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06 - 중국 IT시장의 특수성과 진출전략
최근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IT기업들은 중국의 ‘자국 플랫폼 보호정책’, ‘반독점 위반 규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3대 온라인 공룡(BAT; Baidu, Alibaba, Tencent)의 급성장 성장에도 중국정부의 외국계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도시화’, ‘O2O’ 등 중국의 트렌드 변화는 우리 IT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적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서는 개략적으로 중국 IT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면서 성공적인 중국시장 공략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중국 IT시장의 특수성
중국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바이두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4% 증가한 25억 4,000만위안(4억 600만달러)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95억위안에 이르렀다. 모바일을 통한 검색자수만 하루 평균 1억 6,000만명에 달할 정도다. 중국 인터넷산업을 이끄는 거두인 바이두가 내놓은 자신만만한 성적표다.
2014년 8월 베이징 중관춘에 위치한 바이두 본사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지난 7월초 시진핑 주석의 한국방문시 바이두 리옌훙 회장을 별도 면담하는 기회를 마련한 데 이어 금번 베이징 부임과 함께 바이두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었다.
필자를 안내한 바이두 직원은 바이두TV, 클라우드, 위치기반 서비스, 빅데이터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차세대 검색기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며 자랑했다.
그러나 설명을 들어보니 바이두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도 있었지만, 이미 구글이 선보이고 있는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
바이두, 텐센트, 유쿠 같은 중국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잘 알다시피 중국정부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외국사업자의 중국내 서비스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우리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톡과 라인 서비스를 중국에서는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동등한 시장경쟁 환경이 아니라 시작부터 불공정한 룰이 적용되는 게임이다. 10여년전 중국정부는 ‘자국 플랫폼 보호’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규제의 칼을 뽑았다. 자국의 검색, 동영상미디어, 모바일메신저 기업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다.
앞서 말한 바이두는 구글을 중국시장에서 밀어내면서 급성장하게 된 케이스다. 구글이 중국에 진출하자 당국은 사상검열을 내세워 압박했고 결국 구글은 고개를 저으며 중국에서 물러났다.
본격적인 인터넷동영상 시대가 시작되자 중국정부는 또한번 유투브를 비롯하여 외국 동영상업체의 서비스를 가로막고 나섰다. 이때도 불법, 불건전, 불온한 사상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후 전세계 주요 동영상 서비스의 중국내 직접적인 이용은 사실상 원천봉쇄됐다. 중국정부가 한국업체의 동영상서비스를 차단하기 전 중국 한류팬들은 한국 동영상서비스에 열광했다.
외국기업으로서는 거대 중국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뺏기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 사이 ‘유쿠’나 ‘투도우’ 같은 중국 토종 동영상회사가 무럭무럭 성장했음은 물론이다.
모바일메신저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모바일메신저의 위력에 대해서는 중국정부도 잘 알고 있다.
순기능도 있지만 정치경제적으로 미칠 막대한 파급효과를 우려한 정부는 통제가능하고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원했다.
또한번 사회법규와 질서통제라는 명분을 들고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이러한 조치의 수혜자는 자국 토종브랜드인 위챗이다. 위챗을 서비스하는 텐센트는 어느덧 중국 3대 인터넷기업으로 부상했고, 요즘은 한국기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급속한 성장은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한 내수시장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중국정부의 존재이다.
앞서 말한 여러 사례와 같이 외국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자국기업에 대한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기업은 온실속의 화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 주요언론들은 중국기업이 여러 산업에서 중국당국의 보조금 지급, 환율정책 등에 힘입어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앞다투어 보도할 정도이다.
최근 중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반독점법 위반 논란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퀄컴(Qualcomm)은 2013년말부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또는 경쟁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퀄컴의 경우 특허사용료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는 혐의이다. 발전개혁위원회는 퀄컴이 자국내 3G와 4G 통신특허 사용료를 과다청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에 따르면 최대 10억달러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한편, 중국내 특허 사용료 수입도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모바일시장 포화로 중국은 퀄컴의 최대시장으로 부상했지만 퀄컴은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정부의 ‘반독점법 규제’와 민간기업의 견제라는 이중고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기업이 자행하는 불공정경쟁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최근 중국 사정당국이 자동차·제약, 정보통신 분야에서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벌이는 조사는 중국기업을 키우기 위해 외국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경제적 애국주의’ 행태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해당 외국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반독점 조사에 나선 중국당국에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다.
소위 ‘괘씸죄’에 걸릴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우리의 목표는 외국기업들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공정한 시장경쟁 규칙을 세우려는 것이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중국당국의 고압적인 자세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중국정부의 반독점조사 강도는 지역업체들과 외국기업들의 경쟁이 심한 분야일수록 더 강하다. 이른바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나오는 이유이다.
실제 중국은 항공분야 등 서방기업들이 여전히 강력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산업에서는 이런 조사를 펼치고 있지 않다.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문제 역시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퀄컴의 상표문제가 대표적이다. 퀄컴은 상하이 모 반도체업체 가우퉁(高通)과 장기간 상표분쟁을 겪고 있다.
1994년 퀄컴은 중국에서 ‘QUALCOMM’ 상표등록을 출원했다. 그 당시 중국어로 ‘카얼캉’(卡爾康)을 사용했는데, 1998년부터 ‘가우퉁’(高通)이라는 중국어 명칭을 사용하면서 상표권분쟁이 시작되었다.
문제의 발단은 1993년 10월 21일 중국 상하이 로컬기업 가우퉁이 이미 ‘高通’이라는 중국어 상표를 등록했기 때문이다.
상하이 가우퉁은 2013년 9월 21일까지 4개 유형에서 7개 관련상표를 등록했다.
2010년 퀄컴은 제9류(전자, 통신설비 등), 제38류(통신서비스 설비 등) 상표를 등록했지만, 중국시장에 이미 ‘가우퉁’(高通)이라는 상표가 등록됐으므로 중국 관련부처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 후 2014년 4월 가우퉁은 상하이 고급인민법원에 상표권 침해와 부당경쟁으로 퀄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하나의 사례는 소니와 관련된 건이다. 중국 소비자는 상표명을 약자(略字)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타기업이 그 약자로 상표권을 등록해 상표권을 주장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2003년 3월 중국인 류잰쟈(劉建佳)는 ‘수워아이’(索愛)라는 상표등록을 출원했는데 상표유형은 제9류 비디오디스크 플레어, 전화기이다.
해당 상표등록 출원은 2004년 8월 공상행정관리총국 상표평심위원회의 인정을 받고 상표권을 받았다.
이에 대해 중국 소니에릭슨(索尼愛立信)은 ‘수워아이’가 소니에릭슨(索尼愛立信)의 약자와 동일하고, 중국에서 보편적인 약칭으로 소니에릭슨을 지칭하며, 중국에서 이미 ‘수워아이’ 그 자체로 유명상표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들며, 류쟈잰이 ‘수워아이’라는 상표로 소비자를 오도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소니에릭슨은 류잰쟈의 상표등록은 「상표법」과 「부정경쟁법」에 따른 불법행위라며 상표평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0년 12월 31일 중국 최고인민법원 재심에서 ‘수워아이’ 상표등록의 합법성을 인정하며 중국기업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최근 바이두는 ‘바이두 인사이드’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두 인사이드’란 스마트 하드웨어 제품에 바이두 기술을 탑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캐논, 하이얼 등의 전자업체와 협력해 클라우드 프린터, 스마트 건강팔찌, 차량 네트워크 솔루션 등 바이두 솔루션이 탑재된 20여종의 제품을 내놓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바이두는 협력파트너에게 클라우드 스토리지, 동영상 재생 및 디코딩, 그림식별, 지능형 음성인식, 보안, 위치기반서비스 등 다방면의 솔루션 제공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Intel Inside’의 짝퉁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PC에 ‘Intel Inside’ 로고를 붙이는 것처럼 바이두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프로모션을 했던 Intel의 전략을 고스란히 베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IT기업의 부상에 대한 우리의 전략
현재 중국은 3대 온라인 공룡, BAT(Baidu, Alibaba, Tencent)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검색, 클라우드 스토리지, LBS 위치기반서비스 등의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스마트 하드웨어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체간 치열한 경쟁 가운데 온라인 서비스와 하드웨어를 결합하는 영역에서 바이두가 가장 먼저 주도권을 잡고 있다.
Soft Power가 필요한 하드웨어업계는 바이두가 만든 생태계에 참여해 새로운 스마트 서비스를 기존 제품에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두는 자사의 강점인 음성·얼굴 인식을 포함한 검색기술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고도·지능화해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광고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검색을 중심으로 더 많은 트래픽을 집중시키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 투자를 적극진행, 여행검색, 동영상 검색, 앱마켓 분야 등에서 대형 M&A를 단행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IT기업의 웹사이트를 통한 Open Innovation 추진전략은 우수한 하드웨어 솔루션을 가진 해외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 아류전략으로 폄하받기는 하지만, ‘바이두 인사이드’ 역시 우리 IT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에 있어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국내외로부터 다양한 협력업체 발굴을 추진중인 바이두는 바이두 인사이드 웹사이트(http://inside.baidu.com)를 통해 직접 제안서를 받고 있어 우리기업도 이용가능하다.
중국내 마케팅 및 판매 유통채널을 확보하기 어려운 해외업체는 바이두 인사이드의 협력파트너로 가입하면 플랫폼을 통해 현지화 서비스(위치 기반, 빅테이터 마케팅), 유통채널(360buy) 등의 지원이 가능하다.
특히 고성장이 예상되는 웨어러블기기 및 헬스케어 분야 역시 바이두 플랫폼 기반의 사용자 습관 및 신체지표 등 빅데이터, 저장 및 분석솔루션 등에서 상호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 온라인시장은 하드웨어와 결합하는 스마트 생태계 플랫폼이 조성됨과 동시에 O2O(On-line to Off-line)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활발히 출현하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한 진출방안 강구가 필요하다.
또한, 한국은 교육, 건강, 저출산, 고용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IT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협력시 더 큰 효과를 창출할 것이 예상된다.
중국 역시 경제성장 정책을 과거의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안정성장으로 바꾸면서 민생과 내수중심의 정책을 펴고있다.
이 과정에서 이러닝(e-Learning)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상호협력할 여지가 크다. 이러닝의 경우 IPTV는 지역과 소득간 교육격차 해소채널로 부상하고 있으며, 태블릿 PC를 활용한 전자교과서도 확산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신도시화’이다. ‘신도시화’의 의미는 사람의 도시화 및 유시티(U-city)화를 뜻한다.
유시티 정책의 중점분야 중 하나가 스마트 헬스케어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기본적으로 ‘발병후 치료’에서 ‘예방의학’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의 건강상태를 24시간 체크가능하며 의료비용의 사회적 부담을 완화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중국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그만큼 협력수요가 크다.
한편, 중국시장에 진출시에는 관련 상표법과 상표등록 사항을 숙지함으로써 ‘내 이름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중국에서 상표를 우선 등록할 경우 선등록자가 상표를 소유하는 방식이므로 중국시장 진출에 생각한다면 가능한 상표를 일찍 등록해야 한다.
중국에서 상표를 등록할 경우 약자(略字), 중국어 한자와 한글의 차이 등을 충분히 감안해 전문가의 도움하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은 반드시 상표출원 대행업체에 의뢰해야 하므로 현지에서 상표출원 대행업체의 선정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