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 (주)휴메딕스
기술혁신 성공사례에서는 혁신기업들의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융합기술과 플랫폼 테크놀로지를 통한 혁신
융합기술은 신기술이나 다른 분야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적 가치를 창출해 미래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특히, 융합기술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시장에서 갈 길을 잃고 위기에 직면해 있는 기업에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신생 벤처기업에는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물론 자본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기술융합을 이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의사결정과정과 피드백이 빠르다는 장점을 역이용해 플랫폼 테크놀로지를 구축, 융합기술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기업도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 융합기술 개발에 성공해 바이오산업의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한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려고 한다.
건강 의료 전문 바이오기업 ‘휴메딕스’는 얼굴부위 주름개선에 효과가 있는 새로운 필러제품을 개발해 국내 필러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다.
놀라운 점은 벤처기업으로서 기존 필러들이 가지고 있는 두가지 단점을 동시에 개선한 제품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고밀도 망상구조 가교기술이란 신기술을 통해 탄성과 점성을 모두 높인 필러 신제품으로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산업분야 최고 권위상인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휴메딕스의 성공에는 융합기술 개발을 향한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융합기술개발의 기회
1) 융합기술과 중소기업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다년간 노력해온 한국사회에서 ‘융합’이라는 단어는 이미 익숙한 용어이다.
이는 아마도 ‘국가융합기술개발 기본계획’이나 「산업융합촉진법」 등과 같은 법제화 노력과 아울러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융합기술은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 듯하다.
융합기술의 시장성이 미흡해 투자규모가 미약하고 관련 전문인력의 공급역량과 원천기술 연구역량의 부족으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큰 데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아직도 융합기술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융합기술을 탐색, 활용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진행해 어느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는 대기업도 있지만, 투자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술융합이 사회전반에 걸친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기술융합을 단순한 기술혁신의 수단으로 삼거나 단기적 성과 위주로 간주하는 문제는 기술융합의 정착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융합기술이라는 용어는 미국을 중심으로 ‘Technology Convergence’로 사용되다가 일본에서는 ‘Technology Fusion’ 이라는 단어로 등장했다.
현재는 신기술이나 다른 분야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적 가치를 창출하여 미래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이라는 의미에서 ‘Convergence Technology’로 정의되는 추세이다.
국내 다수기관에서 활발한 논의 끝에 제안한 ‘국가융합기술 발전기본계획’에서는 융합기술을 이종 및 동종의 다양한 기술들의 결합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재정의해서 경제·사회적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학문 및 산업과의 결합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융합기술은 기술간 결합인지, 제품·서비스의 결합인지를 구분하는 ‘결합대상’과 기존가치를 제고한 것인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인지로 나눈 ‘가치유형’을 기준으로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기술진화형 융합’은 2개 이상의 기술을 융합해 기존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으로서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나 디지털카메라 등이 이에 속한다.
‘돌파기술형 융합’은 기술융합을 통해 기존기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며, ‘시장고도화형 융합’은 기술이 아닌 제품이나 서비스를 융합해 기존시장을 확장하는 것으로 스마트폰이나 스팀청소기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마지막으로 ‘신시장창출형 융합’은 기존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영역을 제품이나 서비스간의 융합을 통해 창출하는 것인데, 유헬스(U-Health)나 닌텐도, 스크린골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표 1 참조).
모든 기업들에게 융합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업이 속한 산업의 변화가 크지 않고 현재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면 기존기술의 개선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변혁이 빠르게 진행되고, 기존기술 및 제품의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융합기술로 눈을 돌려 새로운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보유한 핵심기술을 다른 기업이 가지고 있는 핵심기술과 융합하여 파괴적인 혁신의 기회를 탐색할 수 있다면 새롭게 기초연구부터 시작하는 단계를 생략할 수 있을 것이다.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벤처기업은 기업의 성장기에 이러한 융합기술 발굴을 전략적으로 수행 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의 조사(2010)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융합기술개발 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대부분 인식(92.8%)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실행하고 있는 기업(23.2%)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융합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활동단계를 살펴보니 융합과제 발굴단계(42.1%)가 기술개발 단계(38.2%), 사업화 단계(15.5%), 사업전개 단계(4.2%)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돼 기술융합수행단계가 매우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고, 손에 쥘만큼의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 융합의 또다른 이름, 협력
기술융합이란 서로 다른 영역의 기술들을 결합하는 것으로, 요소 기술들이 전문적으로 발전하는 것과 구별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해당 기술영역에서 기술을 심화시키는 전문화와 전문화된 기술들을 결합하는 융합화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융합화를 달성하는 접근방법은 단기시장 중심, 사업화·상용화단계에 적용, 기존조직의 활용, 응용·개발의 연구개발 단계로 정리될 수 있는 ‘물리적 방법’과, 장기기술 중심, R&D혁신 단계에 적용, 융합조직 조성, 기초·원천 연구개발 단계 등으로 요약되는 ‘화학적 방법’으로 구분된다.
두가지 방법 모두 개별기업에서 일상적인 경영 과제로 요소기술을 전문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의 생소한 기업과의 협업하는 것에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융합기술 개발에 성공하려면 핵심 요소기술을 심화하는 데 중점을 둔 사업부의 노력과 함께 여러 사업부의 기술을 묶거나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전개하는 전사 주도의 기술융합 프로젝트가 운영돼야 한다.
근본적으로 기술융합의 본원적 특성 자체가 협업을 바탕에 두고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내의 전문화된 기술력이 다른 기업의 전문기술과 결합될 수 있는 기회를 탐색해야 하고, 이는 개방형 혁신을 통한 협력과 연결되어야 한다.
융합에 의한 혁신적 연구개발 기회 창출뿐만 아니라 시장규모를 확장·글로벌화하고 연구개발 가치사슬에 있어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융합을 위한 협력유형은 크게 6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이성주, 2010). 우선 기획 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융합형 협력’이다.
대부분의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은 기술융합 아이디어를 함께 공유하는 데 소극적이다.
그러나 기획 단계부터 협력한다면 성과가 가져다주는 가치는 다른 유형보다 더 클 수 있다.
둘째, 연구개발 단계에서의 협력은 ‘R&D 기술융합형’, ‘R&D 부품-기술 융합형’, ‘서비스 주도형’, ‘R&D 기술지원형’, ‘R&D 위탁형’ 유형이 가능하다.
R&D 기술융합형은 공동R&D를 통해 융합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R&D 부품-기술 융합형은 가치사슬에서 동일한 단계에 속하지 않는 기업들 중 기술을 보유한 주도 기업이 부품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협력기업과 협업하는 형태이다.
서비스 주도형은 융합기술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이 주도적으로 연구개발회사와 협업하는 형태이고, R&D 기술지원형은 중소기업들이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기술컨설팅을 통해 융합기술 개발을 수행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R&D 위탁형은 제품과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아웃소싱 형태로 발주하여 외부로부터 얻은 결과를 생산에 반영하는 협업 형태이다.
기술융합은 이처럼 기술융합 대상기술 분야를 선정하고, 내부역량 분석을 통해 파트너 기업을 탐색하며, 해당 기업과의 협력형태를 정하여 융합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로 진행된다.
바이오 벤처기업의 혁신
1) 바이오산업의 혁신
‘국가융합기술발전기본계획’의 후속조치로서 수립된 ‘NBIC 기반 국가융합기술지도’는 국가융합기술 R&D투자의 정책방향 설정에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2020년까지 육성해야 하는 3대 융합분야, 15개 우선추진 과제, 70개 융합기술군 도출 및 거시적 육성전략이 제시되었다.
3대 융합분야는 바이오·의료 분야, 에너지 환경 분야, 정보통신분야로 구분되는데, 그 중 바이오·의료 분야에는 우선추진 과제로 바이오의약품, 바이오자원 신소재장비, 메디-바이오시스템, 고령친화의료기기, 기능성식품이 속해 있으며, 융합기술군으로는 줄기세포 및 조직세포 치료제 기능향진 기술, 식품첨가물 대체물질 제조기술 등 28개 과제들이 포함돼 있다.
바이오산업은 주요 융합기술 분야로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예산 집중투자 영역이다.
OECD의 정의(2005)에 의하면, 바이오기술은 지식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을 목적으로 생물 또는 무생물을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생물체나 생체유래 물질 및 생물학적 모델에 과학과 기술을 적용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런 바이오기술의 몇가지 특징을 정리하자면, 첫째는 활용영역이 제약, 화학, 농업, 환경 등으로 매우 넓다는 점이다.
기술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 생물, 동물 등의 세포와 효소를 사용하여 물질을 결합, 분해, 변형하는 생산수단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기초연구에 대한 의존성이 높다는 것이다. 줄기세포나 유전공학 기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바이오기술은 기반기술에 가까워 기초과학 연구와 상업화 기술과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고부가가치, 고위험, 장기투자 등의 특성을 가지고 신기술을 활용하여 거대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최종적인 기술의 상업화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에 속하는 기업들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다.
휴메딕스는 바이오 벤처기업으로서 바이오산업의 혁신을 실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이다.
특히, 휴메딕스에서 개발한 ‘조직수복용 생체겔’은 얼굴부위의 주름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재료로서, 외국제품이 점유하고 있던 국내 필러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휴메딕스는 주름제거용 성형재료로 쓰이는 보톡스의 지속기간이 6개월 이내로 비교적 짧거나 안정성이 낮다는 점에 주목해, 이를 개선한 제품을 선보였다.
우리 몸 속에 있는 히알루론산을 사용하여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지속력이 뛰어난 필러제품을 개발해낸 것이다.
그동안 필러는 응집력이 강해 뭉개짐이나 피부조직내의 물질 이동률이 좋은 높은 점성의 제품과 외부 힘에 대한 저항성을 높여 입체감 등의 효과가 우수한 높은 탄성의 제품으로 나누어졌는데, 휴메딕스는 ‘고밀도 망상구조 가교기술’이라는 신기술을 통해 이 두가지 특성을 모두 가진 제품을 만들었다.
2) 기술기획을 통한 바이오기술의 개발
휴메딕스는 신생기업이고 아직 규모도 크지 않은 회사이지만, 다양한 기술경영 기법들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체계적인 기술경영을 위해 의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기법들도 있지만, 트리즈나 QFD 등과 같은 기법들은 기술개발과 기획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되어 향후 좀더 적극적으로 반영돼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기술로드맵의 활용이 매우 인상적이다. 휴메딕스는 생체고분자 원료를 만드는 독점적인 플랫폼 테크놀로지(Platform Technology)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기획이나 아이디어만 갖추어진다면 언제든지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빠르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플랫폼 테크놀로지는 기술로드맵의 작성을 수월하게 한다. 다른 기술개발에 기반이 되는 플랫폼 테크놀로지는 기초기술개발에 막대하게 투입되는 기간과 인력, 자금 등을 아낄 수 있고, 개발에 따르는 위험도를 낮춘다.
따라서 플랫폼 테크놀로지는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여 타당성 높은 기술기획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휴메딕스는 플랫폼 테크놀로지를 활용, 2020년까지 개발될 기술들을 체계적으로 기획하여 기술로드맵을 작성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원천적인 기술을 가지고 다른 기업들보다 더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상시적으로 찾아 기획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할 수 있었다.
자체적으로 원료를 저렴하게 만들고 이것을 활용해 품질이 좋은 여러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어떤 기업과 경쟁을 해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또한, 타제품의 단점을 포착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해결한 제품을 출시하여 차별화를 추구했다.
이러한 과정들은 단순히 바이오제품 개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 범위를 넓혀 전자재료, 화학 등 분야에 상관없이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에서도 미생물에 의한 부식을 방지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것은 휴메딕스가 BT와 IT의 융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플랫폼 테크놀로지의 개발과 활용
1) 바이오기술을 위한 플랫폼 테크놀로지의 개발
플랫폼 테크놀로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제품이나 공정개발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을 일컫는다. 이것은 연구소가 장기적인 역량을 갖추도록 한다.
결국, 새로운 공정이나 기술의 개발없이 다양한 제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또는 기술적 형태가 플랫폼 테크놀로지이다.
컴퓨터 플랫폼은 컴퓨터 하드웨어가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의 플랫폼이 되고, 다시 운영체제는 응용 소프트웨어의 플랫폼이 된다.
제품의 경우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품을 생산하는 프로세스와 그 과정의 자동화는 피로도나 감정의 기복에 의한 인간 작업능력의 변화를 최소 화해 일정수준의 품질과 낮은 원가를 확보하게 한다.
다시 말하면, 제조 시스템에서는 여러 제품의 생산을 지원하는 물리적 기본틀을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바이오기술과 관련이 높은 제약산업에서도 플랫폼 테크놀로지의 역할은 중요하다. 제약 플랫폼 테크놀로지는 미래에 수행해야 하는 연구활동을 용이하게 한다.
만약 한 연구자가 최적화된 부형제의 비율로 어떤 약의 새로운 조제법을 개발한다면, 다른 연구자는 이 부형제의 비율을 활용, 유효성분만을 바꾸어 새로운 조제법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약제 개발에서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공눈물을 개발할 때 고분자를 부형제로 이용한다면, 이것이 플랫폼 테크놀로지를 형성하게 되어 다른 연구자들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유효 약품만 변경하여 완전히 새로운 약제를 개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비용은 감소하고 투입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휴메딕스가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조직수복용 생체겔은 성형피부용 필러로서 인체의 조직이 무너졌을 때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이 기술이 전 세계의 기술경쟁력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생체고분자 원료를 독자적인 생산기술을 가지고 생산하고 있다는 점과 플랫폼 테크놀로지의 공이 크다.
세계시장에서 필러는 점성이 뛰어난 제품과 탄력성이 뛰어난 제품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국내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기업 제품들은 모두 둘 중 하나만의 장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휴메딕스는 세계최초로 유일하게 양쪽의 물성을 동시에 갖는 필러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후발주자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약점을 모두 개선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기술의 장점을 결합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해당기업이 지니고 있는 기술역량으로 제품개발이 가능하냐는 것인데, 휴메딕스가 보유한 플랫폼 테크놀로지는 생체고분자 원료를 만들고 그것을 응용하는 기술로, 유기합성 기술, 고분자 가교기술과 그것을 물성으로하는 스크리닝 기술 등이 융합적으로 조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휴메딕스는 고밀도 망상구조 가교기술을 최초로 개발하여 세계 1위 기업과 국내에서 10년 전에 먼저 관련제품 개발에 도전한 대기업을 제치고 새로운 공법으로 품질과 사용감, 효능이 최고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2) 융합기술 개발과 플랫폼 테크놀로지
기술융합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 중에는 전문 요소기술과 제조기반기술, 융합기술 등 자사가 보유한 기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플랫폼 테크놀로지의 지속적 개발과 핵심기술의 조합 및 외부기술과의 융합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 많다.
3M의 경우 40개에 달하는 플랫폼 테크놀로지를 꾸준히 심화시키는 동시에 이를 활용한 국내외 기술융합과 기술의 용도혁신을 달성하여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있다.
사회적 니즈를 빠르게 반영하여 융합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플랫폼 테크놀로지를 적용하고, 창의성과 관리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혁신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한편, 휴메딕스는 선발주자들보다 늦었지만 기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의 장점을 모두 갖추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고 그 노력의 열매로 개발된 HDRM(High Density Reticulated Matrix; 고밀도 망상구조) 공법, 다시 말해 생체고분자 원료를 가지고 유기합성 가교기술을 사용하여 독창적인 고밀도 망상 가교공법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가교의 방법은 점성이 좋은 모노페이직(Monophasic)과 탄성이 좋은 바이페이직(Biphasic)으로 양분되는데, 휴메딕스는 플랫폼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공법을 통해 점성과 탄성을 모두 갖춘 필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이 기술은 연구의 착상기획에서부터 원래 보유하고 있던 기술들을 융합해 개발했고, 개발한 기술로 실제제품을 생산해냈다.
결과적으로 후발주자인 휴메딕스는 경쟁사들을 제치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고, 최고권위의 산업기술상인 IR52 장영실상까지 수상했다.
이러한 성과의 핵심은 플랫폼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한 융합기술의 개발이며, 짧은 기간 동안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글로벌 경험과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인재 덕분이었다.
각 분야의 기술을 이해하고 지식을 습득한 전문가 인재들이 모여 짧은 기간에 융합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물론 휴메딕스의 기술축적에는 전문성 있는 인재들이 모인 점도 중요했지만, 그 이후 융합기술들을 개발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도 한 몫을 했다.
네트워킹을 통한 융합기술개발
1) 고객 피드백과 사용자 주도 혁신(User-Led Innovation)
사용자 주도(User-Led) 혁신은 사용자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상업적 가치를 현저하게 높여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대해가고 있다.
사용자 주도 혁신은 기업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반드시 기업내의 연구개발(R&D) 부서에서 창출되지 않고, 신규제품이나 개선제품, 서비스의 개발과정에서 최종소비자인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때 발생한다는 개념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은 발명가가 작업장에서 글로벌 무대에서 비슷한 생각을 지닌 타인과 협력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혁신적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장을 만들어 놓았다.
이는 규모에 관계없이 기업이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각 개인을 혁신가로서 받아들이면서 인터넷을 도구·기술·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글로벌 작업장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용자 주도 혁신환경 속에서는 대기업에 비해 자본은 부족하지만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행동이 민첩한 중소기업이 비교적 유리한 편이다.
지금은 글로벌 기업이지만 벤처기업으로 시작했던 유투브·마이스페이스·페이스북 등 인터넷기반 기업들의 사업모델은 개별 사용자가 창출·제공하는 콘텐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대기술과 시장환경은 기업이 시장을 주도한다기보다 시장의 흐름에 순응해야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용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높은 기술력에 바탕을 둔 제품이나 서비스는 실패하기 쉽다.
휴메딕스가 꼽는 또다른 성공요인은 고객존중이다. 흔히 기술융합은 기술주도 관점의 개발 방법으로 간주되지만, 휴메딕스의 관점은 제품의 사용자의 요구를 얼마나 더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였다.
대부분 기술융합이 실패하는 이유는 고객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융합도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휴메딕스의 고객은 해당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의사들이기 때문에 휴메딕스는 의사들의 요구들을 수시로 파악한다.
사용자들이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항상 고민한다.
따라서 휴메딕스의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에게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제공하며, 이에 대한 피드백을 기술개발부서에 전달한다.
특히 대부분 인체에 주입되거나 흡입되는 형태인 바이오 제품은 항상 부작용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위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상업화 런칭, 출시 후에 이르기까지 기술적인 피드백을 철저히 하고, 사용자가 언제든지 기술개발과 개선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 협력을 통한 융합기술의 개발
바이오산업은 특히 기업간의 협력, 즉 상생협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새롭게 등장한 바이오 기술을 의약,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하기 때문에 활발한 협력이 요구된다.
바이오산업과 같이 복잡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변화 환경에서 한 기업이 모든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의 선순환의 고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벤처기업과 대학, 연구소, 제약회사와 정부,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먼저 바이오 벤처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기술개발을 수행하면, 이를 기술거래나 전략적 제휴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국내외 제약회사나 상용화 중소기업이 상용화하고, 벤처캐피탈과 상용화를 담당한 기업과 정부가 앞에서 제시한 기관들에기술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림 5 참조).
이러한 협력과정을 통해 기업들은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풍부한 지식을 얻게 되고, 새로운 시장으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들이 떠안게 되는 위험을 파트너들과 분담하여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고, 시장에서의 경쟁상황이나 기술발전 현황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들에 대한 이해도 더불어 높일 수 있다.
벤처회사로부터 출발한 휴메딕스의 강점은 네트워크이다. 약 70명 남짓한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활발한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들을 보유하고 있다.
휴메딕스가 보유한 플랫폼 테크놀로지는 생체원료를 만들고 응용하는 기술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융합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탄성과 점성을 모두 포함하는 기술 자체가 융합적이며, 이 기술들이 활용되는 산업의 영역도 융합적이다.
따라서 자사가 보유한 기술들과 연계될 수 있는 기술들을 상시로 탐색하고 분석하는 일을 게을리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산학협력을 권장하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제도나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 기업이 보유한 철학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지만 휴메딕스는 윈윈(Win-Win)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경쟁사와 협력하는 자세를 가진다.
협력이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기업의 자산으로 간주하고 설령 다른 기업이 회사의 아이디어를 갈취해 갈 가능성이 있더라도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고 자사가 지식을 축적할 수 있다면 협력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휴메딕스의 철학은 네트워크를 빠르게 형성하게 하는 원동력이며 기술력보다 더 가치 있는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시사점
2000년대 초반 등장했던 MP3 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는 기술융합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당시에는 디지털 컨버전스가 유행처럼 번졌고,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기기들을 하나로 모은 복합 디지털기기에 대한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MP3와 디지털카메라의 융합은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성공을 거두었던 카메라폰이 디지털카메라와 이동단말기를 융합한 것이기 때문에, 이 제품도 무난하게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제품은 초기모델이 출시된 이후 단종되고 말았다.
실패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결국, 기술융합의 성공은 시너지의 창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라폰은 사진을 찍어 이동통신으로 바로 전송이 가능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낼 수 있지만, MP3 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는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단순한 기능의 물리적 덧셈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기술을 단순하게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데 그치거나 고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없는 기술융합은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다시 말해, 융합은 개별기술들이 제공할 수 없었던 새로운 효용을 창출할 수 있을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기술융합이 이처럼 만만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이 기술융합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모한 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벤처기업은 인력과 자본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또한 의사결정구조가 단순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피드백을 재빨리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네트워킹은 기술융합의 기회를 넓히기 때문에 유망 벤처기업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사업개발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플랫폼 테크놀로지는 기술융합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이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플랫폼을 공개하고, 그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플랫폼 테크놀로지도 다른 영역의 기술들이 서로 융합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기업들은 기술융합을 시도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는지, 기술력이 기술융합에 충분한 수준인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플랫폼 테크놀로지라면 이제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기술융합을 도모해보자.
다만, 시너지없이 고객에게 효용을 주지 못하는 기술융합은 실패하기 쉽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