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인터뷰

줌인리포트 - (주)이엔이 박헌휘 대표이사

줌인리포트에서는 혁신기업의 대표나 연구소장 등을 만나 기술경쟁력을 향한 열정과 노력을 알아봅니다.


더욱 깨끗한 수질환경을 위한
기술에 전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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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물과의 전쟁’이다. 마시는 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폐수의 발생량은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이와 함께 폐수 방류에 대한 정부 규제도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보다 효과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폐수처리 방법은 없을까?

(주)이엔이는 이러한 의문에 답하는 기술을 고민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박헌휘 대표가 있다.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이완기(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에너지와 환경, 두 키워드에 집중하다

(주)이엔이의 사명은 ‘Energy and Environment’의 약자에서 비롯했다. 이는 박헌휘 대표의 이력과의 연결된다.

박 대표는 1974년부터 20여년 간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다 1995년, 호서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연구와 교육을 병행했다.

(주)이엔이를 설립한 것은 호서대학교내에 일어난 벤처기업 창업열풍 덕분. 박 대표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려 1999년에 (주)이엔이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호서대학교 신기술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다가, 창업 이듬해인 2000년에 이곳 대전으로 회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이전하면서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환경공학과 교수였던 만큼 창업할 당시부터 제 관심분야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다 폐수를 정화해 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폐수 재활용에 필요한 핵심제품은 다름 아닌 필터.
 
박 대표는 “기존의 생물학적 처리나 화학적 처리로는 폐수처리에 한계가 있다”며 막 분리에 의한 폐수처리와 재활용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한다.

“물속에 오염물질이 있으면 폐수가 됩니다. 그리고 오염물질을 폐수에서 분리하면 원래의 물로 돌아가지요.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이 체로 걸러내는 거죠. 체로 걸러지지 않는 오염물질은 물속에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이를 분해하기 위해 약품이나 미생물을 활용합니다. 약품은 기존에도 폐수처리에 한계가 있어 자주 사용되지 않았고, 미생물이 좀 더 보편적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물 속에 남은 미생물까지도 분리한 맑은 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필터고요.”

박 대표는 그 중에서도 멤브레인(Membrane) 분리막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멤브레인 분리막은 폐수를 막으로 통과시켜 오염물질이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기술. 이 막을 사용하면 기공(Pore size)에 따라 오염물질 입자를 크기별로 분리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주)이엔이에서 개발한 멤브레인 분리막을 이른바 ‘슈퍼막’(SuperMAK)으로 명명했다.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기업이 비슷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주)이엔이의 슈퍼막은 염색폐수나 제지폐수 등 일반 폐수보다 오염도가 심한 폐수까지 정화할 수 있다.

“슈퍼막을 개발하는 데만도 3~4년이 걸렸습니다. 슈퍼막은 고인장강도를 지녀 필터가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흡입형으로 제작되어 별도의 케이스가 없습니다. 케이스가 있으면 폐수를 처리할 때 케이스내에 찌꺼기가 낍니다. 그래서 케이스가 없는 슈퍼막은 폐수 찌꺼기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염색공장이나 제지공장 등에도 무리없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이 고도화되어 방사선 액체 폐기물 처리까지 가능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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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의 협력을 통해 완성한 기술

슈퍼막은 (주)이엔이의 다양한 사업분야와 연계된 핵심제품이다.

슈퍼막은 폐수를 정화하는 중심 탱크인 폭기조(Aeration Tank) 안에 설치해 흡입, 여과하는 처리원리를 지니고 있다.

이를 통해 폐수 속에 존재하는 0.3㎛ 이상의 슬러지와 미세입자, 부유 물질 등을 제거한다.

여과폭 135mm, 가로 415mm, 세로 1500mm의 사이즈는 (주)이엔이가 거듭된 실험과 연구를 통해 최적화한 것이다. 물론 연구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것은 하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하니까요. 남들이 하다가 안되는 틈새시장을 찾다보니 찌꺼기가 많은 제지 폐수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험을 하려면 제지폐수가 있어야 했죠. 우리가 폐수를 직접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예 실험단계에서부터 제지회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시작부터 산업체를 찾아가 현장중심의 연구를 진행한 박헌휘 대표. 동시에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심도있게 청취했다.

이를 통해 실패를 줄여나갔고, 현장에 적합한 시스템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더불어 현장에서 직접 테스트한 덕분에,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끼리 실험실 안에서만 연구를 진행했다면 현장의 문제점을 깊이 알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제지폐수에 대한 문제점은 현장이 가장 잘 압니다. 하루 6,000톤의 폐수가 나오는 공장에서 이엔이의 시스템을 활용해 4,000천톤의 물을 재활용하면, 폐수처리에 대한 관리등급이 낮아져 산업용수 비용은 물론 인적관리 비용도 줄어듭니다. 나아가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연구에 드는 제반비용은 (주)이엔이가 전적으로 부담했다. 연구개발에 성공했을 때, 기술에 대한 권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으로서 연구개발비를 조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연구소와 대학에서 오랜 기간 재직한 경험을 살려 정부과제 신청에 나섰다.

“회사를 시작할 때부터 우리 기술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초창기부터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특허등록에 바로 나섰습니다. 중소기업은 자신만의 기술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남의 제품이나 기술을 들여와 사업을 하다 보면, 외부요인에 따라 회사가 쉽게 흔들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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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블루오션을 개척하다

현재 (주)이엔이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15개. 고인장강도 침지형분리막 슈퍼막은 한국신기술 제1304호이기도 하다.

특히 방사능 오염수 처리장치는 국내최초로 국산화했다. 원자력 액체 폐기물 처리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필터 성능은 물론 시스템 신뢰도까지 확보해야 한다.
 
그 중 ‘경수로형 원전 액체 방사성 폐기물 처리계통 표준공정’은 원자력발전기술원이 주관해 (주)이엔이가 연구과제를 수행한 것. 이 공정은 신고리 3, 4호기에 적용됐고, 이후 신한울 1, 2호기에도 납품됐다.

액체 폐기물계통 국산화 과제는 현장에서 직접 활용하는 데 있어 성능과 가격 등 모든 측면에서 외국 설비보다 우수하다는 평이다.

“원자력 액체 폐기물 처리설비 역시 우리 힘만으로는 개발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주) 중앙연구소와 손잡고 공동연구도 했습니다. 산업체를 포함한 다른 기관과의 협업도 우리만의 기술이 있을 때에야 가능한 일입니다. 기술개발은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법입니다.”

이 때문에 (주)이엔이는 현재 기술에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로 차세대 사업을 개척하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2013년에는 ‘드럼 직접 감압 가열식 고농축 방사성 액체폐기물 처리기술’로 신기술인증을 받았다.

이 기술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보관하고 있는 고농축 방사성 액체 폐기물 드럼 자체를 직접 감압 가열해 폐기물의 부피를 최대한 줄이는 기술. 수증기 대신 전기 에너지로 가열해 현장에 적용하기에도 용이하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드럼 내부 고농축 방사성 액체 폐기물의 부피를 85% 수준까지 줄여 폐기물 드럼의 발생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신기술은 (주)이엔이의 사업영역을 더욱 넓히고 있다.

불과 1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주)이엔이의 기술수준은 수위로 꼽힌다.

남과 다른 기술에 대한 집념은 원활한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블루오션에 남아 있으려면, 우리만의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아무데나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 기술을 꼭 필요로 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어렵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경쟁력이 되기도 하죠. 사실 원자력발전소에서 처리하는 폐수 처리규모는 불과 10톤 정도입니다. 이미 우리 회사는 6,000톤 규모의 폐수를 처리하는 산업체에 우리 시스템을 공급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죠. 또한 산업체에서도 원자력 액체 폐기물까지 처리할 수 있는 경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 회사에 대한 믿음이 크고요. 그러한 성공사례들이 우리의 가장 큰 영업전략입니다.”

앞으로 (주)이엔이가 도전하려고 하는 분야는 축산폐수. 축산폐수처리분야는 여러 제반상황이 영세한 편이라 도전하기 쉽지 않지만, 연구개발 여건이 갖추어진다면 시도해볼 만한 영역이기도 하다.

앞으로 물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면, 폐수를 처리해 재활용하는 기술에 대한 필요성은 보다 높아질 터. 시작부터 블루오션을 개척하며 자기만의 경쟁력으로 무장한 (주)이엔이의 내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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