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05 - 중국의 통큰 글로벌화 전략
2014년 글로벌 ICT산업의 화두는 중국기업의 약진이 가져온 지각변동이라는 말로 대표될 수 있을 정도로, 중국 ICT기업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왔다.
화웨이(Huawei), ZTE, 레노보(Lenovo), 쿨패드(Coolpad) 등 기존업체들뿐 아니라 샤오미(Xiaomi), OPPO 등 소위 2세대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의 약진이 눈부시게 실현되며 글로벌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소위 BAT로 통칭되는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등 인터넷기업들마저 글로벌 강자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제조와 서비스를 아우르는 중국 인터넷기업들은 모방을 통한 기술축적의 혁신으로 이어졌고, 이제 글로벌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하면서 ICT강국인 한국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의 글로벌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시기라 하겠다.
중국 ICT기업의 글로벌화 전략
1) 제조기업
(1) 중국 ICT제조업체의 발전
중국 ICT제조 및 서비스 기업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해외제품을 모방하면서 성장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이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기술이 모듈화되고 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부품의 범용화가 시작되면서, 국가간 제조기술의 격차는 크게 줄어들고 있고, 누가 더 효율적으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구현하는가가 경쟁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글로벌 ICT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해온 중국은 이런 상황에서 가격우위를 가지고 가성비 높은 기기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글로벌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2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의 글로벌시장 점유율 중 해외판매 비중은 25.8%를 기록하였고, 그 중에서도 화웨이, ZTE, TCL, 레노보 등 1세대 기업들이 유의미한 해외판매 비중을 가지고 있다( 표 1 참조).
아직까지는 내수에 집중된 이들의 해외판매 비중은 저조한 편이며, 샤오미 등 2세대 기업의 존재가 해외시장에서는 미미한 상태이다.
그러나,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은 해외판매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으며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을 구사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제조업체들의 글로벌화 전략
화웨이와 ZTE는 초창기 가격경쟁력을 우위로 하여 해외 통신장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고, 통신장비업체로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면서 쌓아올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화웨이는 스마트기기 판매에 주력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는 특히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하고 있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지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서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성공적인 글로벌화의 뒷면에는 단순히 기업의 자체역량뿐 아니라 정부와의 관계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화웨이와 ZTE는 중국정부의 ODA 업무의 직접적인 수혜자들이다.
중국정부는 개도국에 ODA의 일환으로 통신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면서 TD 기술표준 수출에 앞장서고 있다.
화웨이와 ZTE는 각종 ODA사업을 위한 기술표준과 네트워크 장비 수출기업으로 참여하였으며, 그 협력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단말기 보급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메카니즘은 ICT제조업체의 해외시장 확대에 큰 동인이 되어준다. 레노보는 전형적인 스프링보드(Springboard) 전략을 구사하며 해외진출을 감행하고 있는 예이다.
2005년 IBM의 PC사업부 인수를 통해 레노보는 기존 IBM이 가지고 있던 브랜드 이미지와 기술, 시장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게 되었고, 2012년 브라질의 최대 제조업체인 CCE 등을 인수하면서 신흥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증강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레노보의 글로벌전략은 2014년초 감행된 모토롤라 인수로 정점을 찍는다. 모토롤라의 핵심특허는 당초 125억달러에 모토롤라를 인수했던 구글이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레노보는 특허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 29억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구글로부터 모토롤라 사업부를 재인수하여 모토롤라의 제조기술과 하드웨어, 브랜드 가치와 특허이용 라이센스를 동시에 획득하면서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같은 글로벌전략의 결과로 레노버는 2014년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동남아시장에서 4배, 동유럽에서 6배 급등했으며, 화웨이는 2014년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6배 이상, 남미에서 4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전자신문, 2014.8.27).
샤오미를 필두로 하는 2세대 제조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은 아직까지는 저조한 편이지만, 사실상 SW와 혁신으로 중무장한 이들의 해외진출이야말로 한국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14년 4월 23일에 열린 샤오미 신제품발표회에서 회장 레이쥔은 샤오미가 2014년내에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러시아, 터키, 브라질, 멕시코 등 10개 국가에 진출할 것이라고 표명하였다.
샤오미는 화웨이, ZTE나 레노보처럼 다른 통신관련 제조업 기반이 부족하고, 글로벌시장에서의 유통 네트워크도 미비하기 때문에 글로벌시장에서의 승부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중국에서 각광받았던 빠른 구동기술이나 자체 OS, 가격대비 높은 성능이 글로벌시장에서도 통한다면 한국기업으로서는 또다른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2) 인터넷서비스 기업
(1) 중국 인터넷서비스 기업의 발전현황
2014년 상반기는 중국 ICT 제조업체들의 약진과 더불어 소위 BAT기업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중국의 인터넷기업인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를 통칭하는 약어로, 바이두는 중국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온라인 검색엔진, 알리바바는 B2B, B2C, C2C에서 모두 공고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텐센트는 중국내점유율 70%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Wechat)으로 중국내 SNS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각각 성장하여 왔다.
이들 기업은 역시 거대한 내수시장을 근간으로 고속성장을 실현하였으며, 바이두는 검색플랫폼,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텐센트는 위챗 플랫폼 등 자사가 우위를 가지고 있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다각화하면서 글로벌 영향력을 제고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텐센트는 위챗 플랫폼 중심의 메신저, 모바일게임(위챗 게임센터), 전자상거래, 인터넷금융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와 지불결제시스템(알리페이) 뿐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라이왕), 모바일게임 등으로, 바이두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를 활용한 바이두 인사이드(Baidu Inside) 생태계 안에서 하드웨어와의 융합 등으로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M&A는 이들 사업의 서비스 다각화와 글로벌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중국 인터넷서비스 기업의 글로벌화 전략
중국 인터넷서비스 기업은 해외상장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글로벌 브랜드이미지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획득한 막강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글로벌화를 추구한다.
텐센트는 중국 인터넷기업 중 가장 활발한 글로벌 M&A를 실시하고 있는데, 위챗 플랫폼에 탑재하기 위한 모바일게임 확보를 위한 개발업체들 인수합병부터 시작하여 최근에는 미국 스냅챗 등 선진시장의 SNS 투자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은 광범위하다.
알리바바 역시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결제시스템 관련 해외기업 인수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자사에서 위챗에 대항하기 위해 2013년말 출시한 라이왕(Laiwang)용 모바일게임 그리고 메신저 플랫폼 자체의 역량강화를 위한 미국 탱고 등에 대한 지분투자까지 다양한 영역에 대한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텐센트가 소주주로 있는 스냅챗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두는 검색엔진이라는 특성상 글로벌화를 과감히 시도하고 있는 편은 아니었다. 2014년 7월 브라질에서 포르투갈어로 현지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유의미한 진출로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현지 빅데이터 센터와 R&D 센터를 설립함으로써 현지사용자들의 경험을 축적하고, 더 강력한 현지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두 인사이드 중심의 협력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를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결론 및 대응방안
화웨이, ZTE 등 1세대 제조업체들은 중국정부의 ODA 정책과의 공진을 통해 신흥시장에서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통신장비와 스마트기기의 글로벌화를 원활히 추진 중이며, 실제로 신흥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레노보와 BAT 기업은 막대한 자본투자를 통해 단숨에 해외의 기술과 시장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강자로 떠오를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중국 ICT기업들의 약진을 단순히 내수에서의 승리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여기에 존재한다.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약진은 곧바로 글로벌 점유율에서의 순위상승으로 나타나고, 이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 일정정도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유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과감한 진출과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과감한 진출과 투자를 통한 글로벌 M&A는 또다시 중국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기술력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전략을 통해서 제조업체들은 주로 동남아, 남미 등 신흥시장에 주력하고, 인터넷기업들은 신흥시장뿐 아니라 북미지역에 대한 진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중국 ICT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M&A는 당분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의 모바일 이용자 증가율이 둔화됨에 따라 해외로 눈을 돌려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할 필요가 대두되었으며, 해외상장이나 글로벌 브랜드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해외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중국기업에 대한 반감이나 선입견을 탈피하여야 더욱 원활한 해외진출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우리기업과의 경합도를 더욱 높이고 입지를 축소할 수 있는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기업의 자체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중국과 협력하여 해외시장을 함께 두드릴 수 있는 협력기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애플의 경우는 TD-LTE 아이패드를 출시하여 차이나모바일과 협력으로 중국뿐 아니라 TD 표준을 사용하는 신흥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우리 역시 이와같은 전략적 협력을 고민해볼만 하다.
바이두 인사이드라는 SW/HW 융합 생태계는 우리 웨어러블 제조업체들이 가담하여 중국 및 신흥시장 진출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경로가 되어줄 수 있다.
또한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국내 콘텐츠 개발업체들에게 대규모의 투자를 감행 하고 있음을 십분활용하여 이들 플랫폼을 통해 우리 콘텐츠의 해외진출을 확대할 수 있으며, 모바일 솔루션이나 부가서비스 업체들이 화웨이 등 중국 하드웨어와 협력하여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도모해볼 수도 있다.
반면에, 중국 제조업체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중국 플랫폼을 통해 우리 콘텐츠의 해외진출을 확대한다는 것은 해외진출이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들을 위해 좋은 일이지만, 우리의 산업생태계 자체가 중국맞춤형으로 변모해버릴 수도 있고, 우수한 콘텐츠와 전도 유망한 스타트업, 양질의 제조업체들을 중국 플랫폼에 내어주게 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건전한 ICT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상생의 기반과 진입업체들에게 공정한 대우보장과 더욱 강력한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들(하드웨어와의 협력, 신기술 접목, 플랫폼 간 협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애로가 될 수 있는 규제완화 등의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지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분투자와 인수합병이 현지화를 통한 해외시장 개척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첩경임을 감안하여 우리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조금 더 과감하게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기업이 중국기업들처럼 대규모의 자산을 쏟아붓는 M&A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적절한 목표와 자금범위를 획정하여 상대국의 강소기업에 접근한다면 이는 효율적인 글로벌화의 경로가 되어줄 것이며, 중국기업과의 경합지역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