열정과 노력을 알아봅니다.

자연에 대한 이해로 자연을 살리는 기술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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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발달은 인간에게 편리한 삶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인간은 기후변화라는 부작용을 감내해야 했다. 어느덧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주)에코탑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에 집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에코탑의 최경영 대표는 ‘생태복원’이라는 이 시대의 화두에 기술로 화답한다.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자연을 생각한 자연친화적 기술을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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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삶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필리핀의 지진, 일본의 쓰나미 등은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보여준 사례.

이러한 자연재해는 비단 먼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몇해전에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으로 열섬현상으로 달아오른 도심, 폭우가 내릴 때마다 반복되는 물난리 등은 도시 역시 환경문제에 있어서 만은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할 수는 없을 터. 이 때문에 (주)에코탑 최경영 대표는 ‘생태복원’에 주목한다.

최경영 대표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에서의 전공 덕이 컸다.

서울대에서 생태환경 분야를 공부한 최 대표는 졸업 후 대기업 연구소에 입사해 오랜 기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기업연구소에서 연구를 하면서 산업에 적용가능한 기술을 더욱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기업에서 연구할 때는 경제적 이익으로 환수할 수 없는 연구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생태복원을 해서 산업활동을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문득 우리나라 자생식물이 원래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잘 크면 문제가 없는데, 살던 곳에 식물이 제대로 살지 못하니까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살던 곳에 식물이 제대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생태복원사업의 정의로 삼았죠.”

그것이 1990년대 초반. 최 대표는 생태복원이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그 시기에 하천과 훼손된 비탈에서의 생태복원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사업을 정착시킬 바탕을 다졌다.

처음 개발한 제품은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콘크리트 블록. 그러나 1999년에 소속해있던 회사에서 담당하던 개발부서가 사라졌다. 그때 함께하던 연구원들과 독립해 별도로 회사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식물이 자라는 블록을 만들었습니다. 2005년에는 업계최초로 그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켰어요. 그러다 2007년에 (주)에코탑을 만들면서 따로 독립했습니다. (주)에코탑에서는 식물이 자라는 블록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물 순환시스템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재난방지를 하면서도 생태복원까지 할 수 있는 진보한 연구영역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죠.”


도시의 물 순환을 위한 포장공법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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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생태복원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지극히 생소한 분야였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비슷한 개념이 존재했지만, 그곳에서 개발한 기술은 우리나라 생태환경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초반에는 유럽에서 좋다고 소문난 공법을 국내에 가지고와서 적용한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기후와 우리나라 기후는 전혀 다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계절변화가 확연합니다. 유럽에서는 비가 올 때와 안올 때의 차이가 크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비가 쏟아질 때는 엄청나게 많이 오고 건조할 때는 또 매우 건조하지요.”

최경영 대표는 이러한 국내환경을 이길 수 있는 소재라면, 후발주자라고해도 세계시장에서 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비전을 현실로 만들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기술’. 이를 위해 초창기부터 인재 영입에 몰입했다.

“당시 석·박사 출신 연구원을 영입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저보고 ‘미쳤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결국에는 가격경쟁으로 내몰릴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일이라면 제가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로마시대부터 활용하던 보도블록은 무려 3천여년의 역사를 지닌 품목.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기술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거기서 ‘새로운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나노기술이니 로봇기술이니 말하면서도 여전히 인간은 약간의 기상이 변에도 무기력합니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40%는 땅으로 들어가고 50%는 하늘로 증발되어, 하천으로 가는 양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땅에 흡수되는 건 불과 20%고 하늘로 증발되는 건 30%입니다. 반면에 하수구로 들어가는 물의 양은 5배나 늘었죠. 그러다보니 저지대는 비만 오면 침수되고 지하수는 고갈되고 생태계는 훼손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한때는 물이 증발되면서 도시의 열을 흡수했는데, 그게 불가능하니 열섬현상이 일어나죠. 이처럼 물이 제대로 순환될 때와 안될 때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도시의 길을 만드는 기본인 보도블록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 그런 점에서 (주)에코탑이 개발한 ‘막히지 않는 투수블록’은 혁신적이었다.

블록과 블록 사이의 틈새를 통한 투수방식을 채택해, 공극이 막히면 투수성이 저하되는 기존 투수블록이 지닌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서울시 자체 성능평가에서도 (주)에코탑은 기준치의 50배 이상의 성능을 증명했다.

“우리 블록으로 포장을 하면 별도의 저수지를 만들지 않아도 도시 자체에서 460만톤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됩니다. 그러면 서울시의 여름철 기온을 3~4℃ 낮출 수 있습니다. 여름에 서울시의 기온을 1℃ 낮추는 데 350억 이상의 비용이 듭니다. 원자력발전소 1기를 설치하는 정도의 엄청난 비용이죠. 하지만 보도블록 포장은 어차피 해야하는 일입니다. 2015년 1월 1일부터는 투수성 포장은 물론 투수성 검증평가 역시 의무화됩니다. 현재 서울시에서 강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99번째 핵심과제로 선정했습니다.”

실제로 이 기술은 지난 6월, 환경부로부터 ‘올해의 환경기술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했지만, 초반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이제껏 없던 방식의 제품이었기에, 이 제품을 평가할 마땅한 기준이 없었던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기술인증’을 받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결합틈새블록’이라는 카테고리를 공식화했다.


자연재해를 이기는 환경친화적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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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에코매직 옹벽블록’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신개념 기술.

이 블록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간편하게 시공할 수 있는 옹벽블록으로, 기초지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구조물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이다.

“후진국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조금만 기상이변이 생기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죠. 그때 힌트를 얻은 것이 우리가 잘 아는 사자성어인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말입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사실은 건축의 기본.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기초를 세우기 힘든 연약지반이 많았다. 거기서 최 대표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기초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는 것. ‘에코매직 옹벽블록’은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가능하게 만든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상하좌우로는 완전하게 결합되는 동시에, 높이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시공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토사 유실이나 지반 흔들림에도 옹벽이 무너지지 않게 설계한 것이다.

“2013년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각국에 홍수, 산사태, 태풍, 가뭄 등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자연재해 후 이를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입니다. 기존 방식대로 복구를 하면 옹벽을 세우는 높이만큼의 땅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또다른 자연 훼손이 일어나죠.”

기초없이 산이나 모래밭에도 시공할 수 있는 에코매직 옹벽블록은 블록의 빈 공간에 흙을 채우고 그곳에 식물이 자라게 할 수도 있다. 아울러 중장비가 아닌 사람이 손으로 직접 쌓을 수 있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강원도 홍천의 산사태 복구, 포항의 해안림 조성 등에 이 시스템이 적용되어 호평을 받았다. 2007년에 설립해 이제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기업이지만, 차별화된 기술을 장착한 (주)에코탑의 전망은 밝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경영 대표가 고민하는 것은 ‘협력’이다.

“현재 우리 공장을 전면 가동해도 쏟아지는 수요를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향후 시장이 결합투수블록 쪽으로 대세가 기울면 전국에서 콘크리트 블록을 생산하는 공장들은 다 문을 닫겠지요. 그런 공장에 우리가 기술을 제대로 지도해주고, 우리 제품을 생산하게 하면 그 회사도 이롭고 우리도 같이 발전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요?”

이제 (주)에코탑이 갈 길은 국외시장이다.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브라질에서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가 ㈜에코탑과 기술협약을 맺기 위해 의사를 타진 중이다.
 
이처럼 (주)에코탑은 다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자신만의 길을 구축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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